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아이스크림미디어는 현금부자다. 수익성이 뛰어난 플랫폼사업을 하는 덕이다. 90%가 넘는 전국 초등학교 교사들이 발행사 플랫폼(아이스트림S)을 통해 영상과 사진 등 자료를 다운받아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교육 디지털화 수요에 부응하며 매년 300억원 내외 현금을 쌓고 있다. 덕분에 중소기업 체급에도 곳간에 쌓인 현금이 700억원이 넘는다. 이에 성장과정에서 외부도움도 필요치 않았다.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지 않았고, 빚(차입)도 거의 없다. 소위 '알짜' 기업이다.


그런 회사가 왜 기업공개(IPO)를 결정했을까. 교육부가 추진하는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에 이유가 있다. 2025년부터 순차도입이 시작된다. 발행사 입장에선 기회이자 위기다. AI교과서는 전통콘텐츠(종이교과서)와 기술의 융합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잘해왔던 것은 '기술'이고 어느 정도 시장을 선점했다.


그런데 이젠 정부가 '기술 경쟁'을 조성하는 판을 깔았다. 네이버 같은 빅테크들이 주시하는 시장이 됐다. 아이스크림미디어 입장에선 승기를 잡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 IPO로 실탄을 더욱 보강해 AI교과서를 둘러싼 격전에 대비해야 한다.


◇ 올 하반기부터 AI교과서 대전 본격화


교육부는 현 정부 국정과제인 디지털 교육혁신 일환으로 2023년 6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밝힌 바 있다. 2025년까지 초3·4, 중1, 고1 학년 과목 중 수학과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에 AI교과서를 우선도입하기로 했다. 2028년까지 전 학년 전 과목으로 확대하는 일정이다.


이를 위해 검정 개발공고(지침)를 지난해 8월 냈다. 초등학교의 경우 수학과 영어 과목이 검정으로 개발돼 내년 초 현장 적용된다. 검정은 민간이 집필하지만, 국가가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 지위를 인정받는 교과서다. 국가 주도로 집필하는 교과서는 국정이다. 금성출판사나 동아출판, 지학사 등과 같은 전통출판사나 아이스크림미디어와 같은 에듀테크 기업이 검정 발행사다.


초등학교 AI교과서 개발계획(자료:교육부)


교육부는 오는 8월까지 각사가 개발한 AI교과서를 접수받고, 11월까지 심사한 후 1차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1차에 합격한 AI교과서는 이후 현장적합성 검토를 거친다. 문제가 없을 경우 내년 3월에 공식출판된다. 아이스크림미디어도 8월 접수를 목표로 AI교과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AI교과서의 목표는 'AI를 통한 맞춤형 학습 지원'에 있다. AI가 개별학생의 강·약점과 학습태도를 다각도로 진단해, 학생 수준에 맞는 콘텐츠와 목표를 설정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교사도 해당데이터를 활용해 1대 1 맞춤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


이에 기술적으로 △빅데이터 수집 기능과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는 대시보드 등이 AI교과서에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과목별로 영어의 경우 고도의 음성인식AI가 필요하다. 'My name is Jane'과 'I am Jane'은 같은 의미지만 문장은 다르다. AI가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도 지식수준을 추적하는 DKT(지식추적기술)가 요구된다. 학생이 어떤 개념까지 습득했는지 AI가 알아야 수준에 맞는 문제를 추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육AI 시장의 포문을 연 셈이다. 기존 종이교과서 시장은 규모가 약 5000억원대인데, AI교과서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비교적 유리한 고지에 있다. 디지털 교육자료 시장은 선점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아이스크림S'을 통해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동영상과 사진자료 등 콘텐츠를 학년‧과목별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 이용률은 93%이고, 하루 평균 접속자수는 12만명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 검정교과서 소개화면(자료:홈페이지)


2년전엔 종이교과서 시장에도 진출해 채택률 1위(종합)를 달성하는 고무적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22년 초등 3~4학년 수학 교과서 10종 중 1위, 사회 11종 중 1위, 과학 7종 중 2위를 달성해 전체 13개 출판사 중에서 높은 채택률을 기록했다.


빅데이터와 AI기술은 관계사인 아이스크림에듀의 도움을 받아 AI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 학습지 '아이스크림홈런'은 하루 1600만 건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해 학생에게 1대 1맞춤 자료를 제공한다. 또 다른 학습지 '수학의 세포들'은 DKT를 적용한다.


◇AI강자 네이버‧구글도 눈독…IPO로 승부수


빅테크들이 해당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교육부는 AI교과서 추진계획을 밝하기 직전인 2023년 4월 'AI교과서 이음의 날(매칭데이)' 행사를 연적이 있다. 주요 검정 발행사들인 전통출판사와 에듀테크기업들이 AI교과서 개발에 협업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에 구글코리아와 네이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KT 등 빅테크들이 참여해 참전의지를 내비췄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교육자료 디지털화를 주도한 곳이다. 전통출판사들이 변화에 굼뜬 사이 신시장을 선점해 고공성장을 이뤄냈다. 그런데 정부의 AI교과서 추진으로 '디지털화'가 이젠 시장의 '기본'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그 기본(디지털화)을 두고 AI 기술력까지 갖춘 빅테크들과 격전을 앞두게 된 상황이다. 구글과 네이버는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글로벌 강자들이다. 교육AI 시장을 단숨에 장악할만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빅테크들이 고유 콘텐츠를 갖춘 전통출판사와 손을 잡을 경우 아이스크림미디어 입장에선 강력한 적수가 된다.


호실적과 풍성한 곳간에도 IPO를 추진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매출 1231억원에 영업이익 3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7.6%다. 현금흐름도 우수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 301억원이었고 2022년엔 357억원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쉽게 말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영업과 관련해 쓸 돈을 다 쓰고 남는 금액이다.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는데 발행사는 매년 300억원 내외를 쌓을 정도로 우수하다.



덕분에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718억원에 이른다. 빚(총차입금)은 21억원 수준으로 거의 없다. 부채비율은 37%, 차입금의존도는 1.9%로 재무건전성도 매우 양호하다. 실적과 재무만 보면 굳이 자금수혈이 필요치 않다. 그런데 발행사는 공모구조를 신주모집 100%로 짰다. 공모자금이 전량 회사로 유입되는 방식이다.



발행사는 기업가치(밸류)가 3000억원대로 거론되는데, 해당 밸류로 확정될 경우 공모액은 500억원 가량이 된다. 기존 현금(718억원)과 올 1분기 유입액을 더하면 실탄을 1200억원 이상 쌓는 것이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미디어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IPO를 결정했다"며 "AI교과서 시장 선점을 위해 재무적 보완을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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