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북미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현국(사진) 전진건설로봇 대표가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다. 발행사의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는 이 문장으로 정리된다.


전진건설로봇은 '콘크리트펌프카'(이하 펌프카)계의 현대차로 불린다. 글로벌 점유율이 5위권이다. 그런데 프리미엄만 살아남는 북미시장에선 지난해 2위를 기록했고 올해는 1위를 넘보고 있다. 그리고 미국 시장은 무려 1조달러 투입을 확정한 인프라투자법 덕에 향후 수년은 안정적으로 커진다.


이른 바 '성장하는 시장의 톱티어'다. 매년 두자릿수 매출증가율을 유지한다. 20%대 영업이익률은 프리미엄시장(북미)을 잡은 자의 특권이다.



◇ 종주국 독일산과 미국서 대등한 지위…영업이익률 20% 비결


콘크리트펌프카는 건설현장에서 쓰는 차다. 대형트럭에 붐(Boom)이라는 상부 구조물을 얹은 구조다. 붐은 접히는 콘크리트 이송장비로 길이가 18m에서 70m로 다양하다. △콘크리트 펌핑을 위한 펌프와 △트럭 전복 방지를 막는 지지대(아웃트리거)도 주요 구성품이다.


건설현장에선 레미콘이 운반해온 콘크리트를 펌프카가 붐을 활용해 원하는 건설현장에 타설 하는 역할을 한다. 높이가 10~20층에 달하는 높은 현장에서도 구조물과 근로자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제역할을 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 고장에 대한 빠른 대응도 필요하다. 펌프카 부재가 공사지연이라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전진건설로봇 콘크리트펌프카 JJ-M70 모델(사진:홈페이지)


즉 안전·안정·AS편의성을 모두 갖춰야 하는 진입장벽이 있다. 그리고 전진건설로봇은 글로벌에서 안전과 효율을 가장 중시하는 미국을 사로잡은 사업자다. 30년 업력을 통해 쌓은 경쟁력이다.


고 대표는 “30년 전 국산 펌프카가 없어 독일산제품 부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사업기반을 닦고 난 후 1995년 국산화에 성공하고 바로 호주로 수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붐 길이별로 70여개 모델을 60개국에 수출하고 34개국에 AS대리점을 갖추고 있다”며 “시장이 가장 큰 북미시장에서 작년 약 25% 점유율로 2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올 목표를 1위로 잡은 것은 격차가 크지 않아서다. 미국 시장은 독일기업인 푸츠마이스터( Putzmeister)와 슈빙(Schwing)과 함께 전진건설로봇이 거의 3등분을 하고 있다. 중국계 기업(Sany와 Zoomlion)도 있긴한데 이들은 저렴한 값으로 중국내수시장을 공력한다. 미국선 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점유율이 5% 미만이다.


고 사장은 “북미 연간 수요가 약 1000대이고 우리가 250여대를 작년에 팔았는데 1위와 격차가 20대 밖에 나지 않았다”며 “그래서 올해 1등을 해보자고 목표를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수익성 비결도 북미 등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 덕이다. 전진건설로봇은 지난해 매출 1584억원에 영업이익 329억원, 영업이익률 20.8%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도 19.2%다. 펌프카 종주국인 독일 경쟁사와 유사한 판가정책을 취하고 있는 덕이다. 독일은 1950년 펌프카를 글로벌 최초로 상용화했다.


고 사장은 ”시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독일산과 비슷하거나 5% 정도 저렴한 프리미엄 가격으로 팔고 있다“며 ”비싸게 많이 팔고 있는 것이 수익성 비결“이라고 말했다.



◇ 미국 인프라투자, 터키 재건으로 성장…중장기 호재는 우크라이나 재건


구조적 요인에 근거한 성장성은 전진건설로봇의 최대 매력이다. 매출이 2020년 912억원에서 2021년 1255억원, 2022년 1413억원, 2023년 1584억원으로 커졌다. 매출증가율(전년 대비)은 2021년 37.5%, 2022년 12.7%, 2023년 12.1%다. 올 1분기 매출(417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9.5% 늘었다.


