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현금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이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 현 재무상태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최근 기업어음 본평가 보고서에서 내린 평가다. 2020년 이후 3조6000억여원을 환경과 에너지 사업확대에 썼는데 현금창출력은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았다. 그 새 차입규모는 1조원에서 6조원 수준으로 불었다. 연간 이자 부담이 30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 됐다.


기업공개(IPO)를 하기 전 반드시 개선해야할 부분이다. 자칫 IPO가 빚을 갚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질 수 있다. 공모주주들이 원하는 건 공모자금이 '성장'에 쓰여 주가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살' 빼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투자은행(IB)업계 시각이다. 새 경영진(장동현‧채준식)이 투입된 이유로도 본다.


효율화 대상은 그간 일군 신사업 중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환경 부문에 속한 '폐기물 처리'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약 1조8000억원을 들여 사들였는데 이익 기여도가 크지 않다. 기업가치(밸류) 측면에서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평가다.


◇ 이익 절반 이자로, 현금흐름 1조 적자...한기평 "자본확충, 자산매각 필요"


SK에코플랜트는 올 3분기말 기준 총차입금이 5조7117억원이다. 친환경 투자에 시동을 걸기 전인 2019년말(1조636억원)과 비교하면 4조648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도 2053억원에서 4조5033억원으로 뛰었다. 투자재원을 차입으로 마련한 결과다.



그런데 현금창출력은 기대에 못미쳤다.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9년 4676억원에서 2020년 3147억원, 2021년 2089억원으로 되레 줄다가 2022년 3254억원으로 반등했다. 올해는 3분기누적으로 4727억원을 기록해 최근 4년새 가장 양호한 실적을 냈다.


연환산을 하면 올 연간 EBITDA는 6303억원이다. 다만 그 새 폭증한 차입을 감안하면 만족스럽지 않다. 올 EBITDA(6303억원)는 투자전인 2019년(4676억원)보다 34%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 증가율은 437%다.


한기평이 재무부담이 과중하다고 평가한 이유다. 빚을 감당할 능력을 보는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현 회사채 신용등급(A-)을 지지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순차입금/EBITDA는 2019년 0.4배에서 올 3분기말 기준 7.1배로 뛰었다. 신용등급 하향 변동요인(7배 이상)을 터치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회사채 신용등급 변동요인(자료:한국기업평가)


재무적 악순환이 이어지는 구조다. 차입은 이자가 발생하는 빚이다. 고금리 탓에 SK에코플랜트는 올 3분기누적으로 이자비용을 2324억원 지출했다. 전년 동기(1157억원)와 비교해 두 배가 됐다. 올 3분기까지 벌어들인 EBITDA(4727억원)의 절반이 이자로 나간다.


이에 올 현금흐름은 EBITDA가 늘었음에도 열악해졌다. EBITDA에서 이자와 법인세, 운전자본 등을 차감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 3분기누적으로 마이너스 8465억원이다. 돈을 쓰면 영업을 했다는 의미다.



여기서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금까지 차감한 프리캐시플로우(FCF)는 마이너스 1조924억원이다. 돈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것인데 이를 차입으로 다시 채웠다. 늘어난 차입만큼 이자부담은 가중된다. '과중한 차입→이자부담→낮은 현금창출력→자금부족→추가 차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확장한 신사업이 재무적 효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IPO가 매력적일 수 없다. 게다가 SK에코플랜트는 핵심 미래사업인 폐배터리와 그린수소 사업에는 앞으로도 지속 투자해야 한다. 현 상태라면 차입을 줄이기 힘들고, 재무적 악순환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재무 완충카드는 이미 상당히 썼다. 2022년 전환상환우선주(4000억원)와 전환우선주(6000억원)를 발행했다. 올해는 자회사 환경시설관리 우선주도 매각(1113억원)하고 자회사 리뉴원(옛 대원그린에너지)이 교환사채(3237억원)를 찍었다. 그럼에도 올 연결기준 FCF가 마이너스 1조원이었다.


한기평은 "피인수업체들의 이익창출력을 감안할 때 중단기간 영업현금창출력에 기반한 차입부담 축소여력 높지 않을 전망"이라며 "자본확충과 자산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3년 지난 폐기물처리사업 순이익률 2%대


이른 바 '자산효율화'가 강제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M&A로 확장한 신사업은 크게 ▲폐배터리(테스) ▲그린수소(블룸SK퓨얼셀) ▲대기업형 폐기물 처리(환경시설관리) ▲해상풍력(SK오션플랜트) 등이다.


이 가운데 ▲기업형 폐기물 처리에 대해선 IB 일각에서 투입한 비용 대비 실효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9165억원에 인수하며 이 사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사진:홈페이지)


환경시설관리는 폐기물을 소각, 매각, 수처리하는 기업이다. 이후 볼트온(bolt-on, 유사기업을 인수해 투자가치 상승을 노리는 전략)을 통해 규모를 키웠다. 디디에스와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클렌코, 그린환경기술, 제이에이그린 등 충청권 폐기물처리업체 6곳과 도시환경(경기), 이메디원(전남) 등 총 8곳을 약 8770억원에 사들였다.


폐기물 처리사업에 들인 돈이 환경시설관리를 포함해 1조7935억원에 달한다. 2020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전체 지분투자액(3조6768억원)의 절반 규모다. 중소중견사들이 전국 각지에 산개해 영위하던 사업을 '대기업'형으로 전환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목적이었다. AI(인공지능) 소각로를 도입해 유해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폐기물 유통과정에 대한 디지털화를 추진해 고객사들의 'ESG' 성과를 돕는 사업모델도 도입했다.


SK그룹이 지향하는 '친환경'에 부합하는 사업임은 틀림없지만 실익이 크지 않았다. 기업형 폐기물 처리사업이 포함된 환경부문은 매출이 2021년 5300억원, 2022년 9327억원, 올해는 3분기누적으로만 9273억원이 됐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올 3분기누적으로 116억원 적자를 냈다. 이익이 났던 2022년에도 영업이익률이 6.4%(628억원) 수준이었다.



다만 환경부문에는 핵심동력인 폐배터리(계열사 테스) 사업도 포함돼 있어 개별 폐기물 계열사들 현황을 따로 볼 필요가 있다. 따로 보더라도 수익성이 높지 않다. 환경시설관리가 올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률이 1.5%다. 리뉴원과 성주테크, 삼원이엔티, 강동그린컴플렉스, 클렌코 등 관련 계열사까지 포함한 전체 순이익률은 2.8%다.



재무상태가 양호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신사업이다. 혁신성(대기업형 전환)과 사회적 기여도로 보면 우수한 성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IPO 기여도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수익성이 낮아 밸류 제고에 활용하기 힘든 탓이다. 투입비용(약 1.8조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SK에코플랜트가 그간 사업고도화를 진행했기에 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보다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한 IB 관계자는 "경영진 변화로 IPO 밸류 제고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화두가 던져진 상황"이라며 "폐기물 처리 사업은 자금은 많이 투입했는데 이익이 크게 나는 사업이 아니어서 밸류 기여도가 낮다고 본다. 고민(효율화)을 해 볼만한 사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전사 사업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차입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라며,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가 됐으며 재무건전성 개선 및 내적성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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