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솔루션이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으로 확정했다. 공모주 시장 과열국면에서 대기업 계열사로서 '품위'를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HD현대마린솔루션 직전까지 17번의 수요예측이 있었는데 상초(희망밴드 상단 초과) 결정률이 100%였다. HD현대마린솔루션도 수요예측 결과로 보면 욕심을 낼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친화적' 가격을 택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상초를 하지 않은 사례가 나와 시장진정에도 일부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24일 현재 HD현대마린솔루션은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가격인 8만3400원으로 확정한 상태다. 이날 늦은 오후 공시를 통해 기관수요예측 결과와 확정 공모가를 공개할 계획이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7만3300원~8만3400원, 공모액은 6523억~7422억원이었다. 공모가를 상단으로 정하면서 공모액도 최종 7422억원으로 확정됐다.




수요예측 분위기는 '상초'를 결정해도 될 정도로 좋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경쟁률이 200대 1에 가까웠다. 희망밴드 상단(8만3400원) 기준으로 약 80조원이 청약돼야 가능한 경쟁률이다. 국내 대형연기금과 해외 주요 큰손들이 대다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관대다수는 상초 구간인 10만원대에 베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수요예측 직전까지 모든 딜들이 상초를 결정한터라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초를 택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 IPO 역사상 '상초' 전례가 없었다는 점도 발행사 결정이 주목됐던 이유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단'에 만족하면서 발행사 뿐 아니라 HD그룹 평판을 제고해 냈다. HD그룹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본시장과 접점이 많은데다 HD현대오일뱅크와 HD현대삼호 등 잠재 IPO 주자들이 있다. 자본시장에 시장친화적 그룹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공모가가 '상단'으로 확정되면서 그간 일었던 고평가 논란도 일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발행사는 평가 시가총액(밸류)이 4조7612억원이었는데 주가수익비율(PER)을 31.5배 적용한 결과였다. 조선 유관업종(선박AS)이 받기엔 높은 멀티플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공모가가 상단으로 확정되면서 밸류는 3조7421억원, PER은 25배로 낮아졌다.


시장 진정 효과도 기대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작년 말부터 이어진 공모주 시장 과열 국면에 등장한 첫 빅딜이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초'를 포기하면서 후속 빅딜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게 됐다. 게임사 시프트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올 3월 청구했고 케이뱅크와 SGI서울보증 등이 등판 준비를 노리고 있다.


한 IB관계자는 "상단이냐 상초냐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을 텐데 역사적으로 대형종목이 상초를 결정한 적이 없다는 선례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고평가에 대한 부담을 일부 해소 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일반투자자 청약은 이달 25~26일 양일간 진행한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과 UBS, JP모간이다. 공동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고, 인수단으로 대신증권과 삼성증권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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