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자금에 기대 성장한 회사는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회수(엑시트)가 필연적이다.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보유지분을 파는 구주매출을 하거나, 상장 후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을 취한다.


구주매출이 과하면 공모자금이 회사로 그만큼 덜 유입되기에 공모주주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적정 수준의 구주매출은 오히려 장려될 때가 있다. 상장 후 FI가 대량으로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측돼 주가 상승여력을 제한하는 현상인 '오버행 우려'를 낮추기 때문이다.


LS머터리얼즈는 성장 재원 과반을 FI가 책임진 곳으로 엑시트 물량이 상당하다. 그런데 절충점을 잘 찾았다. FI는 보유지분의 30%만 구주매각하고, 잔여물량에 대해선 무려 6~18개월에 이르는 보호예수(매각제한)을 걸었다. 발행사로 공모자금이 충분히 유입되도록 하면서 오버행 우려도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FI의 장기 보호예수는 중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도 의미한다.


◇ 케이스톤파트너스, 상장 후 지분 20% 전량 보호예수


LS머트리얼즈는 올 상반기 말 기준 최대주주가 LS전선으로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50%가 FI들 지분이다. 엑시트할 물량이 그만큼 많은 셈인데 공모주 매력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구조를 택했다. 앵커(핵심) FI인 케이스톤파트너스 결단에 기인한다.


중견 사모펀드인 케이스톤파트너스는 발행사에 640억원 가량을 투자해 성장재원의 과반을 마련해준 곳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운용펀드들인 ▲케이브이일호투자(상장전 지분율 16.05%)와 ▲케이유투자(8.09%) ▲케이유이호투자(5.9%) ▲케이디이호투자(3.44%)를 통해 총 33.48%(약 197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본래 작년 말까진 지분 50%(약 2943만주)를 보유했는데 이중 16.52%(약 972만주)를 올 6월에 다른 기관(이하 기타 FI)들에게 선제적으로 매각했다. 이에 코레이트자산운용(4.48%) 등 4개 기관이 상장 전 새 주주로 참여했다.



그리고 케이스톤파트너스는 IPO에서 구주매출로 585만주를 팔기로 했는데 소유분(약 1971만주)의 30% 수준으로 제한했다. 공모구조로 보면 신주모집이 60%, 구주매출이 40%인데 케이스톤파트너스만 구주매각을 한다. 전체 공모액은 공모가 희망밴드(4400원~5500원) 상단기준 804억원이다. 이중 482억원이 회사로 유입되고, 나머지 321억원이 케이스톤파트너스 몫으로 떨어진다.


앵커 FI가 구주매출을 제한적으로 하면서 우려되는 것은 오버행이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상장 후에도 지분 20.48%를 보유하게 되는 2대주주다. 그런데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잔여지분 전량에 대해 보호예수를 걸었다. 투자한 기간이 1년이 넘어 보호예수 의무가 없는데 자발적으로 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FI들은 보호예수를 하더라도 1~3개월 단위로 짧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8개월을 걸었다. 상장 후 지분비중 기준 6개월과 9개월, 12개월은 각각 5.8%(약394만주), 18개월은 2.99%(약 202만주)다.


덕분에 FI 존재감이 큰 딜치곤 상장 후 유통물량이 많지 않다. 상장예정주식수(약 6765만주) 가운데 33.9%(2294만주)가 상장 직후에 거래가 가능하다. 상장 후 공모주주가 보유할 주식 비중이 21%인데 이를 감안하면 FI가 매각할 수 있는 주식비중은 12.9%에 그친다. 공모주주와 기타 FI들이 보유한 주식만 거래된다.



◇ 4년전 투자해 직접 경영하기도...2차전지 '성장'에 확신


발행사 사정을 잘 아는 오랜 파트너(앵커FI)가 장기 보호예수를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회사 성장과 기업가치 상승을 확신하고 있다는 의미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본래 LS머터리얼즈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핵심 자회사 LS알스코에 먼저 투자했다.


LS알스코는 알루미늄 제조사로 과거엔 내연기관 자동차용 소재를 만들었는데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서 성장성이 부각되던 곳이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2019년 LS알스코 지분 49%를 308억원에 매입했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LS알스코 이사회에도 진입(4명 중 2명)해 공동경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LS머트리얼즈로 그룹 2차전지 소재사업이 일원화되면서 LS머트리얼즈 주주가 됐다. 2020년 LS알스코 지분을 최대주주인 LS전선과 함께 LS머트리얼즈에 현물출자했다. 'LS전선→LS머트리얼즈→LS알스코' 구조가 됐다.


LS머트리얼즈는 차세대 이차전지로 불리는 울트라 커패시터(UC) 대형 제품 세계 1위사다. UC는 고속 충·방전과 긴 수명이 장점인 산업용 특수 배터리다. ESS(에너지저장시스템)나 무인 반송차 (AGV: Automatic Guided Vehicle), 풍력발전기 등에 사용된다. 현재는 전기차 시장 진입도 노리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에 필요한 고출력‧고에너지밀도형 UC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LS머트리얼즈 주주가 된 이후에도 3자배정유상증자 방식으로 2021년 말 70억원, 2022년 4월 160억원, 2023년 6월 100억원을 투자했다.


FI들의 목표 수익률은 다른 딜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주당 발행액이 3093원(2021~2022년), 3305원(2023년)이었다.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5500원)으로 정해져도 수익률이 66.4~77.8% 수준이다. 기타 FI들은 주당 5100원에 주식을 샀기 때문에 공모가가 하단(4400원)으로 정해지면 손해를 보게 된다. 상단으로 정해지면 기타 FI 수익률은 7.8%다. 비슷한 시기 공모를 진행하는 블루엠텍은 3년전 투자한 FI 목표 수익률이 최대 477%(희망밴드 상단 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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