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의 IPO(기업공개)를 위한 체질개선 의지는 CEO(장동현 부회장) 선임 뿐 아니라 CFO(최고재무책임자) 교체에서도 드러난다.


SK그룹 내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실력자를 SK에코플랜트 CFO로 발탁했다. 채준식 SK㈜ 전 재무부문장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SK그룹내 가장 큰 빅딜이었던 SK팜테코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성사시킨 주역이다. 그룹차원에서 SK에코플랜트 IPO를 중점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 '장동현‧채준식' 체제 추가, 구경영진 견제 속 협력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이달 5일 진행한 이사회 직후 채 부사장(사진)을 새로운 CFO로 선임했다. 재무와 전략을 분리시킨 중요한 의사결정으로 평가된다. 전임자였던 조성옥 부사장은 재무와 전략까지 아우르는 CFO였다. 곳간 지기인 CFO가 CSO(최고전략책임자) 역할을 함께 수행했다. CSO는 미래 비전을 수립하고 투자나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인사로 '재무' 기능은 채 부사장에게 일임됐고, 조 부사장은 CSO 역할만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제 CSO를 비롯해 경영진이 수립한 투자전략은 채 부사장의 검토를 거쳐 실행하는 구조가 됐다. 거시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SK그룹이 채 부사장에게 균형자 역할을 맡긴 것으로 추정된다.


앞선 이사회도 이 같은 그룹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는 이사진이 총 8명인데 이 중 사내이사는 박경일 사장과 조 부사장 등 2인이다. 이번 이사회로 조 부사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SK㈜ 대표였던 장동현 부회장이 선임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사회 내에서 장 부회장과 박 사장 투톱 체제가 형성되는 그림이다.


박 사장의 역할은 SK에코프랜트를 건설사에서 '환경·에너지'기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최근 3년 새 관련 친환경 M&A와 투자에 무려 3조여원을 쏟아 부었다. 조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박 사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다만 그 새 차입이 6조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불어나 재무가 불안정해졌다. 친환경 투자에 대한 아웃풋(output)도 IPO를 하기엔 충분치 않았다.


조 부사장 대신 거물급인 장 부회장을 사내이사에 포함시킨 것은 그 간의 전략에 힘을 빼겠다는 의미다. 더불어 사업 구조조정과 효율화에 대한 칼자루를 장 부회장에게 쥐어준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그리고 재무 기능까지 독립시키면서 장 부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장 부회장은 직전까지 채 부사장의 SK㈜ 최고 상사였다.


새경영진(장동현‧채준식)과 구경영진(박경일‧조성욱)이 견제와 협력을 하며 IPO를 위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바꿨다.


◇ 엘리트코스 SK㈜ '재무1실장' 출신...6600억 SK팜테코 투자유치 주역 


채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세대 리더로 키워져온 재목이다. 채 부사장이 속했던 SK㈜ 재무1실은 그룹 CFO나 재무기반 CEO까지 배출해온 인재양성소이자 엘리트 코스다. 재무1실장은 지주사와 그룹 전반의 재무 상황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수장은 모두 영전했다.


조경목 전 SK에너지 대표를 비롯해 이성형 SK㈜ CFO 사장(2013~2015년), 김진원 SK이노베이션 CFO 부사장(2016년), 김형근 SK E&S CFO 부사장(2017~2019년) 등이 역대 재무1실장들이었다. 최근 일선에서 물러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 의장도 재무1실 출신이다.


채 부사장은 1973년생으로 올 해 만으로 50세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금융권에서 사회 초년기를 보냈고 SK그룹에선 조달업무를 수행해 자본시장과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종증권(2000년)에서 애널리스트를 하다가 메리츠투자자문(2004년)을 거쳐 2005년 SK에너지에 입사하면서 SK그룹에 뿌리를 내렸다.



2011년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하면서 자금팀 일원으로 조달업무를 수행했고, 같은 회사서 성장인사이트팀과 전략개발팀도 거쳐 전략(투자) 경험도 쌓았다. 2019년 SK㈜ 재무1실장이 됐고 올 초 조직개편으로 재무1실이 다른 조직과 통합되면서 재무부문장이 됐다. 올 연말 SK에코플랜트 CFO를 맡으며 첫 C레벨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채 부사장은 최근까지 그룹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는 자회사 SK팜테코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채 부사장은 SK㈜ 재무본부장으로 SK팜테코가 최근 진행한 5억달러(약6600억원) 규모 프리IPO 실무를 주도했고, 또 성공적으로 마무리시켰다.


글로벌 긴축정책으로 인해 금리가 크게 뛰고 에퀴티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 와중에 성사시킨 빅딜이다. 채 부사장을 SK에코프렌트 IPO 실무를 책임질 CFO로 발탁한 이유기도 한다.


한 IB관계자는 "채 부사장은 SK그룹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기에 SK팜테코 프리IPO를 성사시킨 분"이라며 "능력이 출중해  자본시장에서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 부사장을 SK에코플랜트 CFO로 선임한 것을 보고 그룹이 IPO를 성사시키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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