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관들이 아이스크림미디어를 올 하반기 최대 ‘요주의’ 종목으로 보는 이유는 기업가치(밸류) 고평가(관련기사)에만 있지 않다.


오너일가의 사익추구 성향이 뚜렷하다. 5년전 관계사 아이스크림에듀(이하 에듀)를 상장시켰는데 이후 박기석(사진) 회장 등 일가친척 7인이 4년에 걸쳐 보유 주식을 무려 290억원어치 장내에서 매도했다.


에듀 상장 당시에도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주가수익비율(PER)을 26배나 적용했기 때문이다. 비싸게 상장시킨 후 경영진인 박 회장과 장남은 물론 친인척까지 줄줄이 주식을 매도했으니 '먹튀'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상장 후 투심도 싸늘히 식어 현재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의 5분의 1토막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아이스크림미디어도 오너일가가 직접지분을 44%나 쥐고 있다. 주주 면면이 에듀 상장 당시와 판박이다. 에듀에서 장기간 벌어진 지분현금화와 이로 인한 주가하락이 아이스크림미디어에서 재현되지 말란 법은 없다.



◇ 아이스크림에듀도 고평가 강행, 오너일가 지분매도 사전포석


에듀가 코스닥에 상장한 건 2019년 6월 25일이다. 평가밸류를 2820억원으로 도출했는데 적용순이익 105억원에 적용PER 26.7배를 곱한 수치다. 당시는 코로나19 펜데믹 전으로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가 아니었다. 이른 바 ‘배짱’ 멀티플이었다. 에듀는 ‘아이스크림홈런’이라는 홈러닝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사업자였는데 혁신 기업이 받는 멀티플을 주장한 셈이다.



기관들은 당연히 외면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124대 1로 바닥권이었다. 가격별 베팅현황도 마찬가지였다. 공모가 희망밴드가 1만5900원~1만8000원이었는데 신청물량 49%가 밴드 하단 미만에 청약했다. 하단도 비싸다고 평가한 셈이다. 이 정도 결과가 나오면 통상 공모를 철회하거나 하단미만 가격으로 공모가를 정한다.



그런데 ‘에듀’는 밴드 하단(1만5900원)으로 공모가를 정하는 강수를 뒀다. 당시 기관들에게 실적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주가제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상장해(2019년) 실적이 가장 좋았다. 이듬해부턴 적자를 내거나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더 큰 문제는 상장 반년이 지난 시점에 드러났다. 오너일가가 보유지분에 대한 의무보유기간(6개월)이 해제되자마자 장내매도를 시작했다. 에듀 상장 직전 주주구성을 보면 시공테크가 최대주주(30.41%)였는데, 오너일가 직접지분도 총 37.65%로 상당했다.


2019년 5월 당시 △박 회장(17.45%)과 △박 회장의 장남인 박대민 에듀 이사회 의장(11.08%) △차남 박효민씨(6.77%) △ 부인 천승주씨(1.54%), 그리고 친인척들인 △천성환씨(0.67%) △천승희씨(0.06%) △김자경씨(0.04%) △박기수씨(0.04%) 등이 주요 주주로 있었다.



이들 대다수가 지분을 절반 이상 매도했다. 시작은 박 회장의 아들들이 끊었다. 장남 박 의장은 보호예수 해제 직후인 2020년 3월 31일부터 2021년 4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71억원어치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차남 효민씨는 2020년 3월 31일부터 2023년 6월까지 15차례에 걸쳐 총 69억원어치를 장내에서 팔았다.


박 회장은 아들들보다 두달 늦게 팔기시작했는데 금액은 가장 크다. 2020년 5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1차례걸쳐 135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이외 부인 천승주씨가 약 7억8000만원, 친인척 천성환씨가 약 8억4000만원, 천승희씨가 약 6억7000만원, 박기수씨가 3200만원 어치를 매도했다.



상장 한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오너일가는 한 번도 주식을 매수한 적이 없고 팔기만했다. 건수로 따지면 총 45차례나 된다. 실적도 좋지 않은데 오너일가가 주식까지 매도하니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이달 2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94억원으로 공모가(1만5900원) 기준 시가총액(2009억원)과 비교해 5분의 1토막이 나 있다.


오너일가가 상장사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책임경영 의지에 반하고 투심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듀는 친인척은 물론 경영을 총괄하는 박 회장이 가장 많은 주식(135억원)을 팔았다. 두 번째로 많이 판 인물도 후계자이자 에듀 이사회를 이끄는 박 의장(71억원)이었다.


아이스크림에듀 주가(사진:네이버금융)


매각물량도 대규모다. 4년간 오너일가가 총 291만5274주를 팔았는데 현재 상장주식수의 22.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더 큰 문제는 거대물량을 시장충격을 덜 주는 블록딜이 아닌 장내에서 팔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대규모 물량을 장내에서 매각하면 시장 충격은 뻔하다"며 "일반 주주나 시장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오너경영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큰 돈이 필요할 수도 있긴 한데, 시장에 양해를 구하고 블록딜로 매각했다면 이 정도로 평판이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과 박 의장은 개인적 세금 납부와 다른 사업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남 효민씨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생활비가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 아이스크림미디어도 오너 직접지분 44%...보호예수는 의무기간만


결과적으로 박 회장 일가가 주식자산을 현금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IPO를 했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 IPO를 두고 일부 기관이 경계심을 갖는 이유다. 아이스크림미디어 주주들도 에듀주주와 거의 같다.


올 1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는 에듀와 같은 시공테크로 32.83%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박 회장으로 22.26%, 3대주주는 장남 박 의장으로 11.73%다. 이어 차남 효민씨가 7.16%, 부인 천승주씨가 1.63%, 천성환씨 0.93%, 천성수씨 0.1%, 천승희씨 0.1%, 박기수씨 0.06%다. 에듀 주주거나 주주였던 인물들이 아이스크림미디어도 총 44.2%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에도 박 회장 등이 보호예수 기간을 상장 후 6개월로 제한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법적으로 강제하는 기간(6개월) 만큼만 설정했다. 다른 발행사 오너들은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보호예수 기간을 1~2년 연장하기도 한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자발적으로 연장한 구주주가 시공테크 외엔 없다.


비싼 밸류와 오너일가발 오버행(매각대기물량 출회)까지 우려되면서 올 들어 최고 난이도 딜이 나왔다는 평가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에듀로 인해 오너일가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은데 아이스크림미디어도 비싼 밸류로 나왔다”며 “올 들어 처음으로 희망밴드를 지켜내지 못할 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회장이 에듀 때도 그랬지만 회사와 밸류에 대한 자존심이 굉장히 쎄다"며 "시장과 쉽게 타협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아이스크림미디어측은 시장우려를 인지하고 있고 방지책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 관계자는 “기업설명회(IR)를 통해 밸류와 대주주 지분매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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