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지표 중 하나는 주관사의 기업가치 산정(밸류에이션) 성향이다. 해당 공모주의 상장 후 수익률로 밸류에이션이 보수적이었는지 혹은 공격적이었는지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작년 IPO 대표주관 상위 5개사 가운데선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주관딜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다. 상장일 종가 기준으론 삼성증권이, 현재가 기준으론 NH투자증권이 최하위다.


반대로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상장일과 현재가 기준 모두 KB증권이었다. 공모주 열기가 높아진 작년 4분기에 집중적으로 IPO를 실행(익스큐션)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삼성증권 상장일 47%, 5개사평균은 82%


상위 5개사가 2023년 실행한 IPO 48건의 상장일 평균수익률은 82.1%로 집계됐다. 개별 딜의 상장일 종가 수익률(공모가 대비)을 산술평균한 수치다. 이 같은 평균적 고수익이 증시침체에도 IPO 투자열기가 지속되고 있는 배경이다.



다만 증권사별로는 온도차가 있다. 상장일 기준 수익률이 가장 낮은 곳은 삼성증권으로 6개딜의 평균 수익률이 46.8%다. 평균치(82.1%)보다 35.3%포인트 낮다. 작년 11월 상장한 큐로셀 수익률이 8.5%, 에이직랜드는 21.2%에 그친 것이 평균을 낮추는데 영향을 줬다.



삼성증권이 공모가를 높이는 성향이 강한 것도 낮은 수익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6개딜 가운데 5개딜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보다 높였다. 공모가를 높인 5개딜의 평균할증율(밴드상단 대비)도 13.5%로 5개사 중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나머지 4개사 상장일 수익률은 평균치(82.1%)에 근접하거나 높다. 미래에셋증권이 73.3%, 한국투자증권이 74.9%, NH투자증권이 83.4%다. KB증권은 무려 150.5%로 압도적으로 수익률이 우수했다.



KB증권 수익률이 유독 높은 이유는 작년 12월 IPO 시장 과열 단초역할을 한 딜을 두 개나 실행한 덕분이다. LS머트리얼즈와 DS단석이 상장일 종가가 가격제한폭(상승률 300%)까지 올랐다. 나머지딜들도 열기가 붙었던 10~11월에 실행했다.



개별 딜 기준으로 수익률이 가장 부진한 종목은 파로스아이아비오였다. 상장일 종가(8730원)가 공모가(1만4000원)보다 무려 37.6% 낮았다.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한 딜이다. 이어 파두(-11%, NH), 에이엘티(-9.8%, 미래), 동인기연(-2.8%, NH) 순으로 손실이 컸다. 상장일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곳은 작년 48건 가운데 이들 4건 뿐이다.



반대로 수익률이 높았던 IPO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LS머트리얼즈(KB)와 DS단석(KB) 외에, 필에너지(237.1%, 미래)와 그린리소스(207.6%, NH)가 상위권에 랭크된 딜이다. 이어 스튜디오미르(미래)와 오브젠(한국), 마녀공장(한국) 등이 160% 수익률을 기록하며 뒤따랐다.


◇ NH증권 현재가 기준 9.5%, 10건 중 5건 손실 중


현재(1월 24일) 종가 기준으론 수익률 순위가 달라진다. 상장일 수익률이 단기투자자에게 중요하다면, 조정을 거친 현재가는 의무보유확약을 거는 중장기 투자자(기관)들에게 보다 의미 있다.


5개사 전체 48건의 현재가 기준 평균수익률은 54.6%다. 상장일 평균수익률(82.1%)보다는 낮지만 우수한 수준이다. 다만 역시 증권사별로 편차가 크다.


현재가 수익률이 가장 낮은 곳은 NH투자증권으로 10건 평균치가 9.5%에 그친다. 10건 가운데 절반인 5건이 현재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탓이다. 장기투자를 했다면 손해를 보고 있는 딜이다.


유진테크롤로지 수익률이 -32.6%로 가장 낮고 이어 빅텐츠(-30.7%), 파두(-23.5%), 지아이이노베이션(-15.2%), 알멕(-12.4%) 순으로 손실이 크다. 동인기연(0.5%)과 메가터치(4.2%)는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바닥권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캡스톤파트너스(41%)와 그린리소스(47.9%), DS단석(116%) 등 3개사 정도가 우수하다.



나머지 4개 증권사는 전체 평균치(54.6%)와 유사하거나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가 기준 평균수익률이 45.4%, 삼성증권은 50.9%, 한국투자증권은 52.5%다. KB증권은 현재가 기준으로도 수익률이 114.4%로 압도적으로 높다. 역시 작년 4분기 실행한 딜들이 많은 영향이다.


개별 딜로보면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손실이 가장 큰 딜이다. 현재가가 8550원으로 공모가(1만8000원)대비 52.5% 낮아져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주관했다. 이어 필에너지(-48.4%, 미래)와 쏘닉스(-39.1%, KB), 유진테크놀로지(-32.6%, NH), 빅텐츠(-30.7%, NH) 순으로 손해가 크다.



반대로 수익률이 가장 우수한 딜은 LS머트리얼즈다. 현재가가 3만4300원으로 공모가(6000원)보다 471.7% 올라있다. KB증권이 대표주관했다. 이어 에코프로머티리얼즈(377.9%, 미래), 두산로보틱스(211.5%, 미래‧한국), 퀄리타스반도체(137.6%, 한국), 에이직랜드(119.2%, 삼성) 순으로 수익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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