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자율차)의 눈 '레이더'(RADAR) 시장에서 유망주 평가받는 스타트업 비트센싱(bitsensing)이 상장한다. 기업가치(밸류)가 수천억원대인 중형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시트용 레이더 사업으로 이미 돈을 벌고 있고, 자율차 고객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유망기업이 실적 가시성도 갖추고 공모를 할 전망이다.


◇ 4D 이미징 레이더, 라이다 대체재 부상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비트센싱은 최근 주요 대형증권사들에게 상장 의지를 전달하면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 계획을 알린 것으로 파악된다. 올 1월 말까지 후보자(숏리스트)를 추린 후 2월에 주관사를 최종 확정하는 일정으로 준비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수일 내로 RFP를 발송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주요 증권사는 언질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트센싱은 이재은 대표가 2018년 설립했다. 이 대표는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학‧석사를 마친 공학도다. 2008년부터 자동차 부품사 만도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일했다. 만도에선 국내 최초 초고주파 77GHz(기가헤르츠) 차량용 레이더를 상용화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다 벤처캐피털 퓨처플레이의 투자권유를 받고 창업을 결심했다.


비트센싱이 만드는 4D 이미징 레이더는 기존 레이더보다 월등한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율주행차에서 눈 역할을 하는 부품은 크게 레이더와 카메라, 라이다(Lidar)다.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카메라는 사람의 눈과 유사하게 물체를 인식해 '색상'을 구분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다만 어둡거나 날씨가 궂으면 인식이 어렵고 장거리 측정이 되지 않는게 단점이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레이더와 라이다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발사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차의 속도와 사물과의 거리를 인식한다. 장거리측정이 가능하고 유기물질 투과도가 높아 어둡거나 악천후에 강한 것이 장점이다. 다만 종방향식 측정이라 정밀도가 떨어지고 높낮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자료: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라이다는 짧은 빛(레이저)을 이용하는 방식인데 파장이 짧은 대신 넓고 정밀하게 주변을 인지하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크기가 크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차량 지붕에 설치하는 방식이라 악천후에 취약하기도 하다.


비트센싱이 만드는 4D 이미징 레이더는 '높낮이'이 측정이 가능하면서도 가격은 라이다의 20분의 1수준이다. 라이다가 1000만원이라면 비트센싱 레이더는 50만원이다. 비싼 라이다의 대체재로 떠올랐다. 이런 장점으로 2022년 세계 최대 글로벌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차량인텔리전스 및 운송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추가 투자도 이어졌다. 2020년 70억원(프리 시리즈A)에 이어 2021년 9월 140억(시리즈A) 등 설립 이후 누적투자금액이 약 280억원이다. 시리즈A에는 이 대표의 친정인 만도도 참여했다.


비트센싱 4D 이미징 레이더가 높낮이 인식을 구현하는 데모영상(자료:홈페이지)


◇ 스마트시티 사업 '캐시카우', 2025년부터 자율차


수천억원대 밸류가 예상되는 것은 실적을 어느 정도 보여주고 공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트센싱은 자율차에 앞서 스마트시티 사업을 일궈왔다. 여기서 지난해 100억원대, 올해는 300억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미징 레이더를 각 지자체 교통시스템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지자체는 레이더를 활용해 교차로 교통량을 분석하며 신호등을 제어할 수 있다. 비트센싱은 천안-논산 고속도로 전 구간에 레이더를 공급하기로 한 상태다.


자율차용 레이더도 국내 일부 부품사와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일정이다. 글로벌 부품사와도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비트센싱이 이미 상장한 유사기업인 스마트레이더시스템과 비교하면 실적측면에서 우위에 서있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역시 4D 이미지 레이더를 생산하는 곳이다. 작년 8월에 상장했는데 유망하지만 실적은 본격화하기 전이라 기술특례를 통해 입성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27억원, 영업손실은 36억원이다.


그런데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시가총액이 이달 4일 종가기준으로 2996억원에 이른다. 미래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 돼 있다. 비트센싱은 지난해 예상매출(100억원)을 감안하면 체급이 더 클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 사이즈가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요 IB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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