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머티리얼즈 피어그룹이 적절하게 선정됐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쉽게 내릴 수 없다. 국내에 전구체 상장사가 없는 탓이다. 발행사가 국내 유일 제조사기도 하다. 글로벌로 넓히면 전구체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상장사들이 많긴 한데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영향으로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태라 이들 위주로 편성하는 것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에 발행사는 전구체 바로 윗 밸류체인인 국내 양극재(전구체로 생산) 업체 위주로 피어그룹을 꾸렸다. 여기서부터는 비교적 선명한 기준이 있다. 바로 관계사이자 코스닥 1위인 에코프로비엠이 시장에서 받는 멀티플(EV/EBITDA)이다.


에코프로비엠은 관계사라 피어그룹에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국내 양극재 1위 사업자다. 게다가 발행사와 운명공동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만드는 전구체의 90% 가량을 에코프로비엠이 사간다. 에코프로비엠이 잘돼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실적도 좋아진다.


현 피어그룹은 최종 고객(베터리셀 제조사)이 다르다. 이들로부터 도출한 적용 멀티플은 발행사 현황을 대변하지 못할 수 있다. 양극재업체를 피어그룹에 포함시켜야 한다면 사실 에코프로비엠이 가장 적합하다.


그래서 에코프로비엠 멀티플과 발행사의 적용 멀티플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발행사는 피어그룹을 적절히 꾸린 것으로 분석된다. 공모가 상단 기준 멀티플이 에코프로비엠보다 소폭 저렴하다.


◆ 에코프로비엠 멀티플, 단순 계산하면 55배


2편(②멀티플 76배, 고평가일까)에서 다뤘듯 발행사가 적정 시가총액 산출에 적용한 EV/EBITDA는 최근 1년 EBITDA 기준으로는 71배, 연환산 EBITDA기준으로는 76배다. 그리고 적정 시가총액에서 14~32.3%를 할인해 공모가 희망밴드를 구했는데, 이 경우 EV/EBITDA는 희망밴드 하단 기준 52.16%, 상단 기준 64.66배로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공모가 상단 기준 EV/EBITDA(64.66배)가 에코프로비엠 멀티플보다는 낮아야 피어그룹을 합리적으로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피어그룹은 중국 전구체 1위 제조사 ▲CNGR과 국내 양극재 제조사들인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이다. 이들은 최종 고객사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셀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이다. CNGR이 전구체를 담당하고 나머지 3사가 양극재를 만들어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한다.


이들이 시장에서 받는 평가(멀티플)를 그대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옮기면 현실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에코프로비엠이 최대 고객사이고, 에코프로비엠은 다시 삼성SDI와 SK온에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와 SK온의 시장 지위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발행사의 적용 멀티플을 에코프로비엠과 비교해봐야 하는 이유다.



단순 계산하면 에코프로비엠 멀티플이 발행사보다 낮다. 공모주가 에코프로비엠 주식보다 더 비싸게 나왔다는 의미다. 에코프로비엠은 피어그룹에 적용한 기준주가 기간 상 시가총액이 27조6484억원이다.


기준주가는 일정기간 종가를 산술평균한 수치다. 주식시장 단기변동성 영향을 최소화해 공모가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다. 발행사는 증권신고서 제출 3영업일 전인 올 9월20일 기점으로 최근 한달 치(8.21~9.20) 종가 평균치와 일주일(9.14~9.20) 평균치 중 낮은 수치를 기준주가로 설정했다.


에코프로비엠 종가는 최근 한달 치 평균이 30만6696원이고, 최근 일주일치 평균이 28만2700원으로 더 낮다. 이에 일주일치 평균(28만2700원)을 상장주식수(약 9780만주)에 곱한 것이 기준주가 상 시가총액(27조6484억원)이다.



시가총액에 올 상반기말 기준 순차입금 1조3507억원과 자본에서 비지배지분 몫 2007억원을 더하면 기업가치(EV)가 29조1999억원으로 계산된다. EV를 올 상반기말 기준 EBITDA(2626억원)를 연환산한 5252억원으로 나누면 EV/EBITDA는 55.6배다.


발행사 공모가 상단 기준 멀티플(64.66배)보다는 9배포인트 가량 낮다.


◆ 삼성SDI와의 합작사 '이엠'…귀속 EBITDA만 넣으면 69배


다만 에코프로비엠은 대형 합작사가 있어 EBITDA가 실제보다 과대 계상돼 있다.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발행사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요하는 제조사라 밸류 평가방법을 EV/EBITDA로 정했는데 이 방법은 합작으로 이익을 나눠 갖는 영향을 반영하지 않는다.


2011년 국내 상장사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의무도입되면서 재무제표에서 당기순이익과 자본 항목은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 몫을 따로 표기하게 됐다. 이에 IPO기업들은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하는 PER(주가수익비율)을 평가방법으로 택할 경우 당기순이익은 지배주주 귀속분만 활용하게 됐다.


가령 C라는 합작사에 A가 지분 60%, B가 40%를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C의 당기순이익이 100억원이라면 A는 IPO를 할 때 C사가 종속기업임에도 B사 순이익은 지분율 만큼인 60억원만 전체 적용 순이익에 포함시킬 수 있다. C사가 순이익 100억원을 모두 배당할 경우 B사로 가는 40억원은 A사 주주들과는 무관한 금액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EBITDA는 IFRS에서 지배주주 귀속분을 따로 정의하지 않는다. 대형합작사가 있다면 EV/EBITDA 배수가 왜곡될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0년 2월 삼성SDI에 양극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목적으로 삼성SDI와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 에코프로비엠 지분율이 60%, 삼성SDI가 40%인 곳이다.


즉 에코프로이엠 EBITDA는 에코프로비엠 연결기준 EBITDA에 온전히 포함되지만 실제로 귀속되는 이익은 60%다. 나머지 40%만큼 부풀려져있다고 볼 수 있다. 에코프로이엠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매출이 2021년 119억원에서 2022년 2조54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7192억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이엠 EBITDA는 지난해 1371억원이다. 삼성SDI 귀속분(40%)은 약 548억원이 된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 연결기준 EBITDA인 4454억원 가운데 12%(548억원) 가량이 과대 계상돼 있다. 올해 에코프로이엠 EBITDA는 비상장사라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업계는 올 상반기 에코프로비엠 연결기준 EIBTDA(2626억원)에서 삼성SDI로가는 에코프로이엠 귀속분 비중이 20%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파악한다. 약 525억원이 부풀려져있다. 이를 감안해 조정한 올 상반기 에코프로비엠 연결기준 EBITDA는 2101억원, 연환산으로는 4202억원이 된다.


앞서 계산한 EV(29조1999억원)를 조정 EBITDA(4202억원)로 나누면 EV/EBITDA는 69.5배로 높아진다. 발행사 공모가 상단 기준 EBITDA(64.44배)보다는 5배포인트 가량 높다. 합작사 영향을 감안할 경우엔 에코프로비엠 주가 대비 발행사 공모가가 그만큼 저렴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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