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등산용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 동인기연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자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이하 시몬느)을 떠올리는 기관투자자들이 있다. 사업모델이나 시장지위도 유사한데 공모구조까지 판박이인 탓이다. 시몬느는 2년 전 투심저조로 IPO를 철회한 곳이다.


동인기연은 고가 등산가방 시장 톱티어들을 고객사로 둔 글로벌 1위 ODM이고 시몬느는 어포더블(affordable) 명품백 글로벌 1위 ODM이다. 양사 모두 재무적투자자(FI)가 구주매출을 통해 엑시트(자금회수)를 도모했다.


의류나 가방 ODM 시장 1위사들은 사업안정성이 탄탄하다. 제품이 필수재에 가까워 경쟁력만 있으면 매출이 담보된다. 반대로 구조적 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시장이다. 안정적 현금창출력이 매력이다. 이 때문에 IPO에선 투자자들이 밸류(기업가치)를 상대적으로 민감히 본다. 성장이 제한적이라 공모주가 저렴해야 차익실현이 가능한 특징 탓이다.


시몬느는 FI 탓에 밸류를 공격적으로 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수요예측에서 냉대를 받았다. 동인기연도 고평가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FI와 최대주주 영향으로 보고 있다. 창업주인 정인수 대표까지 구주를 판다.


◇정인수 대표 40억대 매출…PER 12배, 해외사 피어포함 영향


동인기연은 총 183만8000주를 공모하는데 구주매출이 42만8000주로 전체의 23.3%를 차지한다. 신주모집(141만주)은 76.7%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3만3000원~3만7000원이고, 공모액은 606억~680억원인 중형딜이다.


구주매출은 최대주주인 정 대표와 사모펀드인 '큐씨피제이비기술가치평가'가 한다. 정 대표는 419만9000주(상장 전 지분율 83.98%)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12만8000주를 매각하기로 했다.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는 47억원 규모 물량이다. FI는 보유지분 75만주(지분율 15%) 가운데 30만주를 매각한다. 상단 기준 111억원 규모다.


평가 시가총액(밸류)을 3275억원으로 구한 결과다. 평가 밸류는 최근 1년치(2022년 하반기~2023년 상반기) 순이익인 268억원에 적용 주가수익비율(PER) 12.22배를 곱한 수치다. 여기에 할인율 27.61%~35.43%을 적용해 적용 주식수(651만주)로 나눈 것이 공모가 희망밴드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적용PER이다. PER이 높은 해외기업이 다수 포함돼 평균치가 올라갔다. 아웃도어 업체 영원무역(PER 3배)과 한세실업(9배) 등 국내 4개사 뿐 아니라 해외 5개사가 포함됐다.


해외사는 3개사가 PER이 20배를 넘는다. 나이키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의류ODM 에끌라 텍스타일(Eclat Textile)을 포함시켰는데 PER이 26.16배다. 이어 마카롯(Makalot)은 22.18배, 선저우인터내셔널(Shenzhou International)은 22.05배다.



국내 4개사만 따로 평균을 내면 PER이 6.65배에 그치는데 해외사 포함으로 평균치가 5.57배포인트 높아졌다. 이 탓에 할인율을 감안해도 동인기연 PER은 국내 피어그룹 평균보다 높다. 할인율을 감안한 밸류는 2148억~2408억이고, 이를 적용순이익(268억원)으로 나누면 PER은 8.01~8.99배가 된다. 공모가 하단기준(8.01배)로도 국내사 평균(6.65배)보다 1.4배포인트 가량 높다.


◇PER 8.5배로 투자, 현 국내평균치 상회…시몬느 전철 우려


자산운용업계에선 발행사가 PER을 국내사 평균보다 높인 이유를 구주매출에서 찾고 있다. FI 입장에선 투자한 당시보다 PER이 최소 비슷하거나 높아야 합리적 성과를 내게 된다. 사모펀드를 조성한 FI는 큐캐피탈파트너스와 JB자산운용이다.


2019년 10월 전환상환우선주 7500주를 150억원에 샀다. 주당 가액이 200만원이었다. 당시 전체 발행주식수(5만주)를 감안하면 밸류를 1000억원(5만주*200만원)으로 평가했다. 그해 연간으로 순이익이 117억원이었으니 PER을 8.5배(1000억/117억원)수준으로 적용한 셈이다.



당시는 영원무역이 받던 시세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영원무역은 2019년 말 기준 시가총액(1.5조원)과 그해 순이익(1743억원)기준 PER이 8.71배였다. 한세실업은 2019년 적자를 내 PER이 구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후 4년이 흐르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PER이 낮아져 최근 6배대로 수렴된 모습이다. 국내 아웃도어 관련주에 대한 투심이 저조해진 것인데 FI 기대치는 3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대주주가 구주매출에 동참하면서 발행사가 균형을 잡을 유인도 사라졌다.


비슷한 스토리로 IPO에 나섰던 시몬느가 결국 철회를 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공격적인 도전이라는 분석이다. 시몬느는 사실 인지도나 규모 면에서 동인기연을 앞선다. 더불어 유동성잔치가 벌어지고 있던 2021년 9월에 공모를 했음에도 투자자들이 외면했다.


시몬느는 미국 5대 어포더블(affordable) 명품백 브랜드인 마이클코어스(Michael Kors)와 코치(COACH), 케이트스페이드(Kate Spade), 토리버치(Toryburch), 마크제이콥스(Marc Jacobs)를 만드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8054억원, 영업이익은 1440억원(이익률 17.9%)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동인기연보다 3배 이상 많다.



시몬느 FI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으로 상장 전에 지분 30%를 매입했고 IPO에서 구주매출을 노렸다. 시몬느 역시 해외기업 위주로 피어그룹을 꾸려 적용 PER이 30.53배였고, 평가 밸류는 2조1089억원로 도출했다. 공모가 희망밴드 기준 PER은 19배~23.2배였다. 시몬느는 2021년 10월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철회신고서를 냈다.


당시 발행사는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 밑으로라도 상장하려했으나 블랙스톤이 반대하면서 최종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몬느는 현재까지 IPO 재도전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아웃도어주 투심 저하 FI 몫…발행사 "국내엔 없는 기술력 감안"


일각에선 업종 투심저하는 FI가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주장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FI 투자 이후 4년 새 국내 대표ODM업체들이 받는 멀티플이 낮아진 것이 현실이고, 변화된 환경은 FI가 받아들여할 몫"이라며 "공모주주가 해당 밸류를 받아들이는건 사모펀드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 외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동인기연은 상장이후 중장기적인 주가가 결국 업종 평균 멀티플과 유사하게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동인기연측은 국내 아웃도어업체만으로는 자사 경쟁력 반영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해외기업을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동인기연 관계자는 "자사는 하이엔드(고품질) 제품을 지향하고 있고 소품종 대량생산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강하다는 것이 국내 아웃도업기업들과 대비되는 차별점"이라며 "하이엔드 개발사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데, 가능한 회사가 글로벌적으로도 손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우리는 등산용품 중심이라 아웃도어 의류에 치중돼 있는 국내사와 엄밀히 영역이 다르다"며 "이에 해외기업을 넣어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FI 구주매출도 시각을 달리하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FI가 중장기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보유지분 중 일부만 매각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통상 FI는 구주매출을 많이 하려하는데 동인기연이 상장 후에도 우수한 실적이 예상돼 FI가 보유지분(75만주) 중 45만주는 계속 보유하기로 결정하고 30만주만 매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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