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기업공개) 빅딜은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미달이 나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이 대출을 받아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우선배정분이 많은 탓이다. 이에 인기가 있는 빅딜은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개미)에게 추가 투자기회가 생긴다. 그런데 그 동안엔 자금력이 충분한 기관투자자에게 그 기회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개미는 약속한 납입을 이행하지 못하는 리스크가 있는 탓이다.


대어 두산로보틱스는 일반투자자를 우선 고려했다. 청약 비중을 최대치로 높이기로 했다. 이례적인 케이스다. 두산로보틱스는 중장기적으로 B2C 협동로봇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에 추가 투자기회를 소비자인 개미들에게 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로봇국민주로 자리매김하면 B2C사업도 유리해진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우리사주 절반 미달…'개미' 비중 25%에서 30%로 '최대치'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전일 진행한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전체 배정물량의 절반정도가 청약된 것으로 파악된다.  발행사는 총 1620만주를 공모했고, 확정 공모가(2만6000억원)기준 전체 공모액은 4212억원이다. 이 가운데 20%인 324만주(842억원)가 우리사주조합 우선배정분이다. IPO를 하는 기업은 법적(근로복지기본법)으로 공모주의 20%를 직원에게 배정해야 한다. 회사 성장의 과실을 나눠주는 차원이다. 



우리사주 배정분 절반이 청약됐으니 금액으로는 약 420억원, 최종 배정비율은 10% 가량이 된다. 다른 빅딜과 마찬가지로 미달을 피할 수 없었다. 발행사 직원수는 상반기말 기준 193명이다. 배정분(842억원)을 소화하려면 인당 4억36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쉽게 마련하기 힘든 금액이다. 유동성이 넘쳐나던 수년전만해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라도 해서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금리가 치솟아 부담스럽다.


우리사주에서 미달이 나면 발행사와 주관사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해당물량을 기관투자자나 일반투자자에게 추가 배정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는 기본배정 비율이 55%인데 최대 75%까지 확대할 수 있고, 일반투자자는 기본 25%에 최대 30%다.


주목되는 건 두산로보틱스의 이례적 결정이다. 일반투자자 배정비율을 최대치(30%)로 정했다. 공모주의 10%(약 420억원)가 미달 분이고 이중 5%(210억원)를 일반투자자에게, 나머지 5%(210억원)를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투자자 배정분은 최초 1053억원에서 126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동성 풍부했던 2021년에나 있던 사례…스스로 '개미' 배려, 로봇국민주 '목표'


공모액이 1000억원 이상인 빅딜 가운데 일반투자자 비중을 최대치로 편성한 발행사는 2021년 이후로는 손으로 꼽는다. 2021년은 공모주 광풍이 이어진 시기다. 유동성이 넘쳐나 발행사 주가도 상장 후 웬만하면 크게 상승했다.


그런데 발행사들이 안정성을 이유로 기관 위주로 추가배정을 하자 차익실현 기회가 기관에게만 간다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이 일반투자자에게도 추가 청약기회를 줄 것을 권고하기 시작했는데 그 첫 타자격이 2021년 5월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였다. 공모액이 2조2459억원이나 됐는데 30%(6737억원)를 일반투자자에게 배정했다.



이어 2021년 8월까지 그 흐름이 이어졌다. 롯데렌탈과 아주스틸, 일진하이솔루스까지 30%를 편성했다. 하지만 이후론 제자리로 돌아왔다. 금리상승 우려에 유동성 잔치가 끝나가는 분위기였던 탓이다. 다시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2021년 9월 이후로 현재까지 총 10건의 빅딜(1000억원)이 있었는데 이 중 일반투자자 비중이 30%였던 발행사는 수산인더스트리(공모액 2000억원)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25% 내외였다. 사상 최대어였던 LG에너지솔루션도 25.8%였고 가장 최근 빅딜인 파두도 25%다.


두산로보틱스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과거와 달리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가 아니고, 금융당국의 입김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스스로 일반투자자를 배려했다. 발행사는 앞선 기관수요예측 흥행(63조원 청약)으로 차익실현 기대감이 높은 곳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일반청약도 흥행하고 있다. 첫 날(21일) 증거금만 3조5000억원이 넘어 최초 배정분(1053억원)을 소화하고도 남는다.


업계에선 두산로보틱스가 '로봇국민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본다. B2C를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어 필요한 전략이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코봇, Cobot) 시장 글로벌 4위 사업자다. 코봇은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작업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는 B2B 위주로 성장기에 돌입했지만 B2C도 활용처가 많다. F&B사업장에서 로봇을 통해 서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근거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상장을 통해 회사는 B2B(기업 간 거래) 로봇 사업 시장을 선점한 뒤 장기적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사업을 확장, 글로벌 종합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협동로봇은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하는 중요한 사업이라 국민적 관심이 높다"며 "더불어 B2C로도 확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선 '로봇국민주'로 자리매김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