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새 신규 상장한 동인기연(아웃도어)과 씨싸이트(의류)가 비교 조명되고 있다. 유사한 업종인데 상장 방식에 따라 시가총액에서 희비가 갈리고 있는 탓이다.


동인기연은 제조자개발생산(ODM)인데다 실적이 씨싸이트 대비 우월하다. 기업공개(IPO)는 일반공모 방식을 택했다. 씨싸이트는 경쟁력이 한 단계 낮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고 스팩(SPAC) 합병으로 상장했다. 그런데 현재 시가총액은 씨싸이트가 2000억원대로 동인기연(1300억원)을 700억원 가량 앞선다.


일각에선 동인기연이 공모 과정에서 평판이 실추된 영향으로 평가했다. 고평가된 기업가치(밸류)와 대주주의 구주매출 등에 기인해 수요예측에서 참패했다. 그 여파가 상장 후에도 이어져 현재의 결과를 만들었다. 반면 씨싸이트는 스팩합병 덕에 잡음 없이 상장했고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 펀더멘털은 동인기연, 몸값은 씨싸이트 우위


동인기연은 올 11월 21일 공모가 3만원으로 상장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838억원이었다. 이달 27일 종가는 2만1200원, 시가총액은 1299억원이 됐다. 한 달여 만에 시가총액이 30% 가량(539억원) 줄었다.


씨싸이트는 올 12월 21일 기준가 3만원으로 상장했다. 기준가 기준 시가총액은 1713억원이다. 그리고 이달 27일 종가는 3만5500원, 시가총액은 2028억원이 됐다. 기준가보다 18.3% 올랐다. 씨싸이트 시가총액(2028억원)이 동인기연(1299억원)보다 700억원 가량 높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동인기연이 증시에선 훨씬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동인기연은 정인수 대표가 1992년 설립한 전문가용 등산용품 ODM사다. ODM은 고객사 브랜드를 단순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까지 하는 사업이다.


자체 경쟁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동인기연은 명품 브랜드인 캐나다 '아크테릭스'와 미국 '그레고리'의 블랙다이아몬드, 마무트,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배낭을 ODM으로 만든다.


실적도 우수하다. 지난해 매출 2506억원에 영업이익 42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7%다. 전년에 비해 매출(1684억원)은 48.8%, 영업이익(188억원)은 127.1% 늘면서 높은 성장성도 보여줬다.



이와 비교하면 씨싸이트는 펀더멘털이 한 수 아래다. 1999년 설립된 씨싸이트는 단순 생산만 하는 OEM사다. 주요 글로벌 의류 기업인 갭(GAP)과 에이치앤엠(H&M), 아메리칸이글(AEO)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856억원, 영업이익은 13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7.1%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3.9% 늘어나는데 그쳤다. 사업모델(OEM)과 외형, 수익성, 성장성에서 모두 동인기연에 뒤쳐진다.



◇ 동인기연, 밸류 고평가에 대주주 구주매출 잡음


애초 양사가 비슷한 몸값으로 상장한 것부터 아이러니였다. 동인기연(1838억원)과 씨싸이트(1713억원) 상장 시가총액이 100억원 차이였다. 그리고 이후 역전과 함께 괴리가 더 커졌다. 양사 투자자들도 수익률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IPO 방식에 기인한 결과다.


동인기연은 정공법을 택했다. 기관수요예측(공모)을 통해 공모가를 정하고 상장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평판이 실추됐다. 우선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다. 멀티플이 높은 해외기업을 유사기업으로 정해 적용 주가수익비율(PER)을 12.22배로 도출했다. 국내사로만 유사기업을 정했을 경우 PER은 6.65배에 그친다. 국내 관련업종에 대한 투심을 일부 왜곡한 셈이다.


여기에 '대주주의 구주매출'이 밸류를 부풀린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 대표는 상장 전 419만9000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중 12만8000주를 매각하기로 했다. 공모가 희망밴드(3만3000원~3만7000원) 상단 기준으로 47억원 규모 물량이었다.


기관들은 냉대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26.37대 1에 그쳤고,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제로였다. 그 결과 동인기연은 밴드 하단에도 못 미치는 가격(3만원)으로 상장하게 됐다. 정 대표 구주매출 물량도 10만2400주(약 30억원)로 줄었다.


평판 악화 여파는 상장 후에도 지속됐다. 상장한 이후 한 달여 지난 현재까지 종가가 공모가를 상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상장 첫날 종가(2만9150)가 공모가를 밑돈 것을 시작으로 내리 낮아져 2만원 초반대가 됐다. 공모주주들이 탈출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 스팩 공모주 투자자 최소 수익률 172%


반면 씨싸이트는 스팩합병으로 상장한 덕에 공모주 투자자들이 '대박'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공모(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유일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명목회사)다. 기업 입장에선 이미 상장해 있는 스팩을 피합병해 우회상장하게 된다.


씨싸이트에 피합병된 스팩은 'NH스팩28호'였다. NH스팩28호은 2022년 12월 설립돼 올 3월 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공모해 모은 자금은 68억원이다. 이 자금과 스팩 존속기간 동안 불어난 이자가 피합병 때 씨싸이트에게로 유입된다. 일반상장 신주모집과 유사하다.


NH스팩28호는 공모 당시 기관 75% 일반 25% 비중으로 투자자들을 모았다. 이들이 매수한 주당 가격은 2000원이었다. 그리고 올 9월 씨싸이트는 NH스팩28호와 합병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합병 전 씨싸이트 주식 주당 가격은 1만997원으로 산출했다.


양사의 자산가치에 따라 합병비율은 1대 0.1818678로 정해졌다. 씨싸이트가 1이다. 합병대가로 씨싸이트가 NH스팩28호 주주들을 대상으로 합병비율에 맞춰 신주를 발행하는 구조였다. NH스팩28호 주식 11주를 들고 있으면 씨싸이트 신주를 2주 받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수익률을 추정할 수 있다. NH스팩28호 주식 11주 매입에 드는 돈은 2만2000원이다. 결과적으로 씨싸이트 신주 2주 가격(2만2000원)이 된다. 1주 가격은 1만1000원이다. 이를 상장일 기준주가(3만원)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172%다. 이달 27일 종가(3만5500원)에 대입하면 수익률이 222.7%에 달한다.


물론 NH스팩28호 공모주 최초 보유자에 한한 수익률이다. 양사 합병일은 올 12월 5일이었고, NH스팩28호는 올 12월 1일에 거래가 정지됐다. 그 전까지 손바뀜이 상당수 일어났을 수 있다. NH스팩28호 주가가 합병 발표 이후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마지막 거래일인 11월 30일 종가가 5450억원으로 공모가(2000원)의 2.7배 수준이 됐다.


씨싸이트 상장 당시 기준가(3만원)가 합병전 평가가격(1만997원)을 크게 상회한 것도 NH스팩28호 주가가 상승한 영향이다. 기준가는 스팩의 마지막 거래일 종가에 합병비율을 나눠 산출하게 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동인기연은 공모 과정에서 잡음이 있어 상장 후에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주가가 지속 하락한 것으로 본다"며 "평범한 OEM사인 씨싸이트가 스팩 활용덕에 훨씬 높게 평가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 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