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재 JC에셋자산운용사 대표가 설립하고 직접 운영하고 있는 스팩(SPAC)이 2년만에 합병대상을 찾았다. 얼마나 높은 수익률로 자금회수(엑시트)를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대표가 IPO(기업공개) 달인이라 불릴 정도로 투자은행(IB)업계에서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NH투자증권을 IB명가 반열로 올려 놓은 공신이다. ECM본부장을 역임하면서 네이버와 넷마블 등 수많은 빅딜을 진두지휘해 하우스를 IPO주관 톱티어로 만들어냈다. 시장과 발행사에 대한 경험치에서 따라올 인물이 많지 않다. 조 대표는 5년 전 자산운용사를 세워 독립했는데, 스팩투자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IPO전문가가 찾은 발행사 '알에프시스템즈'


코스닥 상장사인 교보12호스팩은 이달 8일 알에프시스템즈와 합병계약을 한 사실을 알리면서 동시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예심)를 했다. 알에프시스템즈는 방산업체로 레이더와 안테나시스템 등을 제조한다. LIG넥스원과 RFHIC 등이 고객사다. 지난해 매출은 327억원 영업이익은 17억원이다.


스펙 설립자가 IPO 전문가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딜이다. 조 대표(사진)는 IB업력만 24년이다. 1994년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시작해 1999년 대우증권 주식인수부 팀장을 거쳐, 2007년부터 2018년까지 NH투자증권 ECM본부 본부장으로 11년간 사령탑을 맡았다. 조 대표는 재임시기 네이버와 롯데쇼핑, 넷마블 등 굵직한 빅딜은 물론 아이센스와 덴티움, 큐브엔터, 바디텍메드, 고려시멘트, 이노인스투르먼트, RFHIC, 넷게임즈 등 셀수 없을 만큼 많은 IPO를 수행했다.


NH투자증권은 IB업계에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IPO 3대 강자로 불리는데 조 대표 재임 시기 이룬 결과물이다. 그러던 그는 돌연 사표를 내고 자산운용업에 뛰어들었다. 2019년 1월 JC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현재는 최대주주(지분율 51%)로 있다.



조 대표 합류로 JC에셋자산운용은 비상장사 프리IPO와 상장사 메자닌 투자에 집중하며 급성장했다. 2018년 말 646억원이던 헤지펀드수탁고가 2020년 말 1344억원으로, 지난해 말에는 1969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2018년 1억원 수준에서 지난해는 38억원으로 뛰었다.


교보12호스팩을 설립한 것은 2년여 전인 2022년 2월이다. 조 대표 회사가 주요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조 대표가 직접 스팩 대표직도 맡아왔다.


주요 발기인은 JC에셋자산운용과 교보증권으로 각각 10억원을 투자했다. 리코자산운용 등도 5억원을 태워 초기 투자금이 총 25억원이다. 25억원 중 22억7000만원은 전환사채(CB)형식이었다. CB는 JC에셋자산운용과 교보증권이 각각 9억9000만원, 리코자산운용이 2억9000만원 어치를 매입했다.



주요 발기인들이 CB투자방식을 택한 건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금융투자업자가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다. 이에 주식전환 전까지는 부채로 표기되는 CB를 활용해 지분율을 낮췄다. 상장 전 JC에셋자산운용과 교보증권 지분율은 4.35%였다.


교보12호스팩은 설립 4개월만인 2022년 6월 상장했다. 주당 2000원에 신주 575만주를 모집해 총 115억원이 회사로 유입됐다. 외부주주유입으로 상장 직후 JC에셋자산운용과 교보증권 지분율은 각각 0.17%로 더욱 낮아졌다. 다만 CB전환시 양사 지분율은 각각 12.12%로 높아져 실질적으론 공동 최대주주 지위에 있다.


알에프시스템즈는 조 대표가 잘 알고 있는 회사로 추정된다. 조 대표가 NH투자증권 재임시기 상장시킨 RFHIC가 알에프시스템즈 관계사다.


◇ 최근 스팩주가 기준 수익률 160% 넘어


JC에셋자산운용 투자 수익률은 최근 교보12호스팩 주가기준으론 160%가 넘는다. 교보12호스팩은 예심청구로 이달 9일자로 거래가 정지 됐는데 마지막 거래일(4월 8일) 종가가 2665만원이다.


교보12호스팩이 알에프시스템즈과 합병하면 합병회사 상장일 주가(기준가)는 스팩의 마지막 거래일 종가를 합병비율로 나눈 수치로 정해진다. 이번 합병 합병비율은 1(알에프시스템즈)대 0.307031(교보12호스팩)이다. 즉 현재 스팩 주가 기준으로 합병법인 기준가는 8679원(2664원/0.307031)이다.


JC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12호스팩 지분은 보통주(1만주)와 CB전환분(99만주)을 포함해 총 100만주다. JC에셋자산운용이 합병법인으로부터 받을 신주는 합병비율(1:0.307031)에 따라 총 30만7031주가 된다. 30만7031주를 기준가(8679원)로 곱하면 지분가치가 26억6500만원 수준이다. 원금(10억원)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166.5%다.


수익률은 추후 알에프시스템즈가 기업설명(IR)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준가는 향후 변동될 수 있다. 현재 거래정지는 약 2개월 뒤 거래소 예심 승인이 이뤄지면 해제된다. 그리고 합병기일 수일 전까지 다시 거래가 된다. 그새 스팩 주가에 변화가 있으면 기준가도 달라진다.


알에프시스템즈 예상 합병기일은 올해 10월 14일이다. 오는 7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본격적으로 IR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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