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리밸런싱(사업재조정)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이 1100억원대 평가손실을 감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FI들은 2년전 1조원 규모로 우선주 투자를했는데, 이번 리밸런싱으로 지분가치가 8800억원대로 낮아졌다.


리밸런싱은 SK에코플랜트에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SK(주) 계열사인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편입시키는 작업이었다. 준비 중인 IPO(기업공개) 매력을 높여주는 조치였다. IPO로 자금회수(엑시트)를 해야 하는 FI에겐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동의했어야 하는 사안이다.


SK에코플랜트 리밸런싱 효과(사진:홈페이지)


SK에코플랜트는 이달 18일 이사회를 열고 SK(주) 자회사인 SK S.E.Asia Pte. Ltd.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편입시키는 건에 결의했다. SK S.E.Asia Pte. Ltd.는 반도체 모듈회사인 에센코어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SK(주)가 SK S.E.Asia Pte. Ltd. 주식을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하고, SK에코플랜트가 그 대가로 SK(주)에 제3자배정 증자방식으로 보통주 신주 913만1092주를 배정하기로 했다. 신주 주당 발행가액은 7만3377원으로 전체 발행액은 6700억원이다. 에센코어 기업가치(밸류)로 볼 수 있다.



이어 SK(주)는 산업용 가스기업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보유주식 전량을 SK에코플랜트에 이전하고, SK에코플랜트는 그 대가로 SK(주)에 보통주 신주 1107만6167주를 교부하기로 했다. 주당 발행가액(7만3377원)을 감안하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밸류는 8127억원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이번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주당 7만3377원)에 있다. 2년전 우선주를 발행했을 당시대비 주당 발행가액이 상당히 낮아졌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6월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 94만주와 같은 해 7월 6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 133만3334주를 발행한 바 있다.



주당 발행가액은 RCPS가 42만5535원, CPS가 45만원이었다. RCPS와 CPS 모두 우선주 한 주 당 보통주 5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이다. 즉 보통주 한 주당 가치를 RCPS는 8만5107원, CPS는 9만원으로 설정했다.


이번 유증 신주발행가액(7만3377원)은 RCPS 보통주 한 주당 가치(8만5107원)보다 13.8%, CPS 한 주당 가치(9만원)보단 18.47% 저렴해진 가격이다. 평가손실 발생이 추정되는 배경이다.


다만 FI들은 보호장치를 해뒀다. 우선주 전환가격 미만으로 신주를 발행할 경우 특정공식을 대입해 전환가격을 조정(리픽싱)하기로 했다. 해당공식을 대입하면 RCPS 전환가격(보통주 1주기준)은 기존 8만5107원에서 8만1005원으로, CPS 전환가격(보통주 1주기준)은 기존 9만원에서 8만4186원으로 낮아진다.



그런데 리픽싱을 해도 여전히 RCPS와 CPS 주당 가치가 이번 유증 신주발행 가액(7만3377원)보다 높다. 보호장치로는 평가손실을 소폭만 회복할 수 있다. 전체 지분가치를 변화를 계산해 보면 평가손실 규모가 나온다.


전환가액이 낮아지면 기존보다 많은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리픽싱전 우선주 주주들이 확보할 수 있는 보통주는 RCPS 470만주, CPS 666만6670주로 총 1136만6670주였다. 리픽싱을 하면 확보 가능한 보통주가 RCPS는 493만8030주, CPS는 712만7057주로 총 1206만5087주가 된다.



즉 리픽싱으로 우선주주들이 확보가능한 보통주수(1206만5087원)를 이번 신주발행가액(7만3377원)으로 곱하면 전체 지분가치는 8852억원이 된다. 2년전 투입했던 원금 1조원과 비교하면 1148억원 손해가 났다.


FI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우선주 전환가액을 이번 신주발행가액(7만3377원)과 동일하게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우선주발행 당시 계약조건은 이 정도로 FI 평가손실을 회복시켜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SK(주)는 이번 SK에코플랜트 리밸런싱을 결정하기 전 사전에 FI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FI가 평가손실을 감수하고 IPO라는 대의를 택한 셈이다. 평가손실은 회계적 수치일 수 있다. 향후 IPO를 할 때 공모가가 우선주 주당 투자단가보다 높게 설정되면 FI들은 평가손실이 평가이익으로 바뀌게 된다.


더불어 SK에코플랜트는 리밸런싱 전에는 IPO가 불투명하다는 평이 적잖았다. 주력사업인 건설과 플랜트업은 경기침체로 부진했고, 친환경 중심 신사업은 수익성이 기대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반면 신사업확대로 차입을 수년 새 급격히 확대해 재무상태가 불안정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 1745억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해 차입 이자비용으로만 3246억원을 썼다. 그 결과 당기순손실 336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과 함께 재무개선을 달성하는 것이 IPO 전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이번 리밸런싱은 수익성측면에선 적잖은 도움이 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에센코어가 594억원,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653억원으로 합산 1247억원 수준이다. 편입 전 SK에코플랜트 영업이익(1745억원)의 70% 수준을 두 회사가 벌고 있다.


FI가 손실을 감수하고 리밸런싱에 동의한 배경이다. CPS 투자자의 경우 IPO를 하지 못하면 2026년까진 전혀 수익을 얻지 못한다. 우선주배당률을 제로(0%)로 설정한 딜이었기 때문이다. IPO를 핵심 엑시트 수단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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