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기업가치(밸류) 과대평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순이익이 300억원 수준인데 평가밸류는 6000억원대로 제시했다. 현 교육업 대장주인 메가스터디교육 시가총액(6200억원)에 근접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을 무려 21배로 적용한 덕이다. 인구감소라는 구조적약점을 지닌 교육업종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높은 멀티플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디지털 수업자료 1위 사업자다. 인지도를 기반으로 수년 전 초등학교 교과서사업에 진출해 신규매출을 내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국책사업인 AI(인공지능)교과서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앞선 구조적 약점 탓에 AI교과서 시장 진출에 성공한다고 가정을 해도 적정 멀티플은 12~13배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 공모가 상단기준 PER도 20배…대장주 메가스터디교육 6.8배


아이스크림미디어는 1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평가밸류를 6069억원으로 제시했다. 작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최근 12개월(LTM, Last Twelve Month)치 순이익 282억원에 적용PER 21.5배를 곱한 수치다.



공모가에 적용한 할인율(9.41%~27.89%)이 그리 높지 않아 평가밸류와 예상밸류 격차가 크지 않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3만2000원~4만200원이고, 여기에 적용 주식수를 곱한 예상밸류는 4377억~5489억원이다. 예상밸류 기준 PER은 15.48~19.44배다.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으로 정해져도 멀티플(19.44배)이 20배에 근접한다.


주요 교육업 종목과 비교하면 멀티플이 상당히 높다. 내수위주 교육업은 저출산과 이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약점에 노출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출생아 수는 약 23만명으로 2022년 출생아 수(약 24만 9천여명) 대비 7.7%가량 줄었다.


(자료:통계청)


이에 교육부는 초등학생 숫자가 2024년 248명에서 2029년 173만명으로 약 75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5년간 매년 15만명(6%) 가량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으로, 교육업계는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투심에도 반영돼 있다. 국내 교육 대장주는 메가스터디교육으로 이달 12일 기준 시가총액이 6336억원이다. 그리고 LTM순이익(931억원)으로 나눈 PER은 6.8배에 그친다. 메가스터디교육은 PER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순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순이익이 2021년 815억원, 2022년 995억원, 2023년 95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다른 주요 교육업체들은 앞선 구조적 요인으로 적자를 내 PER 산출이 불가한 곳이 상당하다. 순이익을 내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아 PER이 일시적으로 높게 형성된 곳도 많다. 시가총액이 2000억원 내외인 곳들만 보면 웅진씽크빅은 LTM 순손실을 기록해 PER 산출이 안된다. 디지털대성은 PER이 11.6배인데 작년 순이익(169억원)이 전년(212억원)보다 줄어 PER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


즉 메가스터디교육 멀티플(6.8배)이 업종에 대한 투심을 안정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 멀티플(19.44배)은 메가스터디교육의 3배에 가깝다. 약 1000억원 순이익을 내는 메가스터디교육과 300억원 수준인 아이스크림미디어 밸류가 비슷하다.


◇ 신사업 교과서가 펀더멘털 좌우, 영업이익 100% 이상 책임져


대장주보다 높은 멀티플을 주장하려면 구조적 약점(인구감소)을 극복한 성장성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뿐 아니라 미래성장도 담보할 수 있는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가 있어야 한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최근 수년간은 성장해냈지만 미래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즉 20배 수준 PER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2002년 전시업체인 시공테크의 콘텐츠 관련 사업부를 분리해 설립한 회사다. 근간이 된 사업은 2008년 론칭한 디지털 교육 플랫폼인 '아이스크림S'다.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동영상과 사진자료 등 콘텐츠를 학년‧과목별로 제공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국 12만5803개의 학급 중 약 93%가 아이스크림S를 사용하고 있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일일 활성 유저(DAU)는 약 10만명에 달한다.


아이스트림S 소개화면(사진:홈페이지)


'아이스크림S'가 집객역할을 하고 유관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구조다. 우선 커머스사업을 하고 있는데 학교 맞춤형 교육상품 전문 쇼핑몰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주 수요자로 교육부에서 배정받은 예산을 기반으로 몰 내에서 교육상품을 구매한다.


'아이스크림S'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2021년 말엔 교과서사업도 진출했다. 초등학교 3~4학년 수학과 사회, 과학 등 3개과목에 도전했다. 아이스크림S 수업자료와 교과서 내용을 적극 연계했기 때문에 단기에 초등학교 교사들로부터 높은 채택율을 확보했다.


