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틸은 올 3분기 매출 667억원에 영업손실 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에 비해 손실을 얼마나 냈는지를 보는 지표인 영업손실률은 4%대다. 업황 침체시기 넥스틸 펀더멘털이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분기 매출이 600억원대로 떨어지면 4%대 손실을 내는 사업구조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펀더멘털은 드러난 수치보다 더 훼손됐다. 재무제표를 더 뜯어보면 140억원대 충당부채를 손익계산서상 이익으로 환입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회성 이익이 생긴 것으로 회계처리를 한 것인데 이 효과를 제거하면 영업손실률은 26%대로 치솟는다.


손익에 큰 영향을 준 회계처리인데 투자자들에겐 이 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분기보고서에도 언급이 없다. 회사 측은 추후 해당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당부채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도 투명하게 밝힐 것이 요구된다. 자의적 처리가 가능하면 손익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감사인의 검토를 거친 결과"라며 객관성을 담보했다고 설명했다.


◇ 반덤핑충당부채 145억 축소, 판관비 '수출제비용'에 반영


넥스틸은 올 3분기 연결기준 판관비(판매비와관리비)가 과거보다 적게나왔다. 상반기는 매출(4132억원) 대비 판관비(605억원) 비중이 14.6%였는데, 올 3분기는 판관비가 85억원으로 매출 대비 비중이 12.7%로 하락했다.



판관비는 영업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영업사원 인건비나 광고선전비, 협력업체에게 지불하는 지급수수료, 제품 운송비 등이다. 넥스틸과 같은 수출기업은 수출제비용이 적잖다. 수출제비용은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장비, 운반비, 선적비, 해상운임, 하역비, 통관료 등이 해당된다.


3분기 판관비가 평시 대비 크게 줄어든 것은 수출제비용이 음수(-)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회계적으로 비용이 아닌 이익이 났다는 의미다. 올 3분기 수출제비용은 마이너스 71억원이었다. 올 상반기에 만해도 471억원에 달했던 비용이다.


얼핏 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수치다. 비용이 음수가 될 순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 지불할 수출제비용을 선결제하고, 해당비용이 집행될 가능성이 없어지면 '환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순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엔 선결제한 비용을 자산항목인 '선급금'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실제 비용이 발생하면 선급금을 그만큼 차감하는 구조다.


원인은 충당부채에 있었다. 취재 결과 넥스틸은 반덤핑충당부채를 떨어내며 발생한 회계적 이익을 수출제비용으로 분류했다. 넥스틸 관계자는 "3분기 중에 관세와 관련한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충당부채를 떨어냈고 그만큼을 이익(수출제비용)으로 환입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충당부채는 과거 사건의 결과로 미래에 지출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 시기나 금액은 불확실한 부채를 의미한다. 금전적 소송이 진행 중일 때 패소 시 지불해야 할 금액 등이 충당부채에 해당된다.


넥스틸 충당부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반덤핑충당부채다. 넥스틸은 미국에 유정관(OCTG Pipe)을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은 2018년부터 보호무역에 나서 유정관 수입한도를 설정하는 쿼터제를 시행했다. 더불어 쿼터제에 참여한 수출기업 제품 가격이 자국 제품 정상가격보다 낮을 경우 조사를 거쳐 덤핑 상품으로 규정하고 징벌적인 관세를 부과(반덤핑과세)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넥스틸은 2014년 이후 총 8차례에 걸쳐 미국상무부(DOC)로부터 반덤핑 조사를 받았고 총 6세 차례 반덤핑과세 판정을 받았다. 이중 1차(2017년 4월)와 3차(2018년 4월)는 미국국제법원(CIT)에 제소해 관세율 인하 판정을 받아냈다. 2차 조사에 대해서도 CIT에 제소해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나머지 4~8차는 잠재적인 리스크로 남아 있다.


이에 반덤핑충당부채를 쌓아왔는데 올 3분기말 기준으로 243억원이다. 올 1분기말(388억원)과 비교해 145억원이 줄었다. 그만큼 이익(수출제비용)으로 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3분기 중 '승소' 이벤트가 있었던 것에 따른 회계처리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 대규모 손익 조정 불구, 관련 설명 없어


문제는 이 같이 손익에 크게 영향을 미친 이벤트와 회계처리에 대해 '정보 공유'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분기보고서 재무제표 주석에는 충당부채를 환입한 사실과 또 이를 수출제비용으로 분류했다는 설명이 없다.


또 해당 회계처리의 근거가 되는 소송 결과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분기보고서 '우발부채 등에 대한 상황'에 진행 중인 소송이 있다는 정도만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이번 일회성 이익(145억원)이 없었다면 넥스틸은 단순계산해 올 3분기 영업손실이 기존 30억원에서 176억원으로 확대된다. 영업손실률은 26.39%다. 비경상적 요인을 제거했을 때 넥스틸의 펀더멘털이다. 향후 비슷한 업황이 이어질 경우 예상되는 실제 손실율이다.


관련해 보다 투명한 정보공개도 요구되고 있다. 이번 충당부채 축소는 이례적이다. 넥스틸은 과거 반덤핑과세 소송에서 승소했을 때엔 충당부채 규모에 큰 변화가 없었다. 3차 과세 관련 소송 승소는 2022년 8월에 있었다. 하지만 반덤핑충당부채 규모는 2021년말 403억원에서 2022년 말 374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그리고 올 1분기 말에는 388억원으로 비슷한 규모가 유지됐다. 그러다 공교롭게도 영업손실을 낸 올 3분기 들어 대규모(145억원)로 축소됐다. 그만큼 손익을 조정한 것이기에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충당부채 조정에 일부라도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면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다. 투명한 기준 공개가 필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 넥스틸 측은 "충당부채 축소는 공인된 감사인의 검증을 받아 진행한 건이기 때문에 자의성이 개입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과 이벤트에 대해선 정보공개를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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