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는 아직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1~2년 내 상장은 어렵다고 본다"


국내 투자은행(IB) 한 IPO(기업공개) 실무자의 평이다. 야놀자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소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한 것을 계기로 나스닥 상장이 임박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기에 극복하기 힘든 걸림돌이 있다.


이른 바 마지노선이 정해진 기업가치(밸류)다. 3년전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할 당시 매출은 3300억원대였는데 밸류는 10조원에 달했다.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 비싼 값으로 받은 투자다.


그런데 야놀자는 3년이 지난 현재 10조원대로 평가받기도 쉽지 않다. 글로벌에서 내로라하는 온라인여행플랫폼(OTA) 기업이 받는 멀티플을 대입해 보면 야놀자 밸류는 후하게 잡아도 5조원대에 그친다.


특히 '성장성'에만 기댄 IPO는 외면 받을 수 있다. 쿠팡이란 선례 탓이다. 쿠팡은 주가가 상장 당시보다 3분의 1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흑자로 전환한 지 얼마되지 않는데다 이익폭도 크지 않은 탓이다. 야놀자는 수익성까지 장착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 소프트뱅크 2021년 10조 밸류로 투자


야놀자는 2023년 12월 알렉산더 이브라힘(사진)을 CFO로 영입했다. 20년 이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근무하며 아시아, 북남미 등 수백 개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IPO와 자본조달을 지원한 인물이다. 나스닥 상장 추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국내 IB 생각이 다른 것은 야놀자가 너무 비싼 가격에 투자를 받은 것에 기인한다. 야놀자는 2021년 7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신주에 1조원, 구주에 1조원 등 총 2조원을 투자했다. 당시 신주는 밸류를 10조원대로 평가했다. 비전펀드 지분율은 올 3분기말 기준 24.99%다.


야놀자는 2021년 연간 매출이 3302억원이었다. 매출 기준 밸류 평가방법인 주가매출비율(PSR)로 따지면 멀티플을 약 30배로 부여한 셈이다. 현재 시점으로 보면 과도한 멀티플이다. 당시는 팬데믹으로 인한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되던 시기로 유동성이 풍부했고, 기업주식도 그만큼 비싸게 팔렸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거품이 걷히고 있는 현시점에선 PSR기준 멀티플이 10배도 과하다"고 말했다.


◇ 미국 OTA 부킹홀딩스 PSR 5.5배


투자한 기간이 늘어날수록 FI가 원하는 밸류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업계에선 야놀자가 1~2년 내로 IPO를 하면 FI가 최소 20조 밸류를 희망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야놀자의 펀더멘털이나 체급은 이 정도 밸류를 지탱할 만큼 개선되지 않았다.


미국 OTA 대장주 격인 부킹홀딩스(Booking Holdings Inc)가 미국 증시(나스닥)에서 받는 멀티플을 대입해 보면 추정할 수 있다. 야놀자가 나스닥 상장에 도전하면 핵심 피어그룹(유사기업군)이 될 곳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부킹홀딩스는 △호텔과 모텔 등 숙박시설 뿐 아니라 △렌터카와 공항 택시, 항공, 크루즈를 비롯한 교통수단 △식사 장소 △여행 패키지 등 여가활동에 필요한 예약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야놀자가 국내 위주로 영위하는 사업을 글로벌에서 전개한다. 220여 국가에 40만개 숙박시설 예약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부킹홀딩스는 2023년 3분기까지 누적매출이 21조6465억원, 영업이익은 6조8225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31.5%다. 3분기누적매출이 전년 연간치(22조311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3분기누적영업이익은 전년 연간치(6조6607억원)를 넘어섰다. 야놀자와 비교하기 힘든 수준으로 체급이 큰데 성장성과 수익성도 갖췄다.



그런데 증시에서 받는 멀티플이 야놀자 대비 크게 낮다. 부킹홀딩스는 이달 2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이 158조원이다. 이를 2023년 3분기까지 매출(한화 21조6465억원)을 연환산한 연간 추정매출(28조8620억원)로 나누면 PSR이 5.5배로 도출된다.


야놀자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국내용 체급이다. 2023년 3분기까지 매출 5608억원에 영업손실 165억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매출의 10%(577억원) 정도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여러모로 열위하지만 부킹홀딩스가 받는 멀티플(5.5배)을 야놀자 2023년 연간 예상매출(6704억원)에 대입하면 밸류는 3조6872억원으로 계산된다.


2023년 연간 매출을 1조원으로 후하게 잡아도 밸류가 5조5000억원이다. FI 기대밸류(20조원)는 물론 투자밸류(10조원)에도 못미친다. IB 일각에서 아직 증명해야할 것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다.



◇ 쿠팡에 대한 안좋은 기억, '수익성'도 갖춰야


특히 야놀자는 소폭의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낮은 수익성도 IPO 전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CPNG)이 미국 투자자들에게 안좋은 기억을 남겼기 때문이다. 성장성만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딜이 됐다.


쿠팡은 상장 직전인 2020년 영업손실이 5000억원이 넘어 밸류 평가방법으로 PSR을 택했다. 그리고 2021년 3월에 11일 상장했는데 그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886억5000만달러(한화 100조4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2일 기준 시가총액은 281억달러(한화 36조8000억원)이 됐다. 3년만에 시가총액이 3분의 1수준이 됐다.


쿠팡 주가(사진:구글 금융)


기대했던 수익성 개선이 더딘 것이 원인 중 하나다. 로켓배송을 시작한지 8년만인 2022년 3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 6조6776억원에 영업이익이 101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5%였다. 이후로도 1년동안 바닥권 수익률을 지속했다. 2023년 3분기 매출은 8조942억원, 영업이익은 114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4%다.


성장성이 높은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기만 하면 수익성 개선을 이룰 것이란 기대가 이뤄어지지 않았다. 야놀자에겐 미국 투자자들이 다른 잣대(수익성)를 요구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다.


앞선 IB 관계자는 "미국 상장을 택한 건 국내서는 투자자보호를 중시하는 감독기관 탓에 원하는 밸류로 상장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본다"이라며 "그런데 미국서도 현 시점에서 희망밸류(20조원)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성향은 알 수 없지만 국내 기관투자자 입장으로 바라보면 현재 실적으론 밸류에 대한 저항이 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야놀자 관계자는 "IPO에 대한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