이 중에서도 현재 성장과 수익성을 책임지고 있는 건 신사업인 교과서사업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1231억원인데 교과서사업에서 55.61%(684억원)를 벌었다. 커머스사업은 34.89%(429억원), 연수사업은 6.92%(85억원), 플랫폼사업은 1.44%(17억원)다.



교과서사업 매출은 지난해에 전년(498억원)보다 37.3% 늘었다. 전체 매출증가율(18.2%)을 감안하면 교과서가 외형성장을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커머스사업 매출증가율(전년대비)은 10%로 상대적으로 낮다.


부문별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교과서가 대다수 책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신고서 ‘기타참고사항’에 “교과서부문이 2023년 전체 영업이익의 108.7%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전체 영업이익이 340억원임을 감안하면 교과서부문은 367억원으로 계산된다. 같은 해 교과서 매출(684억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률이 53.7%에 이른다.


교과서사업이 타 부문 적자를 상쇄하고 있다. 커머스사업부문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39.5%(169억원)으로 상당히 높기 때문에 연수나 플랫폼사업에서 큰 적자가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교과서사업이 성장성으로보나 수익성으로보나 밸류 방향성을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다.



◇ 줄어드는 파이서 땅따먹기, 멀티플 15배 이상 부담


다만 교과서 시장은 경쟁이 심하다. △천재교육 △비상교육 △미래엔 △동아출판 △지학사 △교학사 등 다수 전통 출판사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아이스크림미디어가 디저털 수업자료에 기반해 시장안착에 성공한 것을 보고 저마다 교수지원 사이트를 개설해 대응하고 있다.


불확실성도 크다. 경쟁구도가 검정심사로 인해 한방에 뒤집힐 수 있다. 검정교과서 시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또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교과서 검정심사를 통과한 업체만 납품할 수 있다. 한번 심사에 통과하면 다음 교육과정까지 5~7년간 매출이 결정되지만, 불합격하면 큰 타격을 받는다.


조만간 새판이 짜여 진다. ‘2022 개정 교육과정’도입으로 인한 검정심사 결과발표가 올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기존 통과한 3~4학년용 수학과 사회, 과학 과목 외에 2025년 공급을 목표로 음악과 미술, 체육, 영어과목 심사를 받고 있다.


더불어 업계 패러다임이 AI교과서로 중장기적으로 바뀌는데, 여기서도 생존해내야 한다. 교육부는 2023년 6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밝혔는데 2025년까지 △초3·4 △중1 △고1 학년 과목 중 수학과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에 AI교과서를 우선도입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2028년까지 전 학년 전 과목으로 확대한다.



교육부는 오는 8월까지 각사가 개발한 AI교과서를 접수받고, 11월까지 심사한 후 1차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도 계열사인 아이스크림에듀와 함께 해당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AI교과서는 판매가격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전통교과서와 비교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자가 되면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올 연말까지 '전통'과 'AI' 교과서에 대한 실적방향성이 새로 정해진다. 상장 직후 펀더멘털과 주가를 좌우할 이벤트다. 그런데 현재 멀티플(19.44배)은 이 사업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됐을 때나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높다는 지적이다.


구조적 한계 탓에 교과서 시장에서 당장 성장성을 보인다 해도 높은 멀티플을 부여하기 힘들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학령인구 감소여파를 직격탄으로 맞는 분야다. 전체 파이가 정해져있는데 매년 인구감소분(약6%)만큼 줄어든다. 2022년 기준 전통교과서 시장 규모는 약 5200억원다. 2023년 시장크기를 전년대비 6% 가량 줄어든 49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같은 해 아이스크림미디어 교과서사업 점유율은 약 14%다.


한 기관투자자는 "AI교과서 공급가액이 미정이라 정확한 추론은 어렵지만 인구감소로 인해 시장이 매년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성공해도 메리트가 굉장히 크진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에 개인적으론 발행사가 AI교과서 공급사가 됐다고 가정을 해도 적정 PER은 12~13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노스페이스를 계기로 공모주 시장 분위기까지 꺾인 상황에서 올 하반기 가장 주의해야할 종목이라고 본다"며 "올 들어 처음으로 희망밴드 하단도 지키기 어려운 딜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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