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틸은 대표주관사인 하나증권에게 상징성이 큰 딜이었다. IPO 주관업무를 시작한 이래 단독으로 맡은 첫 코스피딜이었다. 그간 중소형딜 위주였던 트렉레코드를 빅딜로 확장하는 교두보이기도 했다. 


의욕이 지나쳤던 것일까. 결과적으로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넥스틸 기업가치(밸류)는 하나증권에게도 치명타로 돌아왔다.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대규모 실권이 발생해 하나증권이 떠안게 됐는데 전체 공모주 비중의 23%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리고 하나증권은 상장 4개월만에 보유 주식을 헐값에 매도했다. 손실 규모가 60억원이 넘는다. 올 한 해 동안 IPO대표주관을 하며 번 수수료보다 더 큰 규모다. 한 해 장사를 무위로 돌린 딜이 됐다.


◇ 9개월전 보통주 투자, 21~31% 수익률 기대


하나증권은 IPO 시장에선 중형 하우스로 평가받는다. 매년 2000억원 내외의 대표주관실적을 쌓고 있고 순위는 6~10위권이다. 지난해 대표주관실적은 1979억원이었고, 올해는 18일 누계 기준 2099억원이다.


올해는 특히 의미가 있었다.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딜을 단독으로 대표주관(넥스틸)해 상장 시켰다. 2016년 코스피에 입성한 LS전선아시아를 대표주관하긴 했지만 단독이 아니었다. 한국투자증권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코스피딜은 웬만한 코스닥딜보다 공모액이 크다. 그만큼 수수료도 많이 책정된다. 게다가 '단독'으로 주관하면 수수료를 홀로 챙길 수 있다. '코스피+단독'이라는 트렉레코드가 중요했던 이유다. 수익저변을 넓힐 수 있는 교두보다.


하나증권은 1석 2조를 노렸다. 트렉레코드 뿐만 아니라 프리IPO(상장 전 투자) 수익도 얻길 바랬다. 넥스틸이 상장(8월 21일)하기 9개월 전 보통주를 샀다. 총 10만주를 9억5000만원(주당 9500원)에 매입했다. 공모가 희망밴드(1만1500원~1만2500원) 상으로 예상 수익률은 21%~31.6%였다. 투자기간(9개월)을 감안하면 알짜 투자다.


◇ 직원청약서 대규모 미달, 3대주주 등극…헐값 매도로 67억 손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형 악재를 만났다. 공모흥행 실패로 대규모 실권이 발생한 탓이다. 직원들이 외면한 영향이 컸다. 공모주 700만주의 20%인 140만주가 우리사주에 우선배정됐는데 8월 9일 진행한 청약에서 청약률이 0.8%(1만800주)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 일반투자자 청약에서도 배정분(175만주)의 83%(146만4160주)만 소화됐다.


이에 하나증권이 미배정된 주식 163만7685주를 끌어안게 됐는데 공모주(700만주)의 23.4%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금액으로는 확정 공모가(1만1500원) 기준 188억원이었다.



이 탓에 하나증권은 단숨에 재무적투자자(FI)인 넥스틸홀딩스를 뛰어넘는 주주로 등극했다. 올 3분기말 기준 넥스틸 지분 6.68%(173만7685주)를 보유하고 있다. 1대주주인 박효정 회장(53.15%)과 2대주주이자 박 회장의 아들 박영회 상무(7.38%)에 이은 3대주주가 다름 아닌 하나증권이다. 상장 직후 넥스틸홀딩스의 지분율은 6.12%였다.


문제는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하나증권 평가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엔 헐값에 매도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나증권이 넥스틸 실권주 인수(188억원)와 프리IPO(9억5000만원)에 쓴 돈은 총 197억원이다.


하나증권은 올 11월 28일 장내매도로 1만800주를 8645만원(주당 800원)에 매도했다. 이어 이달 18일엔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잔여주식 전부인 172만6885주를 129억원(주당 7489원)에 팔았다. 매도가격이 공모가(1만1500원)는 물론 프리IPO 가격(9500원)에도 못미친다. 결과적으로 넥스틸 주식을 모두 팔아 쥔 현금은 130억원이다. 원금(197억원)을 빼면 손실액이 67억원이 된다.


이는 하나증권이 IPO 대표주관으로 벌어들인 올 연간 수수료보다도 큰 금액이다. 하나증권은 스펙(SPAC)을 제외하고 올해 총 7건의 IPO를 완수했는데 총 수수료 수익이 50억5600만원이다. 넥스틸 수수료가 16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오픈놀은 9억원, 블루엠텍은 7억원 수준이다.


'코스피 단독주관' 도전이 평판 실추 뿐 아니라 한 해 장사를 무위로 돌린 뼈아픈 실책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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