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 과열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 12월 케이엔에스 이후로 이달 26일 현재까지 총 7개사가 상장했는데 이중 5개사가 상장일 주가가 가격제한폭(상승률 300%)까지 올랐다. 다른 두 곳도 공모가 대비 90% 이상 올랐다. 회사가 제시한 가격보다 2~4배 비싼 가격에 주식이 팔리는 '묻지마 투자' 광풍이다.


비이성적 열기는 언제든 사그라들 수 있는 것이 문제다. 거품이 꺼지면 기업 펀더멘털에 따라 공모주 수익률에서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연장선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주목하는 곳은 상장을 앞둔 포스뱅크다.


펀더멘털에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투자열기' 덕에 공모가 크게 흥행했다. 공모가도 희망밴드 상단보다 20%나 높게 잡았다. 포스뱅크는 외식업체 등에 쓰이는 포스(POS, Point Of Sale) 단말기를 공급하는 곳이다. 비접촉 포스제품으로 코로나19로 실적이 반등했다가 엔데믹이 도래한 지난해 역성장을 했다.


◇ 미국 P사용 '비접촉' 포스 교체수요 덕 실적반등


포스뱅크는 오는 29일(월) 상장한다. 앞서 이달 중순 진행한 기관수요예측에서 경쟁률 839대1을 기록하며 흥행,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1만5000원)보다 20% 비싼 1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액도 최초 195억원(밴드하단 기준)에서 270억원으로 확대됐다.



'광풍'의 단초역할을 한 케이엔에스(2023년 12월 6일 상장) 이후 8번째 주자다. 케이엔에스부터 상장일 종가가 가격제한폭(공모가 대비 300% 상승)오르는 사례가 잇따랐다. LS머트리얼즈와 DS단석, 우진엔텍 등 4건이다. 이달 26일 상장한 현대힘스도 오후 2시 현재 제한폭까지 오른 가격을 지속하고 있다. 이외 블루엠텍(168.5%), HB인베스트먼트(97.1%)도 상장일 수익률이 우수했다.


포스뱅크를 주목하는 이유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딜로 보기 때문이다. 포스뱅크 마저 상장일 폭등을 한다면 '광풍'이 지속되는 것이고, 아니라면 옥석가리기가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HB인베스트먼트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97.1%)을 보이며 조짐이 드러났다.


포스뱅크에 제기된 '펀더멘털 불확실성'을 이해하려면 2021년 실적반등 배경을 봐야 한다. 포스뱅크는 2003년 설립된 장수업체로 당시 생소했던 포스단말기(이하 포스)를 국내에 상용화시킨 곳이다.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적극 노려 현재는 수출액이 훨씬 크다.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의 74%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또 해외매출의 42%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포스뱅크 제품 라인업(사진:유진투자증권)


포스는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계산을 할 때 포스가 처리한다. 포스는 식당주에게는 실시간 판매정보를 집계해주고, 각종 사무처리와 경영분석 기능까지 수행하면서 수요가 확대됐다.


포스뱅크는 2020년까진 완만한 성장을 했다. 2016년 445억원이던 매출이 2020년 617억원으로 커졌다. 4년 연평균 성장률이 8.9%였다. 수익성도 높지 않았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발생한 매출이 2846억원이고, 영업이익은 58억원이었다. 5년치 영업이익률이 2%에 그친다.



그러다 코로나19를 만나 반등했다. 2021년 매출이 915억원,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치솟았다. 영업이익률도 10.3%로 몰라보게 높아졌다. 최종 고객사인 글로벌 맥도날드가 비접촉 방식으로 포스를 교체하거나 새로 도입한 것이 핵심배경이었다.


특히 당시는 반도체 부족현상으로 시장 전반적으로 포스 공급이 원활치 않았다. 그런데 포스뱅크는 경쟁사들 대비 반도체 재고를 확보해둔 덕에 적기 공급을 할 수 있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포스뱅크는 미국 주요 포스업체 P사에 ODM(제조자개발생산)으로 포스를 공급하고, P사는 다시 맥도날드에 납품하는 구조로 사업을 하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P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9.8%(122억원)에서 2021년 32.1%(29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단가가 높은 신제품(비접촉)을 공급하며 수익성 개선까지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뱅크 주요 고객사(사진:유진투자증권)


◇ 엔데믹 오자 역성장, P사 매출 반토막


다만 실적 개선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연결기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635억원, 영업이익은 83억원이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735억원)은 13.7%, 영업이익(105억원)은 2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4.3%에서 13.1%로 1.2%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부터 역성장 조짐이 있었다. 2021년 반등한 이후 더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매출(915억원)은 2021년과 동일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021년 94억원(이익률 10.3%)에서 2022년 120억원(13.1%)으로 증가했다.


역시 P사에 기인한 실적 둔화다. P사 매출비중은 2022년 28.2%(258억원)로 전년(32.1%, 294억원)대비 소폭 하락하더니, 2023년 3분기에는 18.2%(115억원)로 코로나19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P사 매출(115억원)을 연환산하면 150억원 가량 된다. 호황기인 2021년(294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됐다.



이에 일부 기관은 포스뱅크 실적개선이 일회성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펀더멘털 불확실성이 제기된 이유다. 더불어 신제품 수요가 감소하면 현재 10%대인 수익성도 과거 수준(2%대)으로 회귀할 수 있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 기관투자자는 "포스뱅크 펀더멘털은 결국 수출이 좌우하는데 핵심 고객사인 P사 매출이 꺾인 상태에서 IPO를 했다"며 "비접촉 교체수요와 경쟁사(반도체 부족) 이슈로 반등했던 측면이 있어 향후 성장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뱅크는 기관 대상 IR(기업설명회)에서 두 가지 방어논리로 대처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P사 매출이다. P사 매출이 줄어든 것은 또 다른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고객사가 재고조정을 한 영향이고, 올해 신제품이 출시되면 매출이 다시 회복될 것이란 주장이다.


더불어 미국 내 포스시장 1위인 N사와의 신규공급 계약도 올 2분기부터 진행돼 성장에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40% 가량 증가할 것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다만 방어논리가 모두 '전망'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앞선 관계자는 "방어논리는 IR전 예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시장 분위기는 차치하고 기업만을 봤을 때는 희망밴드 상단(1만5000원) 기준으로도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스뱅크에 올해 P사와 N사 예상매출과 근거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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