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전자재료가 글로벌(중국시장 제외) 전기차 배터리 1위 LG에너지솔루션(LGES)에 이어 4위인 SK온에 2차전지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를 공급한다. 이번 양사간 계약은 LGES 종속 밸류체인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한 것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 그간 실리콘 음극재는 포르쉐와 같은 초고가 전기차 배터리에만 적용됐었다. SK온이 밸류체인에 합류했다는 것은 전방시장 확산을 의미한다. 


업계에선 글로벌 전기차 1위인 T사가 내년 모델부터 순차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한다. 이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배터리셀 수요가 확대됐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한 대주전자재료로 배터리셀 제조사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SK온이다. 대주전자재료는 LGES와 SK온 외에도 또 다른 톱티어와 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실적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 최초 상용화에 특허로 기술선점...LGES 파트너된 이유


대주전자재료는 14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부터 SK온에 실리콘 음극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2022년 초 공동개발협약(JDA)를 체결하고 SK온 배터리 시스템에 적합한 실리콘 재료를 개발해 왔다"며 "올 2분기 양산부품승인 절차를 완료했고 2024년 1분기부터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주전자재료 실리콘 음극재 제품설명(사진:홈페이지)


SK온은 올 1~9월 사용량 기준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 배터리 총 사용량 기준 글로벌 4위 배터리 제조사다. 대주전자재료 입장에선 글로벌 톱티어 중 두 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 대형 이벤트다.


앞서 글로벌 배터리 1위를 고객사로 유치하며 업계 최고 수준 경쟁력을 오래전부터 인정받아 왔다. 2019년부터 실리콘 음극재를 LGES에 공급했는데, 적용 모델은 고가 프리미엄 차종이었다. 폭스바겐 그룹의 순수 전기차인 포르쉐 타이칸과 아우디 E트론 등에 채택됐다.


실리콘 음극재는 구조적 성장에 대한 이견이 없는 소재다. 2차전지는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며 충전을 하고,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면 방전을 하게 된다. 음극재는 충전 시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소재다. 양극재와 함께 충방전 속도와 저장용량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소재다. 2차전지 음극재는 주로 흑연으로 만들어 진다.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LGES 2차전지 소개내용(자료:LGES 배터리인사이드)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차의 지상과제인 '빠른 충전'과 '장시간 사용'이라는 구조적 필요성 속에 개발된 소재다. 흑연에 실리콘을 배합해 용량을 확대하고 충전시간도 단축시켜준다. 다만 실리콘은 흑연 대비 초기효율이 낮과 충방전 과정에서 부풀어오르는 특유의 단점이 있어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곳이 대주전자재료다. 기존 흑연의 이론적 에너지밀도는 372mAh/g인데, 대주전자재료는 2018년 흑연에 소량(전체 비중의 5%)의 실리콘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밀도가 흑연의 4배 이상인 1450mAh/g용량을 갖춘 1세대 제품을 만들어내 양산공급까지 시작했다. 흑연 대비 초기효율도 80%로 준수했다.


2021년엔 초기효율이 82%로 높아지고 밀도는 1400mAh/g인 2세대 제품을 내놓았다. 2023년 현재는 초기효율이 85~88%로 개선된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초기효율 90%에 밀도가 1800mAh/g이상인 차세대 제품을 이미 개발해 주요 고객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제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품은 약 5% 수준의 실리콘 음극재를 첨가해 에너지 밀도는 기존대비 20~30% 높일 수 있고 충전 시간은 30%이상 단축할 수 있는 전지 설계가 가능하다"며 "내년부터 적용될 배터리에는 실리콘이 7~8% 첨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기차 1위의 채택...글로벌 톱티어 3곳이 고객사


해당 제품들을 만드는 공정(기상합성공정 등)은 모두 특허로 묶어놔 후발주자들과의 기술격차를 벌려 놨다. 배터리셀 제조사 입장에선 대주전자재료와 손을 잡지 않으면 시장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 그런데 글로벌 전기차 1위(T사)가 실리콘 음극재를 활용한 배터리 채택을 검토하면서 적용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급자(대주전자재료)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T사는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를 내년 공급받는 것을 전제로 주요 배터리사들과 제품 규격 논의와 함께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를 채택한 차종은 현재 일부 고급차에서 내년 6~7종으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LGES에 이어 SK온이 고객사로 합류한 이유다. 더불어 글로벌톱 5(중국 제외)에 포함돼 있는 또 다른 배테리셀 톱티어도 현재 대주전자재료와 공급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멀지 않은 시기 결론이 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주전자재료는 대규모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두 번째 생산기지인 시흥배터리캠퍼스에 연산 8만~10만톤 규모 생산시설을 구축중에 있다. 향후 새만금산업단지에도 약 5만6000평 부지를 확보해 추가 증설을 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의 50%가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할 것으로 보고 글로벌 1위 공급자가 되기 위해 세운 계획이다.


대주전자재료 시흥배터리캠퍼스(사진:보도자료)



당연히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대주전자재료는 본래 가전제품이나 태양전지 등에 필요한 전도성 페이스트(Conductive Paste)를 주력으로 하던 사업자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실리콘 음극재가 성장을 담당해왔다. 추가 고객사 확보로 성장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익성도 제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전자재료는 2019년 38억원이었던 음극재 매출이 2022년 266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2.3%에서 6.9%로 상승했다. 2021년엔 영업이익률이 8.9%로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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