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이나 난치병에 대해 세계 최초로 치료제가 개발되는 것은 인류차원의 거대 이벤트다. 개발한 기업 주가는 폭등한다. 해당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후보물질을 개발해온 경쟁사 주가도 탄력을 받는다. 해당 시장이 '난공불락'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덕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앤디파마텍 공모주는 변동성이 굉장히 크다고 평가 받는다. 디앤디파마텍 주력 파이프라인이 비알콜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인 것에 기인한다. 그리고 오는 3월 미국 경쟁사 마드리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한 MASH치료제 NDA(신약허가신청)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일정 상 디앤디파마텍이 공모를 마무리한 이후에 벌어지는 빅이벤트다. 통과 될 경우 마드리갈은 '최초' 타이틀을 쥐고 30조원대로 추산되는 MASH치료제 시장을 열게 된다. 디앤디파마텍도 관련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반대라면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 일부기관들은 '모'아니면 '도'인 공모주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 마드리갈은 '최초', 디앤디는 '최고' 도전


MASH는 음주력이 없음에도 알코올성 간장애와 비슷하게 중성지방이 간에 과도하게 축적돼 염증이나 섬유화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심하면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해 사망할 수도 있다.


커지는 수요 대비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다. 현재 전 세계 MASH 환자 수는 4억4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환자수는 2021년 기준 약 40만명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전 세계 MASH 치료제 시장이 2026년 253억달러(약 3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ASH 치료제로 최초(First-in-Class)나 최고(Best-in-Class) 타이틀을 달면 수조원대 알짜 수익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조성돼 있다. 최초 타이틀은 미국 바이오벤처 마드리갈(Madrigal) 파마슈티컬스가 가장 근접해 있다. 레스메티롬(Resmetirom)이라는 물질로 임상 3상을 통과해 지난해 미국 FDA에 NDA를 신청했다.


수많은 빅파마도 좌절할 정도로 난도가 높은 시장이다. 미국 길리어드와 프랑스 젠핏이 임상 3상, 화이자는 임상 1상 단계에서 포기했다. 국내사 중에선 한미약품이 파이프라인 2개(HM12525A·HM15211)로 10년 째 도전 중이다. 2개 물질 모두 임상 2상단계다. 이밖에 유한양행(임상 1상 진행)과 동아에스티(임상 2상 진행)도 진입해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상대적으로 늦게 개발에 뛰어든 탓에 최초보단 최고(Best-in-Class)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DD01'이라는 물질로 임상 1상을 완료한 상태다. 2021년 2월 미국 내 10개 기관에서 시작해 2022년 말 107명 환자에 대한 투여를 마쳤다.


결과는 2023년 1분기에 나왔는데 경쟁사 대비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4주간(주간 1회 피하주사)라는 짧은 투여기간에도 간지방을 51% 제거하는 유의미한 통계적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증권신고서에 설명한다. 마드리갈 레스메티롬의 경우 52주간(1일1회 경구투여) 투여해 지방간 감소율 51.4%를 확보했다.



MASH 개발현황(자료:증권신고서)



◇ 마드리갈 결과 3월 발표, 디앤디는 2월 중순 결과


디앤디파마텍 공모주가 불확실성이 큰 이유는 마드리갈 NDA결과가 오는 3월 중순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디앤디파마텍은 기관수요예측을 오는 2월 22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다. 일반투자자 청약은 3월 6일과 7일이다. 투자자들이 청약을 마무리한 상태에서 업계 빅이벤트 소식을 듣게 된다.


'최초' 타이틀은 시장 개화를 뜻하기 때문에 과거부터 관련종목 주가에 영향을 줬다. 미국 바이오젠이 만든 최초 치매치료제 '아두헬름'이 대표적이다. 아두헬름이 단계별 허들을 넘었을 때마다 국내외 경쟁사들 주가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2019년 10월 23일 바이오젠이 아두헬름으로 미국 NDA 신청을 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선 장초반에 관련주인 메디프론(18%)과 삼성바이오로직스(8.14%), 명문제약(13.66%) 등이 급등했다. 2021년 6월 바이오젠이 아두헬름 미국 NDA 승인을 받아 낸 날에도 퓨쳐켐과 피플바이오, 이연제약 등 주가가 반응했다.


기관투자자들은 마드리갈 NDA 결과가 나오면 관련주인 디앤디파마텍은 물론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디앤디파마텍은 거대 변동성을 앞두고 이미 가격을 정해버린 상태라는 것이 문제다.


일각에선 디앤디파마텍 딜이 최대한 지연돼 불확실성이 제거된 후 공모가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 실제 가능성도 있다. 작년 파두 사태 이후로 기술성장기업 특례(이하 기술특례)에 대한 당국의 심사가 까다로워졌다.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해 다양한 리스크와 미래예상실적에 대한 근거를 보다 상세히 작성토록 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도 기술특례로 도전한 케이스다.


디앤디파마텍 역시 정정을 요구받을 경우 공모 일정이 2주 정도 늦어질 수 있다. 다만 2주 정도만 지연되면 기관수요예측은 3월 13일 정도에 마감하게 된다. 역시 마드리갈 발표 직전에 공모가를 정하게 된다. 최소 3주 이상은 지연돼야 마드리갈 발표와 동종업계 주가변화를 확인하고 적정 가격을 매길 수 있다는 평이다.


한 기관투자가는 "보통 제약바이오 종목은 신약후보물질이 단계별(임상1상~NDA)로 '최초' 타이틀을 쥐면 테마주가 형성돼 경쟁사가 함께 부각되는 흐름을 보였다"며 "디앤디파마텍 공모주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마드리갈 발표 이후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것이 적정 가격을 평가하는데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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