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타겟밸류가 안나온다. 주관사로 선정돼도 문제다"


물류업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공개(IPO)를 위해 주관후보 물색에 나섰지만 반응이 미지근하다. IB(투자은행)들이 롯데그룹과 관계를 고려해 입찰에는 참여했지만 속내는 딜수임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난이도가 너무 높아 보이는 탓이다.


6년전 재무적투자자(FI)가 투자한 밸류가 문제다. 현 시점에서 봤을 때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 당시 주당가격으로 평가해도 시가총액이 1조3000억원에 이른다. FI가 보유한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주당가격기준으로는 1조6000억원이다. 풋옵션은 FI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수익률(연복리 3%)을 설정해둔 것이다. 본래 IPO로 더 큰 수익률을 노리기 위해 투자를 했다.


그런데 이 최소한의 시가총액(1.6조원)이 업계 1위이자 훨씬 덩치가 큰 CJ대한통운 현 시가총액(1.7조원)과 유사하다. 6년 새 택배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FI가 원하는 타겟밸류는 명확한데 시세와의 괴리가 너무 크다. IB들이 수임을 망설이는 이유다.


◇FI 투자밸류가 1.3조...최소 수익내려면 1.6조 필요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발행사는 최근 주관후보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를 마치고 최종선정을 앞두고 있다. PT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는 낙점되지 않길 바란다. 한 관계자는 "FI 투자가격으로만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고 IPO에선 당연히 이보다 더 높은 수치를 원할 것"이라며 "그런데 발행사보다 이익을 두 배 내오고 있는 한진 시가총액이 3000억원에도 못미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FI는 롯데그룹이 택배업 진출을 본격화한 직후 유치했다. 과거엔 택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롯데로지스틱스가 그룹주력인 유통과 식품계열사 캡티브물량을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6년 당시 택배업 2위였던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현대그룹 재무악화로 인해 매물로 나왔고 롯데그룹이 SPC(특수목적회사)와 계열사들을 동원해 인수했다.


이후 2017년 2월 SPC인 이지스일호가 FI인 엘엘에이치(LLH)에 보유지분 전량인 17.76%(약 324만주)를 1241억원에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3만8295원이었다. 이어 5월엔 LLH를 대상으로 1500억원 규모 3자배정유상증자를 진행했다. LLH는 신주 393만주를 주당 3만8088억원에 샀다. LLH는 과거에 인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주인수권도 같은 달 행사해 추가로 29만주(주당 1만6051원)를 취득했다.



결과적으로 LLH는 약 747만주를 2789억원에 취득했다. 그해 말 기준으로 지분율은 31.51%였다. 당시 FI 투자밸류는 2017년 말 기준 주식수(약 2219만주)와 유상증자 주당 발행가액(3만8088원)을 곱하면 8455억원으로 구해진다. 이후 발행주식수에 변화가 있어 현 시점 FI투자밸류는 이 보다 높아진다.


발행사가 롯데로지스틱스를 2019년 흡수합병하면서 신주를 교부해 올 상반기말 기준 주식수는 약 3416만주로 늘어나 있다. LLH는 롯데로지스틱스 주주가 아니라 교부대상이 아니었고, 현 보유주식(747만주)이 6년전과 동일하다. 그 새 주당가치에 변화를 주는 액면분할 등은 없었기에 LLH의 주당 취득단가는 최초 투자했을 때와 현재가 동일하다. 이에  올 상반기말 기준 주식수 기준 FI투자밸류는 1조3013억원이 된다. FI 입장에선 원금만 회수할 수 있는 밸류다.


더불어 FI는 유상증자(1500억원) 건과 관련해선 보호장치를 걸어뒀다. 4년뒤 사전에 약정한 경영목표(IPO 등)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소유했다. 풋옵션 주당 행사가액은 신주가격에 연복리 3%를 적용한 수치로 하기로 했다.


IPO가 지연되면서 풋옵션 행사기간은 발행사와 협의로 두 차례 연기해 내년 4~5월로 미뤄진 상태다. 내년 4월이 되면 풋옵션 가격은 4만6843원으로 오른다. 이 가격으로 밸류를 구하면 1조6005억원이 된다. FI 입장에선 IPO밸류가 이보다 높아야 풋옵션이 아닌 IPO를 택할 유인이 있다.



◇ 대장주 주가 3년 새 3분의 1로...이익 두배 한진 시총이 2800억


문제는 택배업 투심이 6년 새 크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대장주 CJ대한통운은 2020년 중에 19만원대로 높아졌던 주가가 현재 6만대로 낮아졌다.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한 때 주목받는 듯했다가 엔데믹 도래로 관심 밖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자체 물류센터를 활용해 배송을 하면서 기존 택배업체들 성장성을 제한하는 구조적 문제도 부각된 것도 한 몫했다.


(사진:네이버금융)



그런데 그 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경쟁사 대비 실적 개선이 더뎠다. 롯데그룹 캡티브물량에 기반해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이 따라주질 못했다. 수익률이 택배시장 2~3위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한진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롯데글로벌로지스 매출은 3조9983억원으로 한진(2조8494억원)을 1조원 이상 상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626억원으로 한진(1145억원)의 절반수준이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영업이익이 330억원으로 한진(592억원)의 절반수준에 그친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CJ대한통운 영업이익은 지난해 4117억원, 올 상반기 2114억원이다.



결과적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하면 투자자들은 한진과 비교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한진이 이달 2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2892억원에 그친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1년치(2022.2H~2023.1H) 순이익인 236억원 기준으로 12.3배를 적용받고 있다.


한진 시세(12.3배)를 롯데글로벌지스에 대입하면 FI 입장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밸류가 나온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근 1년치 순이익이 67억원에 불과하다. PER 12.3배를 곱하면 밸류가 827억원이다. 그나마 순이익이 컸던 2022년치(269억원)를 대입하면 3308억원으로 높아진다. 올 상반기 순이익을 연환산한 수치(173억원) 기준으론 2131억원이다.



FI 투자밸류인 원금기준 1.3조와 최소수익률 기준 1.6조원과 커다란 괴리가 있다. FI 최소수익률이라(1.6조밸류)도 맞추려면 PER이 작년 순이익(269억원) 기준으로도 59배까지 높아져야 한다. 상장 예상 시기인 내년까지 허리띠를 졸라멘다 해도 줄이기 쉽지 않은 간극이다. IB들이 손사래를 치는 이유다.


FI 고심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IPO가 성사되지 않으면 원금을 일부만 회수하게 된다. 유상증자에 투자한 금액(1500억원)만 풋옵션 행사로 최소 수익과 함께 돌려받을 수 있고 나머지 원금 1200억원 가량은 지속 묶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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