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VFX(visual effect, 시각효과) 전문기업 엠83(M eighty-three)이 기업공개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에선 엠83이 4년이라는 짧은 업력에도 최소 1100억원대 기업가치(밸류)를 제시할 것으로 본다. 2년 전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할 당시 적용한 20배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유지할 경우 나오는 수치다.


1100억원대 밸류는 이미 상장한 경쟁사들이 받고 있는 평가와 비교하면 무리한 수준은 아니다. VFX 1위 사업자인 덱스터를 비롯해 자이언트스텝 등이 시가총액이 2000억원 내외로 형성돼 있다. 특히 경쟁사들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엠83은 10%대 영업이익률로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프리미엄 요인(흑자)을 감안하면 1600억원대 밸류까지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 VFX 1세대가 창업, OTT 블록버스터 수주로 급성장


엠83은 이달 5일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예심)를 청구했다. 대표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통상 예심에 2개월(45영업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공모는 이르면 7월에 진행할 수 있다. 최소 올 1분기 실적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가치산출)을 하게 된다. 예심이 지연되면 상반기 실적까지 확인할 수 있다.


엠83은 VFX 시장에서 떠오르는 신예다. VFC는 특수영상이나 시각효과를 의미하는데 대중에는 CG(컴퓨터그래픽)로 더 알려졌다. VFX를 구현하는 기술력에 창장능력이 더해져야 하는 분야다. VFX 최대 수요처는 영화이고, 드라마와 광고, 게임콘텐츠에도 활용된다.


엠83은 정성진(사진) 대표가 2020년 설립해 업력이 올해로 4년차에 불과하다. 정 대표는 1세대 VFX 슈퍼바이저(총괄감독)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 시각효과를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국가대표'와 '미스터고', '신과함께1·2' 등도 정 대표가 슈퍼바이저를 맡은 작품이다.



엠83 설립 후엔 넷플릭스 승리호와 음양사, tvN 빈세조 등 VFX를 담당했다. 최근엔 이순신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영화 '노량'과 전작 '한산'에서 대규모 해상전투를 구현해 냈다. 회사 설립 이후에도 블록버스터 트랙레코드를 다수 쌓았다.


덕분에 짧은 업력에도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됐다. 설립 직후인 2021년 28억원이던 매출이 2023년 421억원으로 15배가 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억원 손실에서 43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2023년 영업이익률은 10.3%다.


엠83 VFX 필모그래피(사진:홈페이지)


미래도 밝은 편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적으로 OTT 소비가 급격히 팽창했고, 이는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가 됐다. 엠83이 VFX를 맡은 넷플릭스 '승리호'는 공개 직후 2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K콘텐츠가 흥행하자 넷플릭스는 2023년 4월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달러(약3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쟁 OTT인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도 K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있다. VFX기업 입장에선 한 동안 수요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 FI 투자가격으론 1200억, 경쟁사 감안하면 1600억


엠83은 재무적투자자(FI)가 있기 때문에 밸류에 대한 마지노선이 있다. 그 최소 밸류가 11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2022년 4월 전환우선주 8만주를 주당 12만5000원에 발행했다. 전체 발행액이 100억원이다. 발행가에 보통주 1주를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고, 발행일로부터 10년간 전환청구가 가능했다.


인터베스트그로스세컨더리펀드 등 4개펀드가 전환우선주를 인수했다. 발행 직후 전체 주식수가 31만2000주였음을 감안하면 FI가 지분 100%에 대한 가치를 390억원(31.2만주*12만5000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FI들은 지난해 전환우선주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했다.


투자당시 순이익을 감안하면 FI들이 적용한 멀티플(PER)을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21년 연간순이익 7억원기준으로 390억원 밸류를 도출하려면 PER을 52.6배로 적용해야 한다. 2022년 연간순이익(19억원) 기준으로는 20.5배다. 엠83이 급격히 성장중이었기에 투자 당시 포워드PER(2022년 순이익 기준 20.5배)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FI들이 이번 IPO에서 크게 욕심을 내지 않고 당시 멀티플(20.5배)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IPO밸류는 1164억원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순이익(56억원)에 20.5배를 곱한 수치다.


그렇다면 1100억원대 밸류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경쟁사들이 현재 증시에서 받고 있는 밸류(시가총액)와 비교하면 무리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


엠83은 비교기업(피어그룹)이 명확한 편이다. VFX 매출이 전체 매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콘텐츠사가 두 곳 있다. 덱스터와 자이언트스텝 등이다. 덱스터는 2015년, 자이언트스텝은 2021년 상장했다.


덱스터는 아시아 1위 VFX 기업으로 자평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77억원인데, VFX매출은 358억원으로 전체의 52%다. 나머지 매출은 △콘텐츠투자 △자체 프로덕션 △광고제작 등 유관사업에서 나온다. 자이언트스텝은 지난해 매출은 423억원인데, 이중 VFX매출이 304억원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양사는 모두 3년 연속 순손실을 내고 있음에도 밸류가 2000억원 내외로 형성돼 있다. 덱스터는 지난해 순손실이 8억원인데 이달 9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이 1908억원이다. 자이언트스텝은 작년 순손실이 251억원에 이르는데 같은 날 기준 시가총액이 2178억원이다.


그런데 엠83은 전체매출이나 VFX매출에서 양사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엠83 역시 VFX 외에 유관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VFX매출(별도기준 매출)은 258억원으로 전체(421억원)의 61% 수준이다. 이외 VFX관련 하드웨어사업(피앤티링크)과 FX 시뮬레이션(모터헤드)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엠83 전체 매출(421억원)은 덱스터(677억원)의 62% 수준이고, 자이언트스텝(423억원)과는 비슷하다. 엠83 지난해 VFX 매출(258억원)은 덱스터(358억원)의 72%, 자이언트스텝(304억원)의 84% 수준이다.


그런데 경쟁사들은 적자지속을 하고 있고 엠83은 10% 이익률로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밸류에 대한 할인요인(매출 열위)과 할증요인(흑자)이 서로 상쇄할 수 있다. 엠83이 1100억원대 밸류를 제시해도 무리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엠83은 매출 기준 멀티플인 PSR(주가매출비율)로 계산하면 밸류가 1600억원대로 평가된다. 지난해 전체매출과 현재 시가총액 기준 PSR이 덱스터는 2.82배, 자이언트스텝은 5.15배다. 양사 평균 PSR이 4배다. 이를 엠83 지난해 매출(421억원)에 곱하면 PSR 기준 밸류는 1677억원이다.


VFX매출 기준으로도 비슷한 밸류가 나온다. 덱스터는 VFX매출 기준 PSR이 현재 5.33배, 자이언트스텝은 7.15배로 평균이 6.24배다. 이를 지난해 엠83 VFX매출(258억원)에 곱하면 PSR기준 밸류가 1614억원이다.


다만 엠83이 IPO를 할 때 밸류평가방법으로 PSR을 택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PSR은 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해낸 혁신기업에게 프리미엄을 주기 위해 간헐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론 PER이 주로 사용된다. 엠83은 경쟁사들이 순손실을 내고 있어 콘텐츠 제작사 전체로 피어그룹을 넓혀 PER로 밸류를 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관사측은 아직 예심만 청구한 단계이기 때문에 밸류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1200억~1600억 사이 평가밸류를 기대하고는 있지만 올 1분기 실적과 공모를 진행할 때 시장분위기가 지금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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