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솔루션 기관수요예측은 반쪽짜리 성공으로 평가된다. 공모액이 7000억원이 넘는 빅딜임에도 200대 1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의무보유확약 비중도 40%가 넘는다.


다만 국내기관 위주로 만들어 낸 결과다. 해외기관 참여비중이 전체의 10%에 그친데다, 해외기관 90% 이상이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았다. 해외기관이 올 상반기 최대어를 '단타'용 공모주로 취급한 셈이다. 업계는 해외기관들이 국내 공모주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결과로 본다.


만약 HD현대마린솔루션이 해외기관에 물량을 많이 배정할 경우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국내기관들만 수급측면에서 큰 기여를 했다. 수급은 상장 후 주가흐름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 전체 확약 비중 45%, 올 들어 최대치


HD현대마린솔루션은 24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최근 치른 수요예측 결과를 공개했다. 전체 결과는 우수했다. 기관대상으로 총 489만5000주(전체 공모주의 55%)를 모집했는데, 국내외 2021개 기관이 참여해 총 9억8451만1800주를 신청했다. 경쟁률이 201.13대 1이었다.


질적으로도 훌륭했다. 신청물량의 81%가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8만3400원)을 초과한 구간에 베팅됐다. 상단 구간 베팅 비중은 12.12%, 미제시는 6.46%였다. 대다수 기관들이 웃돈을 얹어서라도 물량을 많이 받길 희망했다는 의미다.


기관들은 주식을 일정기간 팔지 않기로 하는 의무보유확약(이하 확약)도 대거 걸었다. 확약은 15일~6개월 단위로 걸 수 있는데 기간이 길수록 배정에 유리하다. 밸류(기업가치)가 시장친화적이고 중장기 펀더멘털이 우수할 때 확약이 많이 걸린다. 공모주를 장기보유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투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신청물량의 45.8%가 확약물량이었다. 3개월이 26%로 가장 많았고, 6개월도 10.7%로 상당했다. 이어 1개월이 8,7%, 15일이 0.4%였다. 미확약은 54.2%다. 확약비중이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


올 들어 10여건의 IPO가 있었는데 시장과열로 상장일에 주가가 공모가를 50~100% 상회하는 이상현상이 이어졌다. 이에 기관도 수요예측단계에서 확약은 하지 않고 '묻지마' 청약을 해왔다. 확약으로 물량을 많이 얻어 내는 수익보다 단타 수익률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확약비중이 10% 내외인 딜이 대다수였다. 40%대 확약비중은 올 들어 HD현대마린솔루션이 처음이다.


◇ 해외기관, 과열장 인지...밸류 안보고 '단타'


반쪽 흥행이라 평가받는 건 해외기관 탓이다. 외국계 증권사를 대거 기용한 딜임에도 참여도가 직전 빅딜과 비교해 높지 않았다. 총 216개 해외기관이 참여했는데 신청물량은 1억561만8800주로 전체의 10.7%에 그쳤다. HD현대솔루션은 대표주관사가 KB증권과 UBS, JP모간으로 3곳 중 2곳이 외국계였다.


직전 흥행한 빅딜인 두산로보틱스는 대표주관사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으로 모두 국내사였다. 보조역할인 공동주관사 3곳 중 한 곳만 외국계(크레디트스위스)였다. 그런데 수요예측에서 외국계 신청물량이 12%로 HD현대마린솔루션(10.7%)보다 높았다. 그 만큼 해외서 관심을 덜 받았다.


참여한 해외기관의 질적 평가도 박했다. 국내 랜드마크 딜인 HD현대마린솔루션을 직전 딜들과 같이 단타용으로 취급했다. 해외기관 신청물량의 93.8%가 미확약이고, 확약비중은 6.2%에 그쳤다. 전체 확약 비중이 45.8%에 달했던건 절대 다수인 국내기관 확약비중이 50.5%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해외기관 5.4%가 6개월 장기보유를 택한 것은 긍정적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국내서 불거진 고평가 논란에 대해 해외에선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며 일축한 바 있다. 발행사는 평가 시가총액(밸류)이 4조7612억원이었는데 주가수익비율(PER)을 31.5배 적용한 결과였다. 조선 유관업종(선박AS)이 받기엔 높은 멀티플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CFO(최고재무책임자)인 김정혁 상무는 "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 해외투자자들 중 밸류에이션에 대해 질문을 한 곳은 한두군데 정도 있었고 많지 않았다"며 "해외에서는 국내처럼 고평가 논란이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해외기관이 밸류를 따지지 않았던 것은 '단타용'으로 접근한 곳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기관들도 국내 공모주는 '단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과열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해외기관은 과거부터 적은 수량을 써내도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받아 왔기에 밸류를 신경쓰지 않고 '단타'용으로 접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기관들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 해외기관에 물량을 얼마나 배정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급 개선으로 주가흐름을 밝게 만든 건 국내기관이기 때문이다. 국내기관들이 대거 확약을 걸면서 상장 직후 16%였던 유통물량비중이 더 낮아질 전망이다.  발행사가 확약을 건 국내기관 위주로 물량을 많이 배정할수록 유통물량비중도 축소된다.


앞선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국내기관 확약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직전 딜들보다 배정에 민감할 것"이라며 "해외기관에 얼마나 혜택을 주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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