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은 '보수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영위해 온 사업이 그렇다. 산업의 기초소재인 전선과 전기동, LPG(액화석유가스), 도시가스 등을 생산하는데 모두 독점이거나 과점적 지위에 있다. 비약적 성장을 기대하거나 큰 돈을 벌기도 힘들지만 '안정적 유지'가 장점인 사업들이다.


그런 LS그룹이 구자은 회장 체제 들어 '변화'를 선포했다. 기존 사업만으론 미래가 없다는 것을 통감하고 성장산업에 뛰어들었다. 올 초 2차전지 소재와 재생에너지 사업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첫 해 성과는 '합격점'이다. 거시경제가 비우호적임에도 실적개선을 이루며 재무적 완충을 이뤄냈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더불어 올해 2차전지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과 합작에도 성공했다. 선언 첫 해 청사진 일부를 실현시켰다.


◇ 그룹 현금흐름 3년 연속 마이너스, 20조는 '공격적'


구 회장은 올 1월 2일 '비전 2030'을 선포했다. 2030년까지 8년간 20조원 이상을 미래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핵심은 '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CFE, Carbon Free Electricity) 시장 선도다. ▲풍력과 태양광, 수소, 해저케이블 등 재생에너지와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산업을 세부 투자처로 꼽았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2023년 1월 2일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비전 2030을 선포하는 모습(사진:LS그룹)


올해부터 연간 2조5000억원을 8년간 더 쓰겠다는 의미다. 고금리와 원가상승, 경기침체 등 비우호적 환경에서의 결정이다. 특히 LS그룹 현금창출력으로 감안하면 도전적 과제다. 직전 3년을 봤을 때 현금을 쌓지 못하고 유출하면서 그룹을 유지했다. 신사업까지 하려면 더 큰 빚을 지거나 주식 자산을 팔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LS그룹 합산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조3527억원이다. 그런데 이자와 법인세, 운전자본 등을 제외하면 6177억원(영업활동현금흐름)이 남는다. 여기서 설비투자비(6177억원)와 배당금(3215억원)까지 써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 FCF)은 마이너스 5193억원이 된다.



번 돈(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투자와 배당으로 쓰는 금액이 더 크다. 이에 이미 부족자금을 자산매각과 빚으로 마련하고 있다. FCF는 2022년뿐만 아니라 2020년(380억원)과 2021년(3047억원)에도 마이너스였다.


LS그룹 3대 지주사 가운데 신사업 투자주체인 ㈜LS만 따로 떼놓고 보면 현금흐름이 더 열위하다. 지난해 연결기준 EBITDA가 9000억원으로 그룹전체(2조3527억원)의 40% 수준이다. 역시 각종 지출을 제외한 FCF는 마이너스 1142억원이었다. 올 들어선 더 악화했다. 올 3분기까지 EBITDA는 1조250억원으로 개선됐지만 비용도 커져 FCF는 마이너스 4450억원이 됐다. 다만 올해는 일부투자가 반영된 결과라 평시와 단순 비교하긴 힘들다.



◇ 양손잡이 경영 중요…LS일렉트릭 주도 실적 개선


신사업만큼 중요해진 것이 기존사업을 통한 내실강화다. 이에 구 회장도 올 초 '양손잡이 경영'을 강조했다. 현 사업을 단단하게 수성하고 발전시키면서 신시장을 개척해야한다는 의미다. 이 측면에서 올해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LS그룹은 ▲전선과 ▲비철(전기동) ▲기계(전력‧산업) ▲에너지 등 크게 4개 부문을 영위한다. 이중 에너지를 제외한 3개부문이 ㈜LS에 귀속돼 있다. 자회사 중에서 LS전선과 LS아이앤디는 전선업을, LS엠앤엔(옛 LS니꼬동제련)과 LS메탈은 비철을, LS일렉트릭과 LS엠트론은 기계사업을 한다. 에너지사업은 또 다른 지주사들인 E1(LPG)과 예스코홀딩스(도시가스)가 한다.


