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가 올 8월 상장한 이후 첫 분기실적을 충격적인 수치로 발표했다. 2분기와 3분기를 통틀어 반년동안 낸 매출이 4억원에 못 미친다.


기술성장기업 특례제도를 활용해 미래 예상 실적을 끌어와 1조5000억원대 시가총액으로 상장한 곳이다. 작년엔 500억원대 매출을 냈고 올해는 1200억원대 매출을 예상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올 3분기 누적으로도 매출이 200억원이 채 안된다.


특히 파두는 7월 말 수요예측을 했기에 당시 내부적으론 2분기 매출공백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당시 기관투자자들에겐 연간 실적 가이던스만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 2분기 매출 6000만원…7월 말 공모 땐 분위기 공유 안해


파두는 이달 8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최근 실적을 공개했다.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억2100만원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136억원)은 97.5% 줄고 영업손실(9억원)은 1463% 확대된 수치다. 올 3분기누적으로 매출은 180억원, 영업손실은 34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326억원)은 44.6% 감소했고, 영업손실(42억원)은 715% 확대됐다.



같은 날 IR자료를 통해 공개한 2분기 실적은 더 심각하다. 매출이 5900만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152억원이었다. 2분기 실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분기 실적이 집계될 때 쯤 공모를 했기 때문이다.


파두는 올 8월 7일에 상장했고 기관수요예측과 공식 IR은 7월 24~25일 양일간 했다. 2분기(4~6월)에 대한 결산을 어느 정도 마무리지었을 타이밍이다. 그런데 2분기 분위기는 수요예측 당시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시 IR에선 올 연간 실적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받았다"고 말했다.


증권신고서상에 기재한 올 예상 연간 매출은 1202억원에 이른다. 2분기부터 영업환경이 급격히 악화 된 것을 인지했다면 예상치를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수정은 없었다. 수정 시 밸류(기업가치)가 달라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파두는 2025년엔 매출이 6195억원, 당기순이익은 1899억원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밸류를 구했다. 공모가(3만1000원)기준 시가총액이 1조4896억원이었다.



◇ SK하이닉스 매출 중단 확인...IR자료엔 "전방 둔화 영향, 내년 회복"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포인트는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의 관계다. 파두는 SSD(Solid State Drive) 전용 컨트롤러 설계사(팹리스)다. 핵심 에퀴티스토리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SSD컨트롤러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에 따른 실적 확장성이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기에 SSD컨트롤러도 높은 성능이 요구된다.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라는 기술표준을 요구한다. 난이도가 높아 이 시장은 파두가 등장하기 전까지 삼성전자가 거의 독식했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애플, 알리바바 등이다.


파두는 팹리스라 SK하이닉스와 같은 낸드플래시 제조사를 거쳐 AI 데이터센터에 컨트롤러를 공급하고 있다. 수십개의 낸드플래시를 병렬로 묶고 컨트롤러를 붙인 것이 SSD다. 컨트롤러는 발열과 소비전력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업초기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이 파두를 경쟁사로 인식해 납품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파두는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을 대상으로 직접 영업을 했고, 작년 메타에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작년 거둔 매출(564억원)이 대다수 메타용이다. 메타는 파두 컨트롤러를 붙이 SSD를 공급받기를 원하는 의사를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에게 전했고, SK하이닉스가 이를 수용했다. 파두 1차 고객사가 SK하이닉스가 된 셈이다.


그런데 SK하이닉스도 자체적으로 고성능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올 중순 전해지면서 한 때 파두 매출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그리고 이번 발표한 IR자료를 보면 올 2분기와 3분기 파두는 SSD컨트롤러 매출이 전무하다. 파두는 ODM으로 SSD를 직접만드는 사업도 하고 있는데 2~3분기 발생한 매출(4억원)은 모두 여기서 나왔다. SK하이닉스와 거래가 1분기까지만 지속되고 이후 반년 동안 끊겼던 셈이다.


파두 제품별 매출(사진:IR자료)


이에 대해 파두는 IR자료에서 명확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전방시장(데이터센터)이 침체된 영향이라고만 전했다.


이지효 대표이사는 자료에서 "2~3분기 걸쳐 지속된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기대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하지만 4분기 진입하면서 낸드 가격 하락세가 저점을 지나고 있고, AI 중심으로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 걸쳐 낸드 가격 개선이 이뤄짐과 동시에 데이터센터용 재고 정상화로 큰 폭의 재무성과 개선이 예상 된다"고 덧붙였다.


매출 공백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는 확대됐다. 한동안 공모로 쌓은 자금을 소진하면서 영업을 하게 될 전망이다. IPO덕에 체력은 충분하다.


올 3분기누적기준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91억원이 됐다. 전년 58억원 적자보다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여기에 올 3분기까지 설비투자(CAPEX)로 62억원을 썼다. 실제로 빠져 나간 현금들이다.  다만 신주모집 100% 구조였던 IPO덕에 현금 1937억원이 올 8월 새로 유입됐다. 그 결과 3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2074억원이다. 한동안 적자를 지속해도 감당할만하다. 3분기 말 자본총계는 2119억원, 부채총계는 562억원으로 부채비율(26.5%)도 양호하다.


파두는 IR조직 공식연락망이 두절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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