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펌프카계의 현대차라 불리는 전진건설로봇이 기관수요예측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 대다수가 상초(상단을 초과) 가격 베팅을 불사하며 한 주라도 더 배정받길 고대하고 있다.


공모주 시장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얻은 결과라 의미가 크다. 상장 후 투심이 싸늘히 식자 최근 기관수요예측 단계에서 외면 받는 공모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뱅크웨어글로벌이 올 들어 처음으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으로 정했다.


전진건설로봇은 반대급부로 '상초' 몰표를 받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 2000여곳 기관 참여, 부익부 현상 주인공


2일 자산운용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진건설로봇은 기관수요예측 4영업일차(전체 5영업일)인 현재 2000여개 기관이 베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청물량기준 경쟁률은 700대 1수준이다. 더불어 신청물량의 95% 가량이 상초 베팅을 했다.


앞서 전전건설로봇은 지난달 30일(화)부터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수요예측 8부 능선(4일차)을 넘고 있는 상황인데 현재 결과만으로 '대박' 흥행으로 볼 수 있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3800원~1만5700원이고, 공모액은 427억~483억원인 중형딜이다.



특히 최근 공모주 시장 열기가 꺼진 것을 감안해야 한다. 7월 초 상장한 이노스페이스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를 20%나 밑돈 것을 시작으로 이후 타자들도 상장한 지 얼마 안되 주가가 줄줄이 공모가를 밑돌았다. 상장 후 투심이 완연히 꺾이고 말았다.


이에 묻지마 상초 베팅을 했던 기관들도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기술특례상장 주자였던 뱅크웨어글로벌이 7월 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50대 1에 그치는 외면을 받았고, 그 결과 올 들어 처음으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가로 정하게 됐다.


전진건설로봇 분위기는 상반기 ‘상초’ 때와 비슷하다. 2000여 기관 참여는 광풍이 불던 시기 보여지던 참여율이다. 뱅크웨어글로벌 참여기관수는 800여곳에 그쳤다. 경쟁률(700대1) 역시 중형딜중에선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상초 베팅 비중(95%) 역시 광풍시기에나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옥석가리기로 빈익빈(뱅크웨어글로벌) 부익부(전진건설로봇)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재건수요 기반 탄탄한 실적…밸류는 시장친화적, 수급까지 완벽


기관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만한 곳에 올인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진건설로봇이 안성맞춤이었다. 펀더멘털이 우수한데다, 기업가치(밸류)는 시장친화적으로 제시했다. 상장 후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수급'까지 좋았다. 흥행 3대요인(실적·밸류·수급)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전진건설로봇은 건설현장에 쓰이는 콘크리트펌프카 제조사다. 레미콘트럭이 시멘트를 운반해오면 콘크리트펌프카가 시멘트를 펌핑해 길다란 구조물인 붐(Boom)을 활용해 고층 건설현장에 타설하는 역할을 한다. 인명사고가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구조물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 바 안전과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기술력이다.


전진건설로봇 펌프카, 길게 늘어진 구조물이 붐(Boom)(사진:홈페이지)


전전건설로봇은 글로벌에서 지난해 8%를 점유한 글로벌 5위권 업체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 격전지인 북미시장에선 지난해 점유율이 25%로 2위다. 매출 70%가 수출이고, 40%는 경쟁난도가 높은 미국서 벌고 있다.


그런데 최근 호재를 맞았다. 2021년 말 미국정부가 1조달러(약 1380조원)를 도로와 철도, 상수도, 전력망 등 사회적생산기반에 투자하기로 하는 인프라투자법(IIJA)을 통과시켰다. 지난해는 터키대지진으로 유럽시장에서 대규모 재건수요가 발생했다. 모두 막대한 건설현장을 만들어내는 대형이벤트다. 콘크리트펌프카 수요도 그만큼 늘어났다. 상장사로 치면 '재건 테마주'가 됐다.


덕분에 2020년 912억원이던 매출이 2023년 1584억원으로 커졌다. 2020~2023년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20.7%다. 프리미엄 제품을 팔고 있어 수익성도 우수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2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8%다.



매력적인 에퀴티스토리(재건)와 실적을 갖췄는데 밸류는 저렴했다. 예상 시가총액이 2120억~2412억원인데 최근 12개월치 순이익(295억원)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이 7.18~8.17배에 그친다. 일각에선 PER 12배까지 수용가능한 에퀴티스토리로 본다.


무엇보다 상장일 주가흐름을 밝게 전망할 수 있는 수급을 갖췄다. 상장 후 유통가능물량이 246만2120주로 상장예정주식수(1536만574주)의 16%에 그친다. 그리고 유통가능물량은 전량 공모주주 보유주식이다. 상장 직후 공모주주들만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구조다.



IB업계 관계자는 “옥석가리기로 안정성 높은 발행사에 수요가 몰리면서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전진건설로봇은 실적도 탄탄한데 밸류는 시장친화적이고 수급까지 좋아 주목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건설로봇은 오는 5일(월) 수요예측을 마무리하고 7일 확정공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반투자자 청약은 이달 8~9일 양일간 진행된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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