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체 제조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퀴티 스토리'(Equity story)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가 산출과정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적정 시가총액(밸류)을 약 4조원으로 산출했는데 70배가 넘는 EV/EBITDA[기업가치(Enterprise Value)/상각전영업이익] 배수를 적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배터리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IPO 당시 적용한 50배를 훌쩍 넘는다.


단순 숫자로만 접근하면 고평가 논란이 일만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최상단에 있는데다 전 세계 2위 지위에 있다. 발행사 주식을 LG에너지솔루션보다 비싸게 살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다만 에퀴티 스토리(①LG엔솔 밸류체인 저격...'중국'산은 위험)를 이해하면 수긍이 간다. 이른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를 의미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지난해 중순 발효되면서 주요 피어그룹(비교대상군)인 국내 전기차 부품사 주가를 끌어올렸다.


중국이 배제되는 것에 따른 반사이익을 투자자들이 기대한 셈이다. 일부 피어기업은 EV/EBITDA가 100배가 넘는다. 발행사는 고평가를 의식해 오히려 15배 수준인 중국 경쟁사를 피어그룹에 포함시켜 균형을 맞췄다. 그 결과가 70배다.


◇LTM기준 넣어 할인…5000억 공모자금은 시가총액 포함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발행사는 적정 시가총액을 3조9573억원으로 산출했다. EV/EBITDA를 평가방법으로 적용했다. IPO기업은 일반적으론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채택하는데 발행사와 같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제조업은 EV/EBITDA가 더 적합하다.



EV는 기업가치(EV, Enterprise Value)를 뜻한다. 상장사의 경우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을 더하면 EV가 된다. EBITDA는 감가상각전영업이익으로 영업이익에 유무형감가상각비를 더한 수치다. 회계적비용인 감가상각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제조사의 실질 수익성을 살펴볼 때 용이하다.


피어그룹의 개별 EV를 EBITDA로 나눈 수치에 대한 평균값이 IPO 발행사에게 적용 EV/EBITDA가 된다. 적용EV/EBITDA를 발행사 EBITDA에 곱하면 발행사 EV가 도출되고, 해당 EV에서 발행사 순차입금을 빼면 발행사 적정 시가총액이 나온다.


EBITDA는 1년치를 의미하는데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미래성장성이 높은 산업군은 연환산 수치를 주로 활용한다. 가령 현재 상반기 결산을 마무리한 시점이라면 올 상반기까지 EBITDA의 두 배를 연간 EBITDA로 본다. 보수적으로 볼 땐 결산시점으로부터 최근 1년치(LTM, Last Twelve Months)를 연 EBITDA로 설정한다.


발행사는 두 기간을 모두 활용했다. 피어그룹은 중국 전구체 1위인 CNGR과 국내 양극재기업들인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 4곳으로 정했다. 연환산 EBITDA기준 피어그룹 EV/EBITDA는 76배, LTM EBITDA기준으론 71.1배다.



발행사 연환산 EBITDA는 580억원, LTM은 443억원이다. 그 결과 연환산 기준 EV는 4조4118억원, LTM 기준 EV는 3조1523억원이 됐다. 두 EV의 평균값(3조7820억원)에서 순차입금(3487억원)을 빼고 공모자금(100% 신주모집)인 5240억원을 더한 것이 적정 시가총액(3조9573억원)이다.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부품은 성장성이 농후하다. 발행사는 EV가 높게 나오는 연환산 기준치만 활용해도 큰 이견이 없을 텐데 LTM기준치도 포함해 적정 시가총액을 스스로 낮추는 효과를 냈다. 참고로 LG에너지솔루션은 연환산 기준치로 밸류를 구했다.


다만 발행사는 LG에너지솔루션과는 달리 공모자금(5240억원)을 적정 시가총액에 반영했다. 그만큼 몸값이 치솟는다. EV가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을 더한 수치이기에 공모자금을 포함시켜도 이론적으론 문제가 없다. 공모자금이 곧 현금성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LTM기준치를 반영해 몸값을 낮춘 것을 공모자금이 상쇄해 제자리로 돌려 놓은 모습이다. 연환산기준 EV(4조4118억원)에서 공모자금(5240억원)을 제하면 3조8877억원이 된다. 적정 시가총액(3조9573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포스코퓨처엠 124배, 중국 CNGR 넣어 균형


핵심은 적용 EV/EBITDA가 적정한지 여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과 국내 삼성SDI를 피어그룹으로 삼았었다. 그 결과 적용 EV/EBITDA를 51.4배였다. CATL이 80.7배에 달했지만 삼성SDI(22배)를 넣어 균형을 잡았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연환산 기준 적용EV/EBITDA(76배)는 LG에너지솔루션(51.4배)보다 24배포인트 가량 높다. 거의 CATL(80.7배) 몸값에 가깝다.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했다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밸류가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미국의 중국 견제 전후로 국내와 중국 배터리관련주 흐름을 비교해보면 일부 납득을 할 수 있다. 국내와 중국 배터리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과 CATL를 보면 이해가 쉽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2022년 1월 만해도 CATL은 고평가 받았다.



전 세계 배터리셀 1위 사업자로 전기차시장 개화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당시 CATL 시가총액(기준주가)은 약 282조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70조원)의 4배에 달했다.


이후 반여년만인 지난해 8월 미국 IRA법이 발표되자 희비가 갈렸다. 이달 3일 기준 CATL 시가총액은 약 165조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시 보다 41% 하락했다. 1년반 만에 120조원이 증발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이달 3일 기준 시가총액은 111조원으로 상장당시보다 58.8% 상승했다. 40조원 가량 늘었다.


CATL 주가(시진:네이버금융)


마찬가지로 국산 배터리 소재기업들은 EV/EBITDA가 크게 뛰었다. 국내 피어그룹인 포스코퓨처엠은 올 상반기 연환산기준 EV/EBITDA배수가 124.2배, 코스모신소재는 100.9배에 이른다. 엘앤에프는 63.2배다. 아직 이익창출이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주가는 선행해 높아진 영향이다.


반면 중국 소재기업은 CATL과 흐름을 같이했다. 중국 전구체 1위 CNGR은 배수가 15.7배에 그친다. 전구체는 물론 바로 윗단계 밸류체인인 양극재 기업도 비슷하다. 중국기업들이 심각하게 저평가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발행사는 CNGR을 피어그룹에 넣지 않는 것이 유리했지만 넣어서 균형을 맞췄다. CNGR을 제외하면 피어그룹 평균 EV/EBITDA는 96배로 치솟는다.


업계 관계자는 "IRA 영향으로 중국 업체는 북미 시장에 잠정적으로 진입이 차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양극재 업체는 멀티플이 100배, 중국은 20배로 형성돼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공모가 상단 기준 EV/EBITDA 64배


공모가에 적용한 할인율을 감안하면 발행사 EV/EBITDA는 50~60배 수준으로 낮아진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3만6200원~3만4600원이다. 평가액 대비 14~32.3% 할인율을 적용한 결과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2조6788억~3조4040억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을 기반으로 EV를 구하면 3조2762억~3조7528억원이 된다. 이를 올 상반기 연환산 EBITDA(580억원)로 나누면 EV/EBITDA는 52.16~64.66배가 된다. 공모가가 상단으로 정해지면 EV/EBITDA(64.66배)가 피어그룹 평균치(76배)보다 11배포인트 가량 낮은 것이 된다.


피어그룹이 적절했다면 해당 할인폭(11배포인트)만큼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피어그룹 적정성 여부에 대해선 다음편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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