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용 '라이다(LiDAR)' 제조사이자 기술성장기업 특례(이하 기술특례) 상장에 도전한 에스오에스랩이 기관수요예측을 연기한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수요예측 직전 요구한 영향이다.


업계에선 완화되는 추세였던 기술특례에 대한 금융당국 잣대가 다시 높아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특례 IPO는 작년 파두 사태로 인해 올 초까지 증권신고서 '기간 정정'이 통과의례로 인식됐었다. 기간 정정은 업계 용어로, 수요예측을 연기해야 할 정도의 사유가 있는 '정정'을 의미한다. 밸류(기업가치) 평가방법이나 공모구조를 손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 3월 들어선 기술특례 IPO가 3건 있었지만 모두 기간 정정을 하지 않아 당국 잣대가 완화한 것으로 여겨졌었다.


◇ 5월 중순으로 수요예측 연기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스오에스랩은 최근 기관투자자들에게 수요예측을 연기하게 된 사실을 알렸다. 수요예측 예정일은 이달 30일부터 내달(5월) 8일까지로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었다. 금감원으로부터 기간 정정을 요구받은 탓이다. 아직 정정신고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5월 중순께로 수요예측 일정이 약 2주일 가량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오에스랩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출신 연구원 4인이 중심돼 2016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자율차와 로봇, 산업용 등에 쓰이는 라이다를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다. 여느 기술특례와 마찬가지로 당장엔 유의미한 실적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매출 41억원에 영업손실 8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4년 뒤인 2027년엔 매출 1443억원에 영업이익 443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밸류(기업가치)도 2026~2027년 예상순이익을 기반으로 구했다. 평가 밸류가 2473억원인데 적용 순이익 105억원에 적용PER 23.49배를 곱한 수치다.



기술특례를 택한 덕분에 미래 예상실적을 밸류에 반영할 수 있었다. 기술특례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외부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각각 A등급, BBB등급 이상을 얻어내면 상장예비심사 신청자격을 부여해주는 제도다. 발행사는 지난해 7월 A, BBB 등급을 수령했다.


◇ 상초 상승률 30%대로 높아져, 기술특례도 과열 혜택


금감원 제동이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라는 점이 주목된다. 파두 사태 이후로 올 초까지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기본적으로 요청했다. 더불어 정정신고서에 가결산 상태인 최근 월별 실적도 기재토록 요구했다.


미흡한 정보공개가 파투 사태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조단위 밸류로 상장한 파두는 상장 후 처음으로 분기실적(3분기)을 공개했는데 매출이 고작 3억원에 그쳐 시장에 큰 충격을 줬었다. 파두도 기술특례를 택해 올해 연간 예상실적을 1202억원으로 기재했었다. 실상은 정반대였다.


이에 올 초 첫 기술특례 주자였던 케이웨더와 코셈까지만 해도 정정을 요구받았다. 양사 모두 1월 중순 수요예측을 계획했는데 각각 2월 초로 일정이 밀렸다.



이후론 완화되는 분위기였다. 2~3월에 수요예측을 계획한 곳은 이에이트와 케이엔알시스템, 삼현, 엔젤로틱스 등 4개사인데 모두 기간정정을 받지 않았다. 공모주 시장과열로 대다수 발행사가 밸류 적정성 여부와 무관하게 수요예측이 크게 흥행하고, 상장일에도 주가가 공모가 대비 크게 치솟는 기현상이 이어진 영향을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큰 기술특례 IPO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감원이 제동을 거는 건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현재 시장 분위기에선 큰 의미를 찾기 힘든 조치가 됐다.


다만 4월 들어선 다시 금감원이 기술특례 제동을 건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 4월 3일 상장한 아이엠비딕엑스가 기간정정을 받은 곳이다. 이어 에스오에스랩까지 연속으로 제동을 걸었다. 업계에선 올 기술특례 IPO 가운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하나 둘씩 나오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


올 첫 기술특례 타자였던 케이웨더가 공모주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케이웨더는 2월 22일 상장했는데 약 2개월 지난 이달 26일 기준 종가가 5980원이다. 공모가(7000원)보다 14.6% 낮은 금액이다. 케이웨더는 시장과열로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5800원)보다 20.7% 높여 잡은 곳이다. 현재 주가가 희망밴드상단 수준으로 낮아져 있다. 공모가가 거품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올 2월 23일 상장한 이에이트는 주주 손해가 더 크다. 이달 26일 종가가 1만5750원으로 공모가(2만원)대비 21.3% 낮아져 있다. 이에이트 역시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1만8500원)보다 8.1% 높인 곳이다. 현재 주가는 희망밴드 상단보다도 낮다.


그런데 기술특례 IPO들은 시간이 갈수록 공모가를 계획보다 더 큰 폭으로 높여 잡고 있다. 확정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 대비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는 상초(상단초과) 상승률이 최근 30%대에 이르고 있다.


올 2월까지만해도 상초 상승률이 8~20%였는데, 3월 들어선 케이엔알시스템이 22.7%, 삼현이 25%, 엔젤로비틱스가 33.3%로 점차 높였다. 가장 최근인 아이엠비디엑스도 31.3%였다. 금감원이 다시 제동에 나선 이유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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