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힘스는 기업공개(IPO) 공모에 제시한 기업가치(밸류)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 경쟁사인 세진중공업보다 저렴한 것이 근거다. 세진중공업은 현대힘스와 마찬가지로 선박 블록을 제조하는 곳이다.


현대힘스는 세진중공업보다 수익성에서 우위에 있다. 그런데 현대힘스 공모가 기준 멀티플은 세진중공업보다 낮다. 친환경 투자 등 미래대응력에 있어서도 현대힘스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 부채비율이 40%대에 그칠 정도로 재무상태가 건전하기 때문이다. 세진중공업은 150%대다.


◇ 대규모 사업부지가 필수, 세진중공업 핵심 피어


우선 세진중공업과 비교해야 하는 이유부터 알아보자. 현대힘스는 주가순자산비율(PBR) 방식을 통해 밸류를 구했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자본총계)으로 나눈 수치다. 통상 보유 부동산(유동자산)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종에 대입하는 멀티플이다.


현대힘스는 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곡블록 제조를 주력으로 한다. 선박 ▲기관실(엔진룸) ▲중앙부 ▲구상선수(뱃머리 하단) ▲LNG탱크 등이 주요 제품이다. 선박 크기가 초대형인만큼 곡블록 역시 대형이다. 곡블록을 제조하기 위해선 그만한 크기의 사업장을 확보해야한다. 사업장은 또 조선사 인근에 위치해야 한다.


(자료:증권신고서)


현대힘스는 고객사인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조선사가 위치한 인근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포항공장 6만4000평, 대불공장 8만7000평, 냉천공장 5만7000평, 천북 2만3000평 등 전체 23만3000평 규모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블록 생산업체 중 최대 규모다. 현대힘스가 PBR을 택한 이유다.


그리고 현대힘스는 피어그룹을 세진중공업과 케이에스피, 오리엔탈정공, 한국카본 등 4곳으로 꾸렸다. 이들이 증시에서 받는 PBR 평균값이 현대힘스 적용 PBR이 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가장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은 세진중공업이다.



세진중공업은 선원들의 주거공간인 데크하우스(Deck House)와 LPG탱크, 기타 블록 등 선체 제조를 주력으로 한다. 역시 거대 사업장을 요하는 제품들이다. 다른 피어그룹인 케이에스피는 중대형엔진부품을, 오리엔탈정공은 선박용크레인을, 한국카본은 LNG운반선보냉 등 산업재를 만드는 곳이다.


현대힘스 주가는 세진중공업이 받는 멀티플이 비교지표가 될 가능성이 피어그룹 중에선 가장 크다.


세진중공업이 제조한 데크하우스 전경(사진:홈페이지)



◇ 현대힘스 PBR 1~1.28배, 세진중공업 1.53배


현대힘스 피어그룹 4곳 PBR 평균치는 1.69배다. 세진중공업 개별 PBR인 1.53배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다. 현대힘스가 세진중공업보다 수익성과 재무상태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약간의 프리미엄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세진중공업은 외형은 현대힘스보다 크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2742억원으로 같은 기간 현대힘스(1343억원)의 두 배 가량 된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세진중공업이 81억원이고 현대힘스가 110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세진중공업이 3%, 현대힘스는 8.2%다. 직전 3년(2020~2022년) 평균 연간 영업이익률도 현대힘스가 3.9%, 세진중공업이 3.1%로 현대힘스가 앞섰다. 현대힘스가 HD현대그룹이 지분을 보유한 전략적파트너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모주주들에게 투자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할인'을 감안하면 현대힘스 공모주는 세진중공업보다 저렴해진다. 현대힘스 평가 시가총액은 2959억원이다. 적용 PBR(1.69배)에 지난해 3분기말 자본총계(1749억원)을 곱한 수치다.


여기에 할인율 24.2~39.84%를 적용했다. 할인을 한 공모가 희망밴드(5000원~6300원) 기준 시가총액은 1780억~2243억원으로 낮아진다. 이를 자본총계(1749억원)로 나누면 PBR이 1.02배~1.28배로 도출된다.


공모가가 상단(6300원)으로 정해져도 현대힘스 멀티플(1.28배)은 세진중공업(1.53배)보다 0.25배포인트 낮다. 하단(5000원)으로 정해지면 0.51배 포인트로 벌어진다. 투자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차익폭이라 할 수 있다.



◆ 친환경 탱크에 공모자금 투입, 돋보이는 미래대응력


재무상태도 비교 포인트다. 중장기 성장여력과 연관이 있다. 조선사들은 국제해사기구(IMO) 규제에 맞춰 친환경 선박제조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조선업 슈퍼싸이클을 심화(선박교체)하는 요인 중 하나다. 기자재사들도 친환경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현대힘스는 조선업호황에 대비해 저금리 시기(2021~2022년) 곡블록 생산시설 확충을 해둔 덕에 투자부담이 크지 않고 재무상태도 가볍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총계가 733억원, 자본총계가 1749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1.9%에 그친다.


덕분에 IPO로 공모한 자금은 곡블록이 아닌 미래사업에 온전히 투자하기로 했다. 공모가 하단 기준 공모액이 435억원인데 이중 구주매출분(174억원)과 기타비용을 제외한 253억원을 신사업인 '독립형 탱크' 공장설립에 쓰기로 했다. 총 사업비가 900억원인데 IPO로 부담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나머지 자금은 앞으로 벌 현금과 차입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독립형 탱크는 친환경선박 시장을 노린 제품이다. 친환경 선박은 LNG와 LPG, 메탄올과 암모니아, 액화이산화탄소, 액화수소 등을 추진연료로 삼는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추진연료 저장소 역할을 하는 것이 독립형 탱크다. 현대힘스는 2025년까지 10만평 규모의 공장을 만들고 2026년부터 시제품을 생산, 그 해 말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사진:IR자료)


반면 세진중공업은 상대적으로 과중한 재무부담이 오래전부터 지속돼왔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부채총계 3324억원으로 자본총계(2120억원)를 크게 상회한다. 부채비율이 156.8%다. 이자가 발생하는 빚을 상당히 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총차입금이 2573억원이다. 이에 따른 금융비용은 3분기누적으로 99억원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구주매출이 자체적 할인요인이긴 하지만 업황 잠재력을 봤을 때 적절한 수준의 밸류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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