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관 제조사 넥스틸은 기업공개(IPO) 공모 내놓은 공모주가 직원들에게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우리사주조합 배정분의 1%도 소화되지 않았다.


부담은 주관사인 하나증권에게 돌아갔다. 일반청약 실권까지 포함해 180억원 규모 물량을 떠안았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 적잖은 평가손실을 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넥스틸은 하나증권이 7년 만에 처음으로 쌓은 코스피 IPO 트렉레코드다.


◇160억 배정했는데 1억 신청…내부서도 박한 평가


넥스틸은 IPO를 통해 총 700만주를 공모했는데 이중 20%인 140만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했었다. 직원들의 노고를 보상하기 위해 주식을 경쟁 없이 살 수 있는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금액으론 공모가(1만1500원) 기준 161억 어치다. 올 1분기 말 기준 직원수가 344명이니 단순 계산해 인당 4680만원 어치를 살 기회를 부여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달 9일 진행한 청약에서 불과 1만800주를 신청했다. 금액으로는 1억2420만원 규모다. 직원 1명당 36만원 어치를 산 셈이다. 배정주식(140만주)의 0.8%(1만800주)만 소화됐다. 이 탓에 최종 공모주 배정비율은 우리사주조합이 0.15%에 그치게 됐다.


우선배정은 공모가가 저렴하게 산정되거나 딜이 인기가 많을 때 비로소 혜택이 된다. 상장 후 주가 상승 여력이 커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스틸 주식은 내부 사정을 아는 직원들이 반대 케이스로 평가했다.


넥스틸은 앞서 진행한 기관수요예측 결과가 미지근했다. 물량 기준 경쟁률은 235.5대 1로 양호했지만 가격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희망밴드가 1만1500~1만2500원이었는데 상단 이상에 72%가 신청했지만 하단 이하에도 27% 가량이 쏠렸다.



이에 넥스틸은 과감히 공모가를 하단으로 정해 기관들을 폭넓게 수용했다. 하지만 이어진 일반투자자 청약이 4.63대 1 로 저조했다. 직원들은 일반투자자와 같은 날(8월 9일) 청약했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업계에선 흥행 저조의 배경을 강관 업계 피크아웃(Peak out, 정점 후 하락) 우려에서 찾는다. 넥스틸은 원유나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유정관 등이 주력 제품이고 미국에 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까진 품귀현상으로 최대실적을 냈다. 하지만 올 초부터 미국 내 유정관 판가가 하락하고 있어 넥스틸도 점진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이번 공모에서 구주매출(335만주) 비중이 47.8%에 이르러 투심에 부정적 요인도 더해졌었다.


◇하나증권 163만 실권주 인수…재판매 안해, 일단은 보유


대규모 실권에 대한 부담은 총액인수계약을 한 하나증권이 떠안았다. 주관사는 우리사주조합에서 발생한 실권을 우선은 일반투자자에게 추가로 배정할 수 있다. 여기서도 실권이 나면 기관투자자에게 살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소화가 되지 않았다.


일반투자자에게 최초 배정한 주식 175만주 비중은 25%이었는데 최종적으로 146만주(20.92%)가 배정됐다. 일반투자자 실권주까지 하나증권이 책임진 셈이다. 기관투자자는 최초 배정분 385만주(55%) 수준만 소화했다. 최종 388만주 가량(55.53%)를 매입했다.


그 결과 하나증권이 매입하게 된 주식은 총 163만7685주(23.4%)로 금액으로는 188억원이 된다. 하나증권은 해당 주식을 블록딜(Block deal)이나 장내매각으로 팔지 않고 한동안 보유하기로 발행사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나증권은 넥스틸 보유주식으로 인한 평가손익이 향후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넥스틸은 하나증권에게 상징성이 큰 딜이다. 하나증권은 연권 7~8건의 코스닥 딜을 주관해 오던 중견 하우스다. 넥스틸은 LS전산아시아 이후 7년 만에 대표주관을 맡은 코스피 딜이다. 이에 전사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넥스틸은 이달 21일 상장했다. 첫 종가는 1만740원으로 공모가(1만1500원)를 6.61%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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