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에 올 들어 처음으로 상초(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를 넘어 상단가도 지키지 못한 사례가 나왔다. 바로 특례상장에 도전한 뱅크웨어글로벌이다.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수준으로 정해야 할 정도로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했다.


상반기 내내 불던 공모주 시장 광풍은 이노스페이스를 계기로 잠잠해졌다. 올 들어 처음으로 상장일에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발행사다. 광풍의 핵심동력인 ‘상장 후 투심’이 꺾였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이젠 ‘상장 전 투심’(수요예측)까지 얼어붙은 모습이다.



◇ 경쟁률 150대 1 그쳐…수요예측도 이젠 옥석가리기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뱅크웨어글로벌은 현재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가로 정하기 쉽지 않은 기관수요예측 결과를 받았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6000원~1만9000원이었고, 공모액은 224억~266억원이었다.



이달 23일부터 29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약 800여개 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모주 시장 과열로 올 들어 거의 모든 딜들에 2000여곳 기관이 참여해온 것과 비교하면 크게 저조한 참여율이다. 신청물량 기준 경쟁률도 150대 1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지는데,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탓에 일각에선 발행사가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1만6000원)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단가로 정해야 할 정도로 수요예측이 저조했다”며 “이제 수요예측 단계에서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상단가를 지키지 못한 발행사가 나온건 올 들어 처음이다. 올 들어 이날(30일)까지 총 34개 발행사가 상장을 했다. 이중 공모가를 상초로 정한 곳은 30개사로 전체의 88%에 이르고, 나머지 4개사는 상단이었다.



무려 7개월간 지속된 수요예측시장 과열이 멈췄다. 앞서 상장 후 투심이 먼저 식은 것이 발단이었다. 이달 2일 상장한 이노스페이스 상장일 종가(3만4450원)가 공모가(4만3300원)를 20.4% 밑돌았다.


이후 이달 상장한 하스와 시프트업, 엑셀세라퓨틱스까지 주가가 올 상반기 딜들 대비 크게 부진했다. 이달 30일 종가 수익률이 시프트업은 3.5%에 그치고 있고, 하스는 마이너스(-) 24.2%, 엑셀세라퓨틱스는 -31.9%다.


기관들도 ‘묻지마 상초 베팅’에서 ‘옥석가리기’로 태세 전환을 해야할 시점이 된 것인데, 뱅크웨어글로벌을 '석'으로 판단한 셈이다. 더불어 뱅크웨어글로벌을 계기로 향후 예정된 수요예측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8월 중에 유라클과 전진건설로봇,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아이언디바이스, 케이쓰리아이, 엠83, 티디에스팜, 이엔셀 등이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 특례상장은 위험, 장밋빛 미래 신뢰 힘들다


뱅크웨어글로벌은 리스크가 있는 특례상장 케이스라 기관들이 외면했다는 평가다. 뱅크웨어글로벌은 코어뱅킹(Core Banking)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코어뱅킹은 수신과 여신, 결제, 할부리스, 외환, 카드 등 은행핵심 업무를 지칭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페이, 중국 공상은행, 라인뱅크(일본) 등 국내외 유명 인터넷은행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강력한 트렉레코드를 확보한 것이고, 그만한 매출도 내왔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 729억원에 영업손실 46억원을 기록했고, 올 1분기에는 매출 112억원에 영업손실이 36억원이었다.



이에 기술성장기업 특례를 활용해 미래추정 순이익을 기반으로 밸류를 구했다. 평가밸류가 2695억원인데 적용순이익 92억원에 적용PER(주가수익비율) 29.07배를 곱한 수치다. 적용순이익은 2026년 예상순이익 153억원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금액이다.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상황인데, 밸류를 미래순이익 기반으로 산출했다. 기관이 외면한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케이뱅크나 카카오페이 같은 대형고객을 이미 확보했음에도 오히려 손실이 커지고 있어 장밋빛 미래를 신뢰하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성장이 아니라 수익성을 증명해야 할 단계라고 봤다”고 말했다.


뱅크웨어글로벌은 이달 31일 확정공모가를 공개하고 오는 8월 1~2일 양일간 일반투자자 청약을 받는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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