기업공개(IPO) 공모에 나선 자동차부품사 삼현은 후계구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창업2세 두명 가운데 차남이 최대주주인데 정작 삼현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고, 바이오 스타트업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가업승계에 대한 의지가 낮다고 볼 수 있다.


장남이 부친인 황성호 삼현 대표를 도우며 한창 경영수업을 하고 있는데 지분율은 차남에 한 참 못 미친다. 불확실한 후계구도는 중장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겐 주가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 황성호 대표 처 박기순씨가 실권자, 차남 중심 승계 단행


삼현이 최근 공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1월 30일 기준 최대주주는 황희종씨로 지분 29.3%(250만96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2대주주는 희종씨의 부친인 황 대표로 20.71%, 3대주주는 희종씨의 형인 황승종 삼현 상무(경영관리)로 18.9%를 들고 있다. 4대주주는 희종씨의 모친인 박기순씨로 16.15%다. 지분율이 5% 이상인 주주는 이들 4명뿐이다.



지분율로만 보면 창업2세로의 지분 승계가 절반 이상 이뤄진 상태다. 창업주에 대해선 알려진 바와 다르다. 그간 언론 등을 통해선 창업주가 황 대표인 것으로 묘사됐다. 그런데 황 대표는 주주명부가 공개된 2013년 이후로 한 번도 최대주주였던 적이 없다. 황 대표의 처인 박기순씨가 과거엔 최대주주였다. 박기순씨가 주로 자금을 대고 경영을 황 대표가 도맡았던 셈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박기순씨는 41.08%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 황 대표의 형제로 추정되는 황창호 전 삼현 이사(16.61%), 황 대표(15.31%), 황승종 상무(14.5%), 희종씨(12.5%) 순으로 지분이 많았다. 이 때 만해도 장남이 차남보다 지분이 많았다.



문제는 이후 2세로의 지분승계가 자녀의 사업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는 것이다. 박기순씨는 차남 희종씨에게 무게를 더 뒀다. 2015년 박기순씨는 보유지분 3만810주 가운데 60% 수준인 1만8000주를 두 자녀에게 넘겼다. 그런데 차남 몫이 77%(1만3875주)에 달했고 장남은 22%(4125주) 수준이었다.


그 결과 박기순씨 지분율은 2013년 말 41.08%에서 2015년 말 17%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희종씨는 같은 기간 12.5%에서 31%로 높아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황승종 상무 지분율은 14.5%에서 20%로 높아지는데 그쳤다. 이 기간 황 대표도 지분율이 15.31%에서 22%로 상승했는데 황창호씨 지분 일부를 넘겨받은 덕이다.



이 때 형성된 지분구도가 현재까지 이어졌다. 2021년에 한국투자증권 등 재무적투자자(FI)를 일부 유치하면서 오너일가 지분율이 소폭 희석되기는 했다.


◇ 희종씨 바이오벤처 창업, 지분 낮은 장남이 삼현에 집중


그런데 희종씨는 자동차부품보다는 바이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삼현에서 근무한 이력은 있지만 삼현내에서도 바이오 신사업을 담당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DGMIF)에서 의약화학부 연구원으로 일하다 2018년 말 삼현에 입사했는데 보직이 신약개발연구소 의약화학부 연구소장이었다.


삼현에서 2021년 6월까지 약 2년 반 일하다 그해 7월 A&J사이언스라는 스타트업을 세워 대표로 부임했다. A&J사이언스는 희종씨가 삼현에서 일구던 신약개발연구소를 인적분할해 설립한 곳이다. 희귀 난치성 감염병을 치료하는 신약개발에 주력한다. 삼현이 희종씨가 원하는 사업에 대한 인큐베이팅을 해준 셈이다. 희종씨는 2022년엔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따기도 했다. 바이오에 진심이다.


A&J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쳐


그 새 삼현 경영수업은 장남이 수행해 왔다. 황승종 상무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6년째 삼현에서 근무하고 있다. 황승종 상무는 1986년 생으로 올해 37세다. 황승종 상무 현재 지분율(18.9%)은 희종씨(29.3%)보다 10.4%포인트 낮다.


모친인 박기순씨(지분율 16.61%)와 황 대표(15.31%)가 잔여 지분을 누구에게 승계하는지가 관건이다. 장남에게 잔여지분을 넘기기로 교통정리가 돼 있다면 후계구도는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황승종 상무가 부모 지분을 모두 넘겨받으면 단순계산해 지분율이 55.75%가 돼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가져 갈 수 있다.


반대로 박기순씨가 잔여지분 승계에 있어서도 과거처럼 차남에게 무게를 둘 경우 경영권에 대해 혼선이 불거질 수 있다. 잔여지분 승계계획에 대해 삼현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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