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부풀리기 의혹으로 가장 곤란해진 것은 재무적투자자(FI)들이다. 2년전 매출을 기반으로 밸류(주식가치)를 구해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의혹을 제기한 금융감독원이 승기를 잡을 경우 그간의 매출 절반가량이 허수가 된다. 줄어든 매출로는 자금회수(엑시트)를 위한 적정 밸류 산출이 쉽지 않다.


◇6년 동안 8000억 투자 유치…전량 보통주, IPO 목적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다수의 FI와 전략적투자자(SI)로부터 81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다. 모두 제3자배정유상증자 방식으로 보통주를 새로 발행해 매각하는 형태였다.


그 결과 최대주주인 카카오 지분율이 올 상반기말 기준 57.31%로 줄어있다. 나머지가 FI와 SI, 소수임직원 몫이다. 2대주주는 텍사스퍼시픽그룹(TPG)가 만든 컨소시엄인 KHAKI HOLDINGS으로 14.31%, ▲ 킬로미터홀딩스(KILOMETER HOLDINGS) 6.18% ▲모빌리티코인베스트(MOBILITY CO-INVEST) 5.35% ▲모빌리티홀딩스(Mobility Holdings Limited Partnership) 3.41% ▲ LG 2.46% ▲구글이 1.52% 보유 중이다.


보통주 매입은 원금 상환이라는 안전판이 없는 투자방식이다. 최대주주가 M&A로 FI지분까지 함께 팔아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IPO가 사실상 유일한 엑시트 수단이다. IPO가 성공하리라는 확신 하에 FI들이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2021년에 집중적 투자(약 6100억원)가 이뤄졌는데 3조~4조원대 밸류로 평가됐다. 그해 첫 유상증자는 4월에 2200억원 규모로 진행됐는데 주당 발행가액(5만8205원)을 감안하면 증자후 전체 주식수(6036만8970주) 기준으로 주식가치가 3조5137억원이었다.


그해 말 12월 유상증자는 마지막 외부 투자건이다. 650억원 규모인데 주당 발행가액(1만9480원)과 증자후 주식수(2억5300만5496주)기준 밸류가 4조9285조원이었다. 반년 새 밸류가 1조5000억원 가량 높아졌다.


◇순손실 지속, 매출 외 지표로 밸류산출 불가


FI들은 투자할 당시 매출을 근거로 밸류를 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한 모비리티 서비스는 전에 없던 업종으로 매출은 급증하고 있지만 이익은 나지 않는 태동기를 거치고 있었다.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다.


발행사뿐만 아니라 시세를 참고할 만한 글로벌 대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들이 아직도 적자 영업을 하고 있다. 글로벌 대장주인 미국 우버(Uber)는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순손실 3억74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우버의 대항마인 ▲미국 리프트(Lyft)도 13억1200만달러 ▲동남아 최대 승차공유 플랫폼 그랩(Grab)은 10억9200만달러 ▲인도네시아 최대 업체 고토(GoTo)는 33조 루피아(IDR) 순손실을 내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평가방법인 순이익 기반 주가수익비율(PER)로는 당시도 현재도 밸류를 구할 수 없다. 매출 기반 대표적 평가방법은 PSR(주가매출비율)과 EV/Sales가 있다. PSR은 시가총액을 매출로 나눈 배수다. EV/Sales는 시가총액 대신 기업가치(EV, 엔터프라이즈밸류)를 대입한 것이다. EV는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을 더한 수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장 마지막 투자건에서 PSR을 9배 수준으로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투자 밸류(4조9285억원)에서 2021년 연간매출(5464억원)을 나눈 수치다. 그 해 말 순차입금(마이너스 4793억원)까지 감안한 EV/Sales 배수는 8.1배 수준이다.



이듬해 상장한 모빌리티 서비스기업 쏘카가 EV/Sales 배수를 7.7배 적용했으니 얼추 시장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FI들이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쏘카보다 매출을 두 배 이상 내고 있어 적용PSR이 소폭 높을 수 있다.


그런데 금감원이 제기한 매출부풀리기가 사실로 인정되면 FI들은 실제보다 비싼 값에 투자를 한 것이 된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로 인식하는 운수회사로부터 받는 운임의 20%가 과대계상됐다고 보고 있다. 운수회사에 광고비와 데이터제공 명목으로 운임의 16~17% 가량을 돌려주기 때문에 운임의 3~4%만 매출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금감원 시각으로 보면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은 현재의 절반수준으로 줄어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FI들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3월 스톡옵션을 주당 3만500원에 부여했다. 주당 가격을 감안하면 밸류를 7조7700억원으로 평가했다. 올 상반기 매출을 연환산한 수치(9338억원) 기준으로 PSR은 8.3배가 된다.



FI 마지막 투자 당시(4조9285억원)보다 밸류가 56%(2조8000억원) 가량 높아졌다. FI입장에선 수익률이다. 그런데 매출이 절반만 인정된다고 하면 밸류는 3조8000억원대로 낮아진다. 올 상반기 매출(4668억원)에 PSR 8.3배를 곱한수치다. 투자 당시(4조9285억원)보다 1조원이상 줄어든다.


업계에선 금감원 의혹제기가 사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대형회계법인들이 오랜 기간 카카오모빌리티 회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보다 깐깐한 지정감사(IPO목적)에서도 적정 의견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가 관련당국으로부터 잇달아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기 때문에 IPO는 한동안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도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271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여받았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카카오그룹 전체적으로 관련당국의 표적이 되고 있는데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그룹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며 "현 정권 내에서 IPO를 추진할 경우 어떤 리스크가 새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투심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 의혹제기도 그 한 단면으로 보고 있는데, FI들도 사실상 수년 내 IPO를 통한 엑시트는 체념하고 있을 것"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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