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매도 금지 정책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기업공개(IPO)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로 전방산업의 감산소식이 전해지며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이 기대보다 저조했다. 일각에선 희망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 이슈가 뒤따르며 2차전지 관련 피어그룹(비교대상 기업군) 주가가 급등하는 이벤트가 생겼다. 발행사 공모주가 저렴해지는 효과를 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재 고민 중인 공모가도 직전 눈높이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 전방시장 수요둔화 악재 속 단비


6일 현재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공모가 산출을 위해 꾸린 피어그룹 4곳 중 국내사 3곳의 주가가 급등한 상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주가가 34만2000원으로 전영입일(3일) 종가(26만9000원) 대비 27.1% 올랐다. 엘앤에프도 같은 기간 14만9800원에서 18만6300원으로 24.4%, 코스모신소재는 16만300원에서 17만7400원으로 10.7% 상승했다.


포스코퓨처엠 주가(자료:네이버금융)



하루 전인 5일 정부가 금융위원회를 열어 내년 6월 말까지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 영향이다. 공매도는 특정 기업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투자는 그 동안 주가가 과열이 됐다고 평가받는 2차전지 관련종목 위주로 쏠려있었다. 정부 조치 직후 이들 종목 주가가 반등하고 있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매도물량(공매도)이 줄어드는데다,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것) 수요는 늘어난 영향이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지속 높아지면 손해도 커지기 때문에 숏커버링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입장에선 불행 중 다행이다. 외부 영향으로 공모주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다가 다시 저렴해지는 순간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5영업일동안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악재가 있었다. 10월 11일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전방시장인 전기차 수요둔화가 이슈화됐다. 전기차 1위인 테슬라가 기대에 못미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데 이어 제네럴모터스와 포드는 전기차 투자·생산계획을 철회했다. 이어 글로벌 3대 배터리셀 제조사인 일본 파노소닉이 감산을 발표하면서 수요둔화가 기정사실화했다.


2차전지 소재 주가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피어그룹 기준주가가 있는데, 수요예측을 할 당시 해당기업 주가가 기준주가보다 크게 낮아졌다. 기준주가는 올 10월 10일을 기준일로 직전 일정기간 주가의 평균치로 구한다. 포스코퓨처엠 기준주가는 31만4500원인데 이달 3일 종가는 26만9000원으로 14.5% 하락해 있었다.



그런데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모가 희망밴드(3만6200원~4만4000원)는 그대로였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모주식이 악재가 반영되지 않은 비싼 주식이 돼 버렸다. 이에 기관수요예측(10.30~11.3)이 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기관 상당수가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3만6200원) 이하로 베팅한 것으로 파악한다. 이에 발행사도 공모가를 밴드 하단 밑으로 정하는 방안을 주말 새(4~5일)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확정 공모가액 발표는 내일(7일)이다. 그 사이 '공매도 금지'라는 대형 이벤트가 터졌다.


◇ 피어그룹 주가, 모두 기준주가 상회


이날 오후 2시 국내 피어그룹 주가는 모두 기준주가를 상회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주가가 기준주가 대비 8.7%, 엘앤에프는 21.9%, 코스모신소재는 17% 높은 수준이다. 전기차 수요둔화 악재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모가가 증권신고서 기재한 내역보다 저렴해진 셈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하단 미만으로 공모가를 정하려던 눈높이를 상향 조정할 수 있는 유인이 생겼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말 새 기관들은 확정 공모가가 3만원이나 3만3000원 둘 중 하나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공매도 금지 이슈로 눈높이가 어느 정도까지 높아질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다만 무리하게 눈높이를 높이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단 밑으로 베팅한 기관들이 물량을 아예 배정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베팅한 기관들은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끌어안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가를 당초 계획한 것보단 높일 수 있겠지만 발행사 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들의 이해도 고려해야 하기에 절충점을 찾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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