올해 ㈜LS와 예스코홀딩스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평시 그룹 영업이익 60% 이상을 책임지는 주력 지주사 ㈜LS 역할이 컸다. 올 3분기까지 매출(18조6216억원)이 전년 동기(11조6919억원)에 비해 59.3% 늘었고, 영업이익도(7325억원) 전년 동기(4277억원) 대비 71.3% 증가했다. 예스코홀딩스도 같은 기간 매출(1조71억원)은 5.8%, 영업이익(688억원)은 269.9% 늘면서 일조했다.



반면 E1은 같은 기간 매출(5조7239억원)은 4.5%, 영업이익(1548억원)은 20.5%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3대 지주사를 합산한 같은 기간 그룹 매출(25조3526억원)은 전년 동기(18조6351억원)에 비해 36%, 영업이익(9561억원)은 전년 동기(6411억원) 대비 49.1% 증가했다.


㈜LS 내에선 LS일렉트릭이 개선을 주도했다. 올 3분기누적 매출(3조2001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0%, 영업이익(2567억원)은 59% 늘었다. ㈜LS 전체 영업이익(7325억원)의 35%를 책임졌다. LS그룹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계열사다.


다른 주력사인 LS전선은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631억원으로 ㈜LS 이익 기여도가 22%다. 전년 동기(1816억원)에 비해선 감소했다. 비철 주력사인 LS엠앤엠도 올해부터 ㈜LS 연결기준에 새롭게 포함됐는데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2075억원(기여도 28%)이었다.



◇ IPO 통한 재무 해법 필요


덕분에 투자주체인 ㈜LS는 올해 차입확대에도 재무개선을 이뤄냈다. 올 3분기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78%로 전년 말(202.7%) 대비 24.7%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는 비슷하게 유지된 반면 실적개선으로 자본이 늘어난 영향이다. 부채총계는 2022년 말 11조2593억원에서 올 3분기 말 11조3124억원으로 531억원 늘어나는데 그쳤고, 자본총계는 같은 기간 5조5546억원에서 6조 3553억원으로 8007억원 더해졌다.



올 다양한 투자활동 전개를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대표적 투자성과는 LS엠앤엔의 2차전지 소재(전구체) 시장 진출이다. 올 6월 LS엠앤엔과 양극재업체 엘앤에프가 합작사(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를 설립했다. 연내 새만금 산단 5공구 부지에 양극재 원료 전구체와 황산메탈 제조공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총 투자규모가 2조2100억원에 달한다.



더불어 LS전선은 올 5월 해상케이블 4공장을 완공했고 올 8월엔 1555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글로벌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급증하는 해저케이블 수요를 잡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재무적측면에서 올 연말 계열사 IPO를 성공적으로 성사 시킨 것도 성과다. LS전선의 자회사 LS머트리얼즈가 올 12월 상장했다. LS머트리얼즈는 공모한 877억원 가운데 신주모집분(약 514억원)을 회사 성장에 쓰기로 하면서 자체적으로 재무부담을 해소했다.


무엇보다 'LS그룹 IPO=고수익'이라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LS머트리얼즈는 첫 날 종가(2만4000원)가 공모가(6000원)의 4배로 뛰면서 소위 '대박' 공모주가 됐다. 다른 ㈜LS 계열사도 IPO를 준비 중이거나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투심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다.


LS엠앤엔 IPO가 확정적이다. ㈜LS는 합작사였던 LS엠앤엔을 지난해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인수자금을 교환사채(EB)로 마련했다. 재무적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를 대상으로 4706억원어치를 찍었는데 교환대상이 LS엠앤엔 주식이다. 더불어 FI와 2027년 8월까지 LS엠앤엔를 IPO시키기로 약속했다. 다른 주력사들인 LS전선과 LS엠트론 등도 비상장사라 IPO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 


투자계획 상으론 차입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IPO 카드를 적절히 섞을 필요가 있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LS그룹 분석보고서를 통해 "자체 영업을 통해 투자 관련 자금을 일정 수준 충당하겠지만 운전자본과 배당 등의 경상적 자금 유출을 감안할 때 차입금 규모는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영업현금흐름과 투자정책, 자금조달 전략을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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