북미와 유럽 건설경기나 건설정책이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매출 70% 이상을 수출로 벌고 있다. 지역별 매출비중이 지난해 북미 41.6%, 유럽 18.2%, 중동 4.9% 등 해외가 74.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는 25.5%다.



앞으로도 글로벌 수요가 견조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우선 최대 매출처인 미국은 구조적으로 수요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2021년 11월 바이든 정부가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을 통과시킨 영향이다. 향후 10년 동안 도로와 철도, 상수도, 전력망 등 사회적생산기반에 1조달러(약 1380조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2022년 8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까지 발효되면서 글로벌 제조사들이 생산기지를 미국에 짓기 시작했다. IIJA와 IRA 모두 건설경기와 펌프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법안이다.


고 사장은 “미국이 펜데믹 이후 엄청난 인프라 투자를 하고있고, 반도체와 전기차 공장까지 들어서면서 건설현장과 함께 펌프카 시장도 활황이 됐다"며 "올해 역시 현지 딜러들이 전하는 분위기가 굉장히 좋고, 향후에도 수년은 지속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호재는 터키(튀르키예)를 중심으로한 유럽 시장에 있다. 지난해 2월 터키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재건수요가 크게 발생했다. 그런데 터키는 전진건설로봇이 현지 판매망을 구축해 놓은 곳으로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덕분에 유럽매출이 지난해 287억원으로 전년(181억원)대비 57%나 늘었다.


그리고 재건속도로 볼 때 향후에도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고 대표는 “터키 정부가 재건사업 목표로 세운 집 수가 60만호인데 현재까지 20만호 정도만 완성됐다”며 “40만호가 남아서 터키시장 역시 당분간 수요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잠재적 미래 호재도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경우 발생할 우크라이나 재건수요다. 역시 전진건설로봇이 글로벌 톱티어 지위에 있기에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사업기회다.


고 사장은 “우크라이나 재건 수요는 터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 배는 클 것”이라며 “현재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라 판매망은 갖출 수 없지만, 주변국 대리점과 딜러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작년 북미 매출정체는 병목현상…공모자금으로 로봇사업 준비


고 사장은 시장 궁금증에 대해서도 적극 설명했다. 일부 기관들이 피크아웃을 우려했는데 작년 북미 매출 성장세가 둔화한 탓이다. 지난해 북미매출(657억원)은 전년(686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2022년엔 2021년(501억원)대비 36.8% 증가했었다.


고 사장은 “지난해 북미매출이 정체했던 것은 그해 연말에 선적문제로 병목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시장자체는 앞선 구조적요인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밝다”고 말했다.


전진건설로봇은 북미 선적문제가 발생한 시기 국내시장에 펌프카를 더 팔아 전체 성장성을 유지해 냈다. 실제 국내매출은 지난해 403억원으로 전년(255억원)보다 58% 늘었다.


고 사장은 “사실 국내 건설경기는 작년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대형프로젝트는 유지되고 있었고 70m붐 모델 중심으로 이 수요에 대응해 좋은 실적을 냈다”며 “경쟁사가 품질 이슈를 겪은 것에 대한 반사이익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상장 후 생각하고 있는 주주친화정책은 배당이다.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매년 해왔는데 상장 후에도 유지한다. 지난해 배당액은 144억원으로 배당성향이 50%였다. 고 사장은 “상장 후에도 50% 수준 배당성향으로 배당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사의 중장기 사업목표는 로봇사업 진출이다. 펌프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설로봇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공모로 회사에 유입되는 자금이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 기준 204억원인데 이중 절반(107억원)을 R&D(연구개발)에 쓰기로 했다. 로봇개발자금이다.


고 대표는 “저희 슬로건이 글로벌 ‘넘버 원’이 되는 것이고 각국 재건사업으로 기회가 많아졌다”며 “그리고 이 목표를 위해 준비중인 것이 로봇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펌프카 이용시 고층에서 사람이 붐의 끝부분을 잡아 타설을 한다”며 “이 작업을 대체하는 디스트리뷰션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 근로자 위험은 낮추고 효율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현국 전진건설로봇 대표이사 사장 약력


-1985.02 경희대 기계공학

-1984.12~2013.04 현대자동차

-2013.04~2018.12 모트렉스

-2018.12~현재 전진건설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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