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이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고 팔겠다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있다. 제품 효능도 효능이지만 특별한 판매방식에 기인한다. 약사가 상담을 통해 고객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맞춤형으로 처방을 해준다. 의사처방전을 받아 조제만 했던 기존 약사 역할이 확장됐다.


약사가 되기 위해 쌓은 의학지식을 풀어낼 기회가 생겨 직업적 만족도가 높아졌고, 노력한 만큼 매출도 늘어나는 재미도 생겼다. 수년전부터 전국 약국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건기식 브랜드 '셀메드'(CellMed)가 그 주인공이다. 마케팅 의존도가 컸던 건기식 시장에 '혁신'이 등장했다.


셀메드를 고안하고 안착시킨 건기식업체 JBK랩(제이비케이랩)이 상장한다. 매년 급증하고 있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셀메드 열풍을 증명한다.


◇IB강호들이 탐낸 딜…'부작용' 없는 천연물 치료제 개발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JBK랩은 최근 기업공개(IPO)를 위해 NH투자증권을 단독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소수의 IB 강자들이 경합한 결과다. 발행사는 주관후보를 공개적으로 물색하진 않았는데, 평소 사전영업을 해온 IB들에게만 입찰 기회를 부여한 영향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맞붙었다. 양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IPO시장 주관업무 톱티어 3인방으로 꼽힌다. 강호 두 곳이 사전영업을 벌일 만큼 발행사 에퀴티스토리나 성장성이 매력적이었다는 평가다. JBK랩은 2025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JBK랩은 2008년 대표이사인 장봉근(사진) 박사가 설립한 건기식 및 의약품제조사다. 사명도 장본근 박사 이름 이니셜(JBK)과 랩(Lab, 연구소)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장 박사는 1968년생으로 올해 나이 55세다. 임상약사이자 약리학자 출신이다. 우석대 약학과를 졸업했고 경희대에서 임상약리학 박사학위를 땄다.


장 박사는 학자로서 부작용이 적은 천연물을 활용한 자연치유를 오랜 기간 연구했는데 그 결과물이 셀메드다. 임상약사 시절인 200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에 참석해 폴란드가 원산지인 아로니아를 접한 것이 사업의 시발점이다. 아로니아는 해독과 발암불질중화에 효능이 있는 물질인 안토시아닌 함유량이 월등했다. 아사이베리의 3~5배, 블루베리의 5~25배, 복분자의 20배를 함유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아로니아를 수입해 무려 15년에 걸쳐 상업화를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천연물치료제인 AFNC(Anthocyanin-Funcoidan Nano Complex)을 개발해 2017년 9월 특허를 냈다. AFNC는 '부작용이 없는 원료의약품'이라는 타이틀을 단 치료제로 암세포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1년 반 뒤인 2019년 1월 공식 론칭한 셀메드는 AFNC를 적용한 각종 건기식이었다. 크게 ▲세포교정영양소와 ▲기능성영양제 ▲한방제 ▲화장품인 외용제로 나뉜다. 이중 세포교정영양소 매출이 60% 가량을 차지하는 주력인데 바로 '약사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사업이다.


(사진:홈페이지)


◆ 15년 축적한 임상 데이터로 처방…가입약국수 2200곳, 실적도 '훨훨'


'세포교정영양소'는 JBK랩이 만든 '맞춤형 세포교정 영양요법(OCNT, Ortho-Cellular Nutrition Therapy)'에 따라 약사가 고객과 상담한 후 처방하는 제품들이다. OCNT는 JBK랩이 AFNC를 만들기 위해 15년간 축적한 이론적‧임상적 사례를 기초로 한다. 특정 증상에 검증된 천연물질이 있고, 해당 천연물질이 포함된 셀메드 제품을 처방해주는 방식이다. JBK랩은 약사들을 대상으로 OCNT에 대한 학술포럼을 정기적으로 열어 최신 처방지식을 습득시킨다. 


놀라운 것은 약사들의 반응이다. JBK랩은 회원제를 통해 가입한 약국에만 셀메드를 공급하고 있는데 가입자수(체인약국)가 론칭 2년만인 2021년 11월 1000곳을 돌파했다. 다시 2년만인 올 상반기말 기준으로는 2260곳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수동적이었던 약국사업을 셀메드가 능동적으로 바꾼데 기인한다.


셀메드 서울 체인약국 위치(사진:홈페이지)


업계 관계자는 "약사들이 대다수 고학력자들인데 기존 약국사업은 의사처방전만 처리하는 단순업무에 그쳤다"며 "셀메드는 건기식이긴하나 약사들이 처방으로 전문지식을 활용할 기회를 주고, 수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충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실적도 체인약국수에 따라 급격히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은 436억원, 영업이익은 152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282억원) 54.5%, 영업이익(116억원)은 31.6%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4.9%로 수익성도 돋보인다. 올해도 상반기 매출은 234억원으로 전년 동기(186억원) 대비 25.6%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전년 동기(63억원) 대비 줄었는데, 이는 올들어 광고비를 대폭 늘린 여파다. 광고비를 제하면 수익성은 평시수준이다.



◆ 업종 평균 PER 16배, IPO밸류 3000억 전망


업계에선 JBK랩이 상장할 경우 약 3000억원대 밸류(기업가치)로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반적 건기식 업체와 달리 체인약국이라는 강력한 판매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사업 안정성 뿐 아니라 성장성도 뛰어나 업종 평균보다 높은 멀티플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반 건기식은 마케팅에 따라 반짝 인기를 얻고 또 식어 실적 부침이 상대적으로 크다.


국내 건기식 업체들이 상장할 때 피어그룹으로 꼽는 기업은 약 7곳이다. 이중 PER이 이례적으로 높은 쎌바이오텍(81배)과 순손실을 내고 있는 HL사이언스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의 평균 PER은 16배 수준이다. 이달 20일 종가와 올 상반기 순이익을 연환산한 수치를 기반으로 구한 PER이다. 에이치피오는 이 기준으로 7.2배, 노바렉스는 9.2배, 뉴트리는 31.7배, 팜스빌은 17배, 콜마비앤에이치는 16.3배다.



업종 평균 PER(16배)만 적용해도 JBK랩 예상밸류는 2022년 순이익(129억원) 기준 2073억원이다. 상장 목표시기인 2025년은 현재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IPO밸류를 3000억원대로 보는 이유다.


더불어 JBK랩은 건기식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 천연물 기반 신약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7월 GMP를 구축한 제약사를 인수했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는 우수의약품 제조를 위한 관리기준이다. 각국 GMP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으면 의약품 등록에 불이익을 받는다. JBK랩이 상장 전에 신약개발에 진척을 보일 경우 밸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