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키트는 대표적인 팬데믹 수혜업종이다. 기업공개(IPO)로 형성되는 기업가치(밸류) 역시 시기별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였다. 펜데믹이 한창이던 3년전 IPO를 한 SD바이오센서는 5조원대로, 엔데믹이 거론되던 2년 전엔 바이오노트가 1조원대로 평가됐다.


엔데믹이란 단어조차 쉽게 쓰지 않는 2024년 현재는 어떨까. 진단키트로 떼돈을 번 오상헬스케어가 뒤늦게 공모에 나선다. 제시한 밸류는 최대 2100억원에 그친다.


공모주주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앞선 IPO주자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된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으로 발행사에게만 좋은 딜이됐다. 대규모 영업손실까지 기록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오상헬스케어는 바닥을 친 업종 투심을 반영해 밸류를 매겼다. 그리고 여전히 수천억원대 이익을 내고 있다.


◇ 주요 진단키트 IPO '조'단위서 '천억'대로 급강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오상헬스케어는 평가 시가총액을 3740억원으로 산출했다. 적용 PBR(주가순자산비율) 1.2배에 지난해 3분기말 자본총계(공모액 125억 포함) 3119억원을 곱한 수치다. 여기에 할인율 39.89~47.91%를 적용한 공모가 희망밴드 기준 시가총액은 1948억~2248억이다.



2~3년 전 주요 경쟁 IPO사들이 내세운 밸류와 비교하면 눈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진단키트 첫 IPO주자는 2021년 7월 상장한 SD바이오센서였다. 확정 공모가(5만2000원) 기준 시가총액이 5조3465억원에 달했다.


당시는 펜데믹 여파가 한창이던 때였던데다 자본시장 유동성도 풍부했다. 피크아웃 우려가 있긴 했지만 발행사가 적극적인 IR로 무마했다. 신흥국 등으로 시장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실적이 일순간에 없어지는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기관수요예측이 1143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로 흥행했다.



SD바이오센서는 상장 당시 연간 순이익이 6156억원 수준이었다. 밸류 평가방법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택했다. 공모가는 PER을 8.68배 적용한 단가다. 5조원대 밸류가 나온 비결이다.


두 번째 주요 IPO는 2022년 12월 상장한 바이오노트였다. SD바이오센서에 진단키트 원재료(시약)를 공급하는 관계사였다. 역시 단기에 막대한 부를 쌓은 곳이었다. 2022년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을 연환산한 금액이 5960억원이었다.


확정 공모가(9000원) 기준 밸류가 9420억원이었다. 당시는 엔데믹이 본격화하던 시기라 분위기가 SD바이오센서와 비교해 확연히 침체됐다. 본래 공모가 희망밴드가 1만8000원~2만2000원이었는데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이 3.29대 1로 바닥을 쳤다. 이에 공모가를 밴드 하단(1만8000원)의 절반 가격(9000원)으로 정하게 됐다. 그럼에도 조단위 밸류에 가까웠다.


그리고 선발주자들은 지난해 피크아웃이 본격화했다. SD바이오센서는 2022년만해도 매출이 2조9320억원, 영업이익은 1조146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4961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218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바이오노트 역시 지난해 3분기누적으로 영업손실이 488억원이다.


주가도 실적을 따라갔다. SD바이오센서는 이달 12일 종가(1만1650원) 기준 시가총액이 1조4501억원이다. 상장 당시(5.3조원) 비교해 4분의 1토막이 됐다. 같은 날 기준 바이오노트 시가총액은 4429억원으로 상장 당시(9420억원)와 비교하면 반토막이다.


오상헬스케어는 현재는 이들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밸류는 한참 낮은 수준이다. 공모가가 밴드 상단(1만5000원)으로 정해져도 시가총액(2248억원)이 바이오노트(4429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오상헬스케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영업이익 1501억원을 기록했다.



◇ PBR의 상징적 의미, 번 '현금'이 곧 밸류


밸류 평가방법으로 PBR을 택했다는 것 자체에 상징적 의미가 있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자본총계)으로 나눈 배율이다. 보유 자산이 기업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에 주로 쓰이는 멀티플이다. 보유자본과 예치금 등이 사업경쟁력을 좌우하는 금융기관이 대표적이다.



오상헬스케어가 PBR을 택했다는 것은 선발주자들과 달리 진단키트 사업성을 밸류에 녹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간 진단키트로 축적한  돈(자본총계)에 대해서만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오상헬스케이너는 2020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2878억원이다. 이로 인한 이익잉여금 누적으로 자본총계는 2019년 말 706억원에서 2023년 3분기말 2994억원으로 커졌다.


공모주주 입장에선 리스크가 큰 진단키트 사업에 비춰 밸류가 적정한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만약 오상헬스케어가 PER을 택했다면 시장 투심과 괴리가 커질 수 있다. 경쟁 상장사들은 영업손실로 인해 PER 도출이 불가능하거나, 소폭의 이익을 낸 탓에 PER이 크게 높아져 있다.


현재 흑자를 내고 있는 경쟁사 PER은 랩지노믹스가 72.45배, 바디텍메드가 17.13배, 아이센스가 78.34배다. 3사 평균이 78.34배에 이른다. 이를 오상헬스케어 최근 1년치(2022.4Q~2023.3Q) 순이익(1130억원)에 곱하면 밸류가 무려 8조8595억원에 달하게 된다.


오상헬스케어는 PBR을 택해 논란의 소지도 없애고 합리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모가 기준 밸류(1949억~2248억원)는 PER로 멀티플을 구하면 크게 낮다. 최근 1년치 순이익을 밸류를 나누면 PER은 1.7~2배에 그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투심까지 반영한 밸류라 양호한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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