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6%대 이자율로 사모채를 발행했다. 차환용인데 2%대에 발행했던 회사채를 갚는데 쓰일 전망이다. 수년전부터 친환경 사업으로의 대전환을 진행하면서 차입이 현금창출력 대비 과도하게 비대해졌는데 고금리 시기 이자비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신용등급(A-, 안정적) 하방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재무부담이 점증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달 26일 70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했다. 만기가 2025년 9월 26일까지인 2년물이고 이자율은 6.249%로 책정됐다. 주관사는 키움증권이다. 자금용도는 차환인데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2020년 11월에 발행한 165회차로 1500억원(3년물) 규모다. 당시는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라 3년물임에도 이자율은 2.611%에 그쳤다. 이번 사모채는 165회차보다 만기가 1년 짧지만 금리는 2.3배 높다.


SK에코플랜트는 대형 종합건설사로 그룹지주사 SK㈜의 자회사(지분율 43.3%)다. SK하이닉스나 SK온과 같은 SK그룹 제조계열사들이 공장을 지을 때 SK에코플랜트가 역할(플랜트 시공)을 한다. 더불어 국내에서 주택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는 9위다.


3년 새 비대해진 차입이 이자비용 상승(고금리 전환)을 유발하고 있다. 2020년부터 친환경투자를 위해 쓴 돈이 조단위에 이르는데 이를 차입으로 충당해왔다. SK에코플랜트는 그룹차원의 친환경사업 대전환에 동참했다. SK그룹은 2021년 1월에 그룹 4대 핵심사업으로 그린에너지와 반도체·첨단소재, 디지털, 바이오 등을 천명했다. SK에코플랜트도 2021년 5월 사명(직전 SK건설)을 바꾸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자료:한국기업평가)


디에코플랫폼과 디디에스, 삼강엠엔티 등 다수의 환경‧에너지업체를 인수했는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 투자금액이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최근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올 3월 블룸에너지 지분 추가 확보와 관련해 약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워낙 단기에 대형투자가 이뤄진 탓에 빚을 내 자금을 충당해야 했다. 2019년 말 2053억원에 불과하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1조1271억원 2021년 말 2조602억원, 2022년말 3조2577억원으로 불었다. 올 상반기 말엔 4조3611억원이 됐다.



영업으로 번 돈으론 감당하기 힘든 규모다. SK에코플랜트는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19년에 4676억원 수준이었는데 이후 2020년 3147억원, 2021년 2089억원으로 줄었다. 2022년부턴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어 연간 3000억~4000억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4조원까지 불어난 차입을 해소하기엔 이익규모가 작다.


차입금 대응여력(커버리지)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차입금/EBITDA도 2019년엔 0.4배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말엔 7.9배로 치솟아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낮출만한 변화로 보고 있다. 하향트리거를 지속 터치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순차입금/EBITDA가 7배를 초과하고 ▲EBITDA마진율이 3배 미만인 경우가 지속되면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에코플렌트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순차입금/EBITDA가 7배를 넘어왔다. 다만 EBITDA마진율은 올 상반기 7%로 기준(3배 미만)을 상회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장기신용등급 변동요인(자료:한국기업평가)


공교롭게도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며 그간 일으킨 차입이 이자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차환용 사모채가 그 일례다. 이자비용은 2019년 638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1888억원으로 3배로 뛰었다.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47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준비 중인 기업공개(IPO)를 적기에 성사시켜야 신용등급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고 본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IPO를 위해 대표 주관사를 선정했고 올 4분기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전사 사업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차입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라며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가 됐으며 재무건전성 개선 및 내적성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