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도 롯데케미칼이 거액의 공모채 발행에 나선 건 가격 측면에서 투심을 자극할만한 요인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올 중순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A0(안정적)으로 낮아진 이후 개별민평수익률(이하 개별민평)이 높아져왔다. 다른 말로 채권값이 저렴해졌다. 그 수준이 상당하다. AA-등급 평균보다 발행사 수익률이 20bp(0.2%p) 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


키스자산평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2년물 무보증회사채 개별민평은 이달 28일 기준 4.65%다. 같은 날 기준 롯데케미칼이 속한 AA0등급 2년물평균인 4.35%보다 30bp(0.3%p) 높다. 뿐만 아니라 AA0보다 한 단계 낮은 AA-등급 2년물평균인 4.542%보다도 발행사 개별민평이 23.6bp 높다. 수익률(금리)과 채권가격은 반비례한다. 롯데케미칼 채권이 AA-평균치보다 저렴한 셈이다.



롯데케미칼 개별민평(자료:키스자산평가)3년물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기준 롯데케미칼 개별민평은 4.74%로 AA0등급평균치인 4.47%보다는 27bp, AA-등급평균치인 4.542%보다는 19.8bp 높게 형성돼 있다. 롯데케미칼은 2년물 1000억원, 3년물 500억원 어치를 공모한다. 흥행 시 최대 3000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AA0 채권을 AA-급 평균치보다 저렴하게 사는 셈이 된다. 물론 2~3년 내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우선 있어야 한다. 일각에선 △등급 하향이 이뤄진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고 △롯데케미칼 실적이 미약하나마 반등은 할 수 있기 때문에 채권 만기일 내 추가 강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6월 중순 등급 강등이 이뤄졌다. 공모채 발행은 그후 약 2개월여만에 추진한 건이다. 기본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강등 액션 이후 최소 1년의 흐름은 지켜보며 조정 여부를 검토한다. 그리고 실적이나 재무상태가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 현 등급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이 '강등 직후 발행'이라는 타이밍을 잡아 우려(추가 강등)를 최소화 했다는 분석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이 하락한지 얼마 안된 시점이기 때문에, 향후 실적이 기대와 달리 악화한다고 해도 2~3년 정도는 변동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1년만에 추가 강등이 이뤄진 케이스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4월 AA0에서 AA-로 낮아졌는데 10개월 만인 2022년 2월 A+로 추가 조정됐다. 다만 흔하진 않은 케이스다.


LG디스플레이 신용등급 변화(자료:한국기업평가)



이달 AA급 이상 우량채 발행이 전무한 것도 롯데케미칼이 노린 틈새전략이다. AA급 뿐 아니라 비우량채도 소수다. 이달 2일 BBB+인 에이제이네트웍스가 1.5년물과 2년물을 350억원 어치 찍은 것과, 같은 달 28일 A+인 동원에프앤비가 2년물과 3년물을 총 1550억원 어치 찍은 것이 전부다.


특히 동원에프앤비는 A+급임에도 롯데케미칼 개별민평과 비교해 10~20bp 높은 수준으로 발행금리를 확정했다. 2년물은 4.787%로 롯데케미칼 2년물 개별민평보다 13.7bp, 3년물은 4.966%로 롯데케미칼 3년물 개별민평보다 22.6bp 높다. 롯데케미칼이 가격 메리트를 내세울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다.



앞선 관계자는 "이달 회사채 발행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투자자 입장에선 가격 메리트가 있는 롯데케미칼을 대안으로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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