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제조사 산일전기가 기관수요예측에서 큰 인기를 끈 것으로 파악된다.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이하 상초)으로 정해도 될 정도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얻어냈다. 이에 공모가도 상초로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근 공모주 시장 과열이 진정되면서 옥석가리기 시작된 국면에 얻은 결과라 주목 할 만하다. 기관들이 ‘옥’으로 평가했다. 변압기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해 안정적 실적성장이 예고된 것이 투심을 얻은 비결이다.


16일 자산운용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일전기는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300대 1 수준 기관신청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모액이 공모가 희망밴드(2만4000원~3만원) 기준 1824억~2280억원인 대어임을 감안하면 크게 흥행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질적으로도 우수한 결과를 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대다수가 상초구간에 베팅을 했고 의무보유확약도 대거 걸었기 때문에 질적으로도 매우 잘된 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모가도 상초 가격대에 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 공모주 시장 열기가 소강상태에 진입한 것을 감안해 무리하게 높이진 않는다. 상초 상승률(공모가 대비)이 10~20%대에 그칠 전망이다.


상반기까진 그야말로 광풍의 연속이었다. 30여개 기업들이 상장했는데 일부 빅딜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상초를 결정했고, 상초 상승률이 20~30%에 달했다. 10~20% 상승률은 이와 비교하면 시장 친화적이다.


특히 산일전기는 공모주시장 분위기가 ‘묻지마 투자’에서 ‘옥석가리기’로 막 전환한 타이밍에 수요예측을 치러 결과가 주목됐었다. 앞서 올 7월 2일 상장한 이노스페이스가 상장일에 종가가 공모가 대비 20%낮게 형성되며 '광풍'의 종식을 알렸다.


이후 하스와 에이치브이엠 등 비슷한 시기 상장한 발행사들도 몇 일 못가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며 시장 냉각에 일조했다. 기관투자자들이 과거와 같이 ‘묻지마 상초베팅’을 했다가는 큰 손실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산일전기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요예측을 진행한 첫 타자이자 '대어'였다.


민감해진 시기 수요예측을 하고 또 성공한 덕분에 ‘옥’으로 제대로 부각됐다는 평이다. 산일전기는 글로벌 선두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 도시바&미츠비시(TMEIC) 등에 특수변압기를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변압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슈퍼사이클에 돌입했다. 전기차와 생성형 AI(인공지능) 대중화가 전력숏티지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일전기는 변압기 수급불균형 속에서 큰폭의 실적개선을 보여주며 IPO에 나섰다. 지난해 매출은 2145억원, 영업이익은 446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1077억원)은 99.2%, 영업이익(12억원)은 3725.3% 폭증했다.



올해도 1분기 매출(706억원)이 전년 동기(530억원) 대비 33.3%, 영업이익(233억원)은 같은 기간 32.9% 늘었다. 특히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32.9%로 수익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회사측이 제시한 올 연간 예상매출은 3200억원, 영업이익은 800억원으로 올해도 연말까지 고성장을 지속한다.


기관들도 성장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한 기관투자자는 “최근 시장이 냉각됐지만 산일전기는 슈퍼사이클이 지속되고 있어 영향을 받지 않을 종목이라고 판단했다”며 “상초 비율이 20% 정도가 됐더라도 공모가 방어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봤었는데, 좀 더 시장친화적 가격(상초 10%대)으로 확정될 것 같아 수익률엔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산일전기는 확정공모가를 오는 17일 오후 정정신고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일반투자자 청약은 이달 18~19일 양일간 진행된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고, 인수단으로 삼성증권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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