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 사업자들은 성장성과 함께 투자부담을 안게 된다. 전기차 배터리셀이 대표적이다. SK온은 배터리셀 수주잔고가 200조원에 이르지만 생산시설 확충에 그 만큼 거액을 쏟고 있다. 2023년 3분기 누적으로 설비투자비가 약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외부조달(총차입금)이 약 14조5000억원대로 불었고, 연간 4000억원대 이자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기업공개(IPO)에 나선 현대힘스는 이 같은 투자부담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조선기자재 제조사로 조선업 슈퍼싸이클을 맞고 있지만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1~2년전 선제적으로 증설을 해놨다. 재무를 보수적으로 관리한 덕에 부채비율이 40%대에 그친다.


◇ HD현대그룹 내 1위 사업자, 의심 없는 수혜자


현대힘스는 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선박 곡블록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선박은 여러개의 블록을 조립하는 형태로 건조된다. ▲기관실(엔진룸)과 선박 ▲중앙부와 ▲구상선수(뱃머리 하단) ▲LNG탱크 등이 현대힘스 주력 곡블록 제품이다. 이밖에 ▲선박 의장재(배관·철의장) 도장과 ▲곡블록 내부자재들인 BLT(Built up)와 강재, 형강 등을 가공하는 사업을 한다.


(사진:증권신고서)



2022년 연결매출이 1446억원인데 이중 곡블록(1025억원)이 76%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BLT(117억원) 9%, 철의장 도장(78억원) 6%, 배관 도장(65억원) 5%, 형강(55억원) 4% 순이다.


현대힘스 시장 지위는 견고하다. 알려져 있다시피 글로벌 조선사 HD현대그룹 계열사였다.2008년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 곡블록 및 제조 부분'을 분리해 100% 자회사로 설립한 곳이다. 조선업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2019년 HD한국조선해양이 현대힘스를 사모펀드인 허큘리스홀딩스에 지분 75%를 매각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잔여지분 25%를 남겨두고 전략적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힘스는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HD현대그룹내 점유율이 전 제품 1위다. 곡블록은 2022년 기준 점유율이 29%, BLT는 50.4%다. 나머지는 독과점적이다. 의장재 도장은 배관이 81.1%, 철의장이 84.9%다. 형강은 100% 독점하고 있다.


조선업 슈퍼싸이클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조선업은 선박 교체주기가 22~27년에 달해 불황과 호황 싸이클 역시 길다. 직전 호황기인 2001~2005년 건조된 선박 교체주기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해운사 발주는 선행해 2020년부터 발주량이 인도량을 추월하고 있다.



특히 불황기에 다수 조선사가 도산하면서 수급불균형이 심화했다. 이에 신조선가가 크게 뛰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평균 신조선가 지수는 2020년 12월 125만달러에서 2023년 176.03만달러로 48만달러 상승했다. 이 지수는 전 세계 선박 건조 가격을 평균 100으로 놓고 지수화한 수치다.


이에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향후 3~4년치 일감도 모두 채운 상태다. 현대힘스 역시 성장과 함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높아진 선가에 비례해 기자재 납풉가격도 연 단위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중단기 편더멘털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 2021~2022년 선제 투자…낮은 이자 부담, 순익에 긍정적


현대힘스가 매력적인 건 재무상태가 깔끔한데다 앞으로도 투자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선제적으로 증설을 해둔 덕이다. 현대힘스는 국내 전남 영암에 위치한 대불공장과 경남 포항공장에서 곡블록을 생산한다. 2021년 2월 포항 2공장과 대불 3공장을 인수했다. 2023년엔 포항 1공장을 증설했다. 이에 2020년 연간 24만6469톤이었던 전 제품 생산능력이 2022년말엔 27만2425톤으로 늘었다.


설비투자비(자본적지출)도 현재는 크게 줄어있다. 자본적지출은 2020년 18억원에서 2021년 358억원, 2022년 365억원으로 늘었다가 2023년 3분기누적으론 82억원으로 감소했다. 고금리시기 투자부담이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현대힘스는 2023년 3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이 477억원이고, 이에 따른 이자비용으로 17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전체적인 재무상태도 건전하다. 사모펀드가 보수적으로 관리한 덕에 현대힘스가 불황기에도 이익을 꾸준히 내왔기 때문이다. 현대힘스도 2016~2017년 2300억원대였던 매출이 2018년 이후론 1200억원대 내외로 크게 꺾였다. 하지만 2018년부터 영업이익은 매년 흑자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수익성 반등이 시작된건 지난해다. 2023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10억원이다. 2018~2022년까지 영업이익이 30억~60억원대 였음을 감안하면 큰 폭의 개선이다. 2016년(연간 160억원) 이후로 최대치다. 그 결과 선제투자를 했음에도 2023년 3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41.9%에 그친다. 자본총계가 1749억원으로 부채총계(733억원)를 크게 앞선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대힘스의 최대 장점은 가벼운 재무상태로 슈퍼사이클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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