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금융감독원이 지적한 '분식회계'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기업공개(IPO) 불리한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부풀리기'가 의혹의 핵심인데 IPO에서 몸값(밸류)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익은 그대로인데 매출만 높아지면 수익성이 악화해 상장에 불리하다"며 IPO 연관설에 선을 그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섣부른 입장이라고 본다. IPO 밸류산출에 쓸 핵심카드를 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모빌리티 서비스시장은 미국 우버(Uber)가 대변하듯 플랫폼 사업화되고 있고 국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선두주자다. 이 같은 혁신업종 기업은 아직 이익은 내지못하지만 매출은 급격히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이에 이들은 IPO를 할 때 이익규모보다 매출에 기반해 밸류를 구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지표를 포기한 셈이다.


◇ 매출부풀리기 IPO 도움 안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올 7월 카카오모빌리티를 대상으로 감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IPO 계획이 있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회계심사를 진행하는데 위법혐의가 발견되면 감리 절차를 진행한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매출을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케이엠솔루션이라는 100% 자회사를 통해 가맹택시 사업을 한다. 케이엠솔루션이 운수회사로부터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는 것이 기본구조다. 모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시 운수회사에 광고비와 데이터제공에 대한 대가로 운임의 16~17% 가량을 돌려준다. 금감원은 이 같은 구조를 감안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임의 3~4% 수준(20%-16~17%)만 매출로 계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31일 입장문을 내 반박했다. 케이엠솔루션이 운수회사와 맺은 계약(가맹계약)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수회사와 맺은 계약이(업무 제휴 계약) 별건이라는 게 핵심이다. 즉 매출(가맹계약)과 비용(업무제휴계약)이 명확히 구분돼 있기 때문에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금감원은 두 계약을 동일 건으로 봐 오해가 생긴 것 같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문제는 IPO 연관설에 대한 해명이다. 매출만 부풀려지는건 IPO 밸류에 되레 부정적이기 때문에 의도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매출을 부풀린다고 해도 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나타내는 실제 현금 흐름과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회사 이익은 그대로인데 매출만 높이지는 경우, 영업이익률이 떨어짐에 따라 회사 가치가 하락하고 상장에 불리할 수도 있다"고 기재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문 발췌



◇ 쏘카, EV/Sales로 밸류 산출…유사기업 대다수 적자인 탓


준비 중인 IPO엔 불리한 해명이다. 매출 지표를 활용하지 않으면 원하는 IPO 밸류를 구하기 힘든 시점인 탓이다. 그런데 '매출 지표' 카드를 이번 입장발표로 사실상 제외한 것이 됐다. 번복할 경우 신뢰하락을 피할 수 없다.


IPO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택하는 밸류 평가방법은 주가수익비율(PER)이다. PER은 시가총액에서 1년치 순이익을 나눈 배수다. 상장해 있는 유사기업이 받는 PER 평균값을 발행사 1년치 순이익에 곱하면 IPO밸류가 된다. PER은 기본적으로 발행사 뿐 아니라 유사기업까지 순이익이 흑자여야 성립이 가능하다.


그런데 혁신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대다수 이익을 내지 못해 PER 적용이 불가하다. 이익을 낸다 해도 소규모라 합리적 밸류 도출이 쉽지 않다. 글로벌 모빌리티서비스 대장주격인 우버 상황을 보면된다. 최근 1년(2022.2H~2023.1H) 순손실이 약 5000억원(3.74억달러)인데 시가총액은 약 118조원(873억달러)에 달한다.


우버가 소규모 연간흑자를 낸다해도 IPO를 위한 PER지표로 참고하기 힘들다. 수익성이 정상궤도로 진입하기 전까진 PER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우버가 연간으로 1억달러 순이익을 내고 있다고 가정하면 PER이 873배가 된다. 발행사가 우버를 유사기업으로 선정하면 순이익이 100억원에 불과해도 IPO밸류는 9조원에 가깝게 된다. 순이익이 200억원이면 IPO밸류는 18조원이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변동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혁신기업이나 성장이 유력한 업종에 한해 '매출'을 기반으로 한 밸류평가방법을 한국거래소에서 인정하고 있다. 그나마 매출 규모로 밸류를 구하는게 합리적이다. 주가매출비율(PSR)이나 EV(기업가치)/Sales(매출)가 주로 쓰인다.



지난해 상장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쏘카는 EV/Sales로 밸류를 구했다. EV는 시가총액에서 순차입금을 더한 금액이다. 유사기업 최근 EV/Sales 배수 평균값에 쏘카 매출(Sales)을 곱한 것이 쏘카 EV이다. 쏘카 EV에 순차입금을 빼면 IPO밸류가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수년 내 IPO를 하려면 선택지는 EV(기업가치)/Sales(매출) 밖에 없다. 당장 발행사가 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4669억원에 순손실 225억원을 기록했다. 흑자전환을 한다해도 유사기업 PER이 높게 형성돼 있으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입장을 섣부르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매출과 IPO 연관성에 선을 긋는 내용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며 "IPO에서 EV/Sales를 사용하면 자기모순을 범하게 되고, 돈을 벌어서(순이익 흑자전환) IPO하는 수밖에 없는데 단기적으론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PER로 한다해도 유사기업 배수가 높으면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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