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틸 공모가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실적 피크아웃(Peak out)이 현실화한 2분기 실적을 공개한 탓이다. 매출이 전분기 대비 21% 가량 감소했다.


피크아웃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에 대한 할인을 충분히 공모가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처음 제출한 시점이 6월 말이다. 분기 결산은 하지 않은 상태지만 4~5월 매출 흐름 파악이 가능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넥스틸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적용순이익으로 정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6월 말 증권신고서 제출…매출감소 인지 가능 시점


넥스틸은 최근 자율공시를 통해 연결기준 상반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4132억원, 영업이익은 1337억원이다. 전년 동기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증감율은 파악이 어렵다. 다만 IPO 당시 기업가치(밸류) 산정을 위해 공개했던 1분기 실적을 통해 2분기 실적과 전분기 대비 증감률은 계산이 가능하다.


1분기에는 매출 2317억원에 영업이익 776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상반기 실적에서 빼면 2분기 매출은 1816억원, 영업이익은 562억원이 된다. 결과적으로 2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1.6%, 영업이익은 27.6% 감소한 것이 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33.5%에서 30.9%로 2.5%포인트 하락했다.



그 간의 고공성장 흐름과 정반대다. 넥스틸은 연간매출이 2020년 2148억원에서 2021년 4247억원, 2022년 6684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5억원에서 170억원, 1813억원으로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업계는 피크아웃이 현실화한 것으로 분석한다. 2분기가 계절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시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정관 업체들은 작년 최대 호황을 맞아 분기를 거듭할수록 매출이 크게 늘었다. 넥스틸은 작년 분기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동종업체인 휴스틸을 통해 추정이 가능하다. 휴스틸은 넥스틸이 IPO 당시 최종 피어그룹으로 선정한 곳으로 유정관이 주력이라는 점이 같다.



휴스틸은 2022년 1분기 매출이 1973억원에서 2분기 2408억원, 3분기 2764억원, 4분기 3164억원으로까지 늘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 266억원에서 4분기 1228억원으로 폭증했다. 2분기에 계절적 요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작년과 올해 분위기가 다른 셈이다.


휴스틸의 경우 올 들어 분기를 거듭할수록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은 2476억원으로 전 분기(3164억원) 대비 21.7%, 2분기 매출은 198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9% 감소했다. 매 분기 20%대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도 올 1분기 684억원에서 2분기 336억원으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작년 4분기가 실적 정점이었고 올 들어 피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올 1분기까지만해도 업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전기(2022년 4분기)에 비해선 매출이 줄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선 늘어난 덕이다. 성장 기대감이 유지됐다.


넥스틸도 이 타이밍을 IPO 적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넥스틸은 올 1분기 매출(1523억원)이 전년 동기에 비해 52.1%, 영업이익(776억원)은 109.3% 늘었다. 매출이 크게 감소한 2분기 실적까지 반영해야 하는 시기인 9월 이후로 수요예측을 하면 투심을 장담할 수 없다.


올 6월 30일 밸류에이션을 마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최소 올 2분기의 실적 흐름 절반 이상(4~5월)은 확인할 수 있는 시기다. 더불어 올 8월 초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이 때엔 2분기 전체 실적을 내부적으론 알 수 있었다.


◇LTM 기준 적용순이익, 작년 연간치 보다 높아


넥스틸이 노골적으로 호황기 실적을 최대치로 활용한 것이 문제다. 평가 시가총액을 2992억~3252억원으로 산출했는데,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최근 1년치(Last Twelve Months, LTM) 순이익을 적용순이익으로 정한 결과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순이익인 1913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인 1457억원보다 500억원 가량 더 많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선 피크아웃이 확인되자 올 연간 순이익이 작년 연간치(1457억원) 수준만 기록해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한다. 적용순이익에 거품이 있었던 것인데 수요예측 당시 발행사와 주관사는 알고 있었고 투자자들은 몰랐다.


물론 적용순이익은 LTM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향후 실적악화 가능성이 크다면 평가시가총액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높여 균형을 맞췄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넥스틸은 할인율이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 기준 13.36%, 상단 기준 5.83%에 불과했다. 최근 5년 코스피 상장사 평균할인율인 23.61~36.85%를 크게 하회한다.


이에 일각에선 넥스틸이 상장한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한 번도 상회한 적이 없음에도 여전히 투자메리트가 낮다고 평가한다. 넥스틸은 수요예측 저조로 공모가 희망밴드(1만1500원~1만2500원) 하단인 1만1500원으로 올 8월 21일에 상장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992억원이다.


이달 11일 기준 종가는 9730원, 시가총액은 2543억원이다. 그런데 이것도 피어그룹이 받는 PER(주가수익비율)과 비교하면 차익을 기대 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지 않다. 주요 유정관업체들 올해 연간순이익이 피크아웃을 반영해 작년과 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다.


작년 순이익과 이달 11일 종가 기준 PER은 넥스틸이 1.76배다. 같은 기준으로 넥스틸 IPO 피어그룹인 휴스틸이 받고 있는 1.29배보다 0.5배포인트 가량 높다. 휴스틸보다 비싼 값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또 다른 피어그룹인 세아제강 PER 2.51배보다는 넥스틸이 0.8배포인트 가량 낮다.



그런데 세아제강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유정관에 쏠려 있지 않고 ▲성장성이 높은 신재생(풍력)에너지 관련 철강제품 매출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PER이 경쟁사보다 높은 것이 인정되고 있다.


실제 세아제강은 유정관으로 인한 피크아웃을 겪고 있지 않다. 세아제강은 올 2분기 매출(5099억원)이 전년 동기에 비해 오히려 6.1% 늘었다. 더불어 올 2분기 영업이익(681억원)도 전년 동기(683억원)와 유사하다. 유정관으로 인한 충격을 타사업이 상쇄하고 있고, 이 같은 점이 PER에 반영도 있다.


이에 넥스틸 PER은 세아제강보다는 휴스틸과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휴스틸보다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넥스틸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음에도 피어그룹 PER과 비교하면 차익을 실현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