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외선차단제(선크림) 원료시장을 오랜 기간 주름잡아 왔던 바스프(BASF)와 디에스엠(DSM)은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 한 강소기업에 쩔쩔매고 있다. 자신들이 만든 원료물질보다 더 저렴하면서 효과는 우수한 대체물질을 만들어 낸 탓이다.


결국 바스프와 DSM은 이 강소기업에게 물량보장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달아 원료물질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들은 자체기술로 만든 원료물질을 글로벌화장품(선크림)제조사에게 공급하기도 하고, 직접 선크림도 만든다. 원료물질에 있어선 우리 강소기업에 백기를 든 셈이다.


기업공개(IPO)에 나선 에이에스텍의 강력한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다. 국내 화장품 원료사들 가운데선 쉽게 찾을 수 없는 사례다. 매년 놀라운 속도로 개선되는 실적이 입증한다. 그런데 기업가치(밸류)는 국내 화장품 원료사들 시세만 참고해 산출했다. 경쟁력은 세계적인데, 밸류는 시장치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세계 1, 2위 UVA 원료물질 대체…특허로 15년 보호


자외선차단제 원료물질은 화학적 공법으로 만드는 유기와 돌가루와 같은 천연물로 만드는 무기물질로 나뉜다. 시장 주력은 유기로 전체의 90% 가량을 차지한다. 그리고 유기물질은 쓰임새에 따라 총 28종이 있다.


(사진:IR자료)


자외선(UV)은 파장에 따라 UVC(200~290nm), UVB(290~320nm), UVA(320~400nm)로 영역이 나뉘는데, 이중 UVA(320~400nm) 파장을 막는 물질 수요가 가장 크다. UVA가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피부에 닿는 파장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에이에스텍이 진입하기 전까지 유기물질을 100% 해외에 의존했었다. 특허에 기반해 글로벌 화학사들이 오랜 시장 과점한 탓이다. 특허는 물질의 개발성과(화학적 구조)를 보호하는 물질특허와, 이 물질을 생산하는 방법을 보호하는 제법특허(생산특허)로 나뉜다.


독일 바스프는 세계적화학기업으로 UV차단제 유기 원료물질 시장에서도 글로벌 1위다. 28종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판매한다. 다만 수요가 많은 UVA시장에선 시장 2위다. 네덜란드 DSM은 28종 전체로는 글로벌 2위지만 UVA시장에선 1위다. UVA 시장규모는 4000억~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에이에스텍은 이 UVA 시장에서 바스프와 DSM 브랜드를 대체하면서 신성으로 떠올랐다. UVA는 물질특허에 따라 ▲DSM의 아보벤존(Avobenzone) 계열과 ▲바스프의 DHHB(Diethylamino hydroxybenzoyl hexyl benzoate) 계열로 크게 나뉜다.


에이에스텍은 DHHB 물질특허가 2020년 4월 만료되는 것을 노렸다. 바스프의 생산특허(2023년 5월 만료)를 피해 DHHB 브랜드 'Uvimax A'를 만들었는데 결과가 기대이상이었다. 원조인 바스프 DHHB 브랜드 'Uvinul A Plus' 대비 가격 측면에서 우월했기 때문이다. 'Uvinul A Plus'는 원료에 황산이 들어가 여러 번 탈색을 해야 하는 공정이 있는 반면 'Uvimax A'는 알칼리성 원료를 사용해 이 과정을 생략한다. 수율이 월등해 원가가 40% 가량 저렴했다. 


바스프 제품 대비 경쟁력(사진:IR자료)


 'Uvimax A' 첫 고객이 다름 아닌 바스프가 됐다. 자체 생산하는 것보다 'Uvimax A'를 사는게 이득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조건도 파격적이었다. 사전에 공급물량을 확정(개런티)하고 5년(2020~2024년) 동안 사가기로 약속했다. 발행사 입장에선 강력한 실적 안전판이 생겼다.


호재는 더 이어졌다. 소문을 듣고 UVA 1위 DSM까지 'Uvimax A'를 같은 방식으로 공급해 주길 요청했다. 2023년부터 2028년까지 공급물량을 확정했다. 계약기간이 만료하면 추가로 연장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DSM은 아보벤존 유해성 논란 탓에 대체제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아보벤존이 수영장 소독에 쓰이는 염소와 만나면 발암물질이 생성된다는 연구결과가 수년 전 나왔다. 이에 미국 하와이주 등은 올해부터 사용을 금지시켰다.



◇ 공급자 우위 계약, 수익성까지 확보…피어그룹은 발행사 대비 열위


바스프와 DSM이 에이에스텍의 글로벌 판매망을 자처한 셈이다. 에이에스텍 우위의 계약 덕에 매출 뿐 아니라 수익성이 매년 크게 개선됐다. 2020년 90억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146억원, 2022년 321억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매출은 237억원으로 전년 동기(119억원)의 두 배가 됐다. 더불어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6.5%에 이른다.



에이에스텍 매출은 시장규모(4000억~5000억원)와 계약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한동안 우상향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5년 내 매출이 최소 1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본다. 더불어 에이에스텍은 UVA외에 다른 원료물질 상용화도 비슷한 스토리로 준비하고 있고 이미 공급협상을 하고 있다. 가시화하면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밸류가 시장친화적이라고 평가 받는 이유는 국내 화장품소재사들로만 피어그룹을 꾸려 적용 PER이 평범한 수준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성장성에서나 수익성에서 모두 발행사보다 열위한 곳들이다. 그만큼 밸류를 할인한 것이 된다.


최종 피어그룹을 화장품 소재사인 현대바이오랜드(PER 9.56배)와 대봉엘에스(25.47배), 무기 UV차단제 원료사인 선진뷰티사이언스(11.88배)와 엔에프씨(17.3배)로 꾸렸다. 그 결과 평균 PER은 16.05배가 됐다. 올 상반기말 순이익을 연환산한 수치를 적용 순이익으로 택해 나온 PER이다.



에이에스텍 평가시가총액은 발행사 적용순이익(113억원)에 적용PER(16.05배)을 곱하면 1823억원으로 도출된다. 여기서 21.96~34.44%를 할인해 공모가 희망밴드를 구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195억~1423억원으로 낮아진다. PER역시 10.5배~12.5배가 된다.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으로 정해져도 PER(12.5배)이 무기 UV차단제 원료사들인 선진뷰티사이언스(11.88배)와 엔에프씨(17.3배)와 비슷하거나 낮다. 앞서 이야기했든 UV차단제 주력 시장은 유기이고 에이에스텍은 해당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몸값(12.5배)은 무기 원료사 두 곳 평균치(14.6배)보다 저렴하다.



펀더멘털은 에이에스텍이 피어그룹을 압도한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증가율이 47.8%로 피어그룹을 포함해 가장 높다. 엔에프씨는 32.9%, 선진뷰티사이언스는 22.6%, 현대바이오랜드 3.9%이고 대봉엘에스는 7.3% 역성장을 했다. 영업이익률도 에이에스텍(26.5%)이 가장 높다. 유일하게 20%가 넘는다.


IB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DSM 매출도 본격화해 매년 30~40% 수준 매출증가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순이익도 올 100억원에서 내년 2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