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업체 블루엠텍은 기업가치(밸류) 산출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주당평가액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대폭 높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희망 공모가는 수정 전과 동일하다.


피어그룹(비교대상기업군)을 조정해 주당평가액을 상향시킨 영향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밸류산출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재무적투자자(FI) 영향으로 보고 있다. 원하는 타겟 밸류가 명확하다는 평가다. 투자한 지 3년만에 최대 500%에 가까운 수익률을 노리고 있다.


◇ 테슬라요건 인데 할인율 낮아…'밸류'까지 높여 공모가 유지


블루엠텍은 지난달 30일 정정한 증권신고서를 새로 공시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공모가 희망밴드 산출과정에 변화가 있었다. 할인율이 대폭 상향됐다. 직전엔 8.43%~27.71%였는데 19.96%~36.81%로 높아졌다. 상단 기준으론 11.53%포인트(p), 하단기준으로는 9.1%포인트 상승했다.



할인율은 공모주주 입장에선 투자유인이 된다. 본연의 기업가치(평가 시가총액)보다 할인율만큼 저렴하게 주식을 판다는 의미다. 할인율을 대폭 상향했으니 평가 시가총액만 합리적으로 산출했다면 블루엠텍 주식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런데 할인율만 손보지 않았다. 평가 시가총액까지 직전 2292억원에서 2622억원으로 높여잡았다. 그 결과 최종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5000원~1만9000원으로 수정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할인율을 높인 만큼 본연의 기업가치도 높여 사실상 할인효과를 없앴다. 주식을 직전과 같은 값에 팔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수정 전 할인율을 문제 삼았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례상장 기업치고 지나치게 할인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블루엠텍은 테슬라요건(이익미실현 요건)으로 도전한 케이스다. 상장요건에는 못 미치지만 성장성이 있다고 주관사가 보증하면 증시입성을 허용해 주는제도다. 대신 공모주주는 환매청구권을 갖는다.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면 3개월 내 공모가의 90% 가격에 주관사에게 주식을 되팔수 있다.


특례상장은 일반상장 대비 할인율이 높다. 보다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으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2021년 이후 이달까지 특례상장을 한 발행사 평균할인율은 25.97%~39.03%다. 블루엠텍 최초 할인율(8.43%~27.71%)는 이보다 11.32~17.54%포인트 낮았었다.


금감원 지적이 나올만한 포인트인데, 이를 수용은 했지만 평가 시가총액도 높이면서 의미가 없어졌다.


◇ 평가 시가총액 신뢰 상실…끼워 맞추기식 산출


이 때문에 평가 시가총액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합리적이지 않았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평가 시가총액은 사업구조가 유사한 경쟁상장사가 증시에서 받는 평가(멀티플)을 참고해 구하게 된다.


블루엠텍은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쿠팡'과 같은 성장스토리를 도모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수요를 자사 온라인 플랫폼(블루팜코리아)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매출로 성장세는 입증했지만 아직 이익은 미미하다. 상반기 매출 418억원에 영업이익 1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매출기반인 주가매출비율(PSR)을 평가방법으로 택했다. PSR은 시가총액을 매출(1년치)로 나눈 배수다. 피어그룹 PSR 평규치에 블루엠텍 최근 1년치 매출을 곱하면 평가 시가총액이 된다.


최초 신고서엔 피어그룹을 더블유에스아이(1.94배)와 비트컴퓨터(2.84배) 두 곳만 정해 평균 PSR이 2.39배였다. 하지만 정정을 통해 HLB테라퓨틱스(4.44배)와 유비케어(1.71배)를 넢으면서 평균 PSR이 2.73배로 높아졌다. 평가 시가총액이 높아진 이유다.



평균 PSR을 높여준 HLB테라퓨틱스는 콜드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백신 유통업을 한다. 콜드체인은 농수산물이나 의약품 저장과 운송과정에서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설비투자와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요한다. 비용이 드는 사업이라 한동안 수익성을 제한할 수 있다.


블루엠텍은 최근에 이 콜드체인을 갖춰 경쟁력과 수익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 고도화를 위해 약 240억원을 투자해 평택 물류센터(1만 608m²)를 올 7월 완공했는데 일부를 콜드체인으로 활용한다. 영하 20˚C로 관리되는 냉동창고는 119m², 15~25 ˚C 습도 60% 이하를 유지할 수 있는 정온창고는 3002m² 규모다.


◇ FI 존재에 눈길, 210억 투자...공모가, 원금의 최대 6배


업계에선 FI 탓에 밸류가 고무줄처럼 늘어난 것으로 본다. 목표 수익률이 명확하다는 평가하다. 블루엠텍은 두 차례에 걸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총 21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RCPS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까지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했기에 IPO가 아니면 엑시트(자금회수) 방법이 없다.


우선 2020년 10~11월 총 4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주당 발행가가 3290원이다. 당시 발행주식수를 감안하면 밸류는 230억원 수준이었다. 그리고 1년만인 2021년 9~10월 170억원 규모로 발행했는데 주당 발행가액은 9302원, 밸류는 847억원이었다. 이후 무상증자나 액면분할은 없었다. 즉 RCPS 주당 취득단가에 변화가 없다.



현 공모가 희망밴드(1만5000원~1만9000원)와 예상 시가총액(1597억~2023억원)과 비교하면 수익률 계산이 직관적으로 가능하다. 1차 RCPS는 수익률은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1만5000원)으로 정해질 경우 355.9%, 상단(1만9000원)으로 정해지면 477.5%가 된다. 투자 3년만의 결실이다. 2차 RCPS는 공모가 하단으로 정해지면 61.3%, 상단 시 104.3% 수익률을 기록한다. 투자 2년만의 성과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낮게 보이는 할인율을 의식해 조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식의 끼워 맞추기는 밸류에 대한 불신만 초래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