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차협력사이자 중견자동차부품사 NVH코리아(엔브이에이치코리아)는 재무적 악순환을 겪고 있다. 실적부진에 빠진 해외법인을 지원하다가 차입금이 단기에 크게 늘었는데 공교롭게도 금리 상승기였다.


영업이익률이 5% 미만에 그치는 NVH코리아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의 40% 수준이 이자로 나가고 있다. 이에 곳간에 현금이 쌓이지 않는 구조가 됐고, 투자에 필요한 돈은 빚을 내 충당하고 있다. 이는 다시 이자비용 증대로 이어진다.


NVH코리아는 24일 150억원 규모 무보증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평가를 의뢰한 결과 BB+(안정적) 등급을 부여받았다. 올해 내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없기 때문에 차환이 아닌 순발행으로 추정된다.



고금리 시기 차입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NVH코리아는 저금리시기였던 2020년엔 3년물 사모채를 2%대 후반에 발행했었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 발행이었던 2022년 11월엔 3년물(190억원)을 5.55%로 찍었다. 기발행 회사채들은 그나마 대표이사인 구자겸 회장이 연대보증을 한 덕에 신용등급대비 금리가 낮다. BB+급은 이달 23일 한국자산평가 기준 3년물 평균금리가 13.5%에 이른다.


이자비용도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말 기준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인 총차입금은 5425억원으로 전체 자산(1조1750억원)의 46.2%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이자비용은 올 상반기 130억원이다. 전년 동기(74억원)에 비해 7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자동차부품업 수익성이 박하기 때문에 늘어난 이자에 대한 부담은 타업종 대비 크다. 올 상반기 매출 656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98억원(이익률 4.6%)에 그친다. 여기서 영업이익의 40%(130억원) 가량을 이자로 냈다. 법인세까지 내고 남은 당기순이익은 19억원이다.


현금흐름 측면에선 돈을 쓰면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이자와 법인세, 운전자본투자금 등을 제한 수치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 상반기 45억원이다. 영업활동을 하며 최종적으로 남긴 현금을 의미한다.



여기서 설비투자비(자본적지출)로 340억원, 배당으로 57억원을 썼다. 그 결과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이 마이너스 351억원이 됐다. 사업유지를 위해 351억원을 외부에서 빌리거나 자산을 매각해 마련했다는 의미다. 이번 회사채도 이 같은 현금흐름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체코법인(NVH체코)이 재무적 악순환을 만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2018년 폭스바겐과 아우디와 같은 해외차종 수주목적으로 설립한 곳이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제품양산이 지연된 여파로 그해 순손실 103억원을 기록했다. 이후로도 정상화되지 않아 순손실이 2021년(139억원)과 2022년(92억원)에도 이어졌고, 특히 올 상반기에는 145억원으로 평시보다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매출도 141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에 NVH코리아는 대여를 통해 체코법인을 지원했다. 2021년 245억원, 2022년 246억원, 올 상반기엔 176억원을 빌려줬다. 전체 금액은 올 상반기 말 기준 850억원이다. 더불어 이중 274억원은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인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NVH코리아 차입금이 늘어난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올 상반기말 기준 총차입금(5425억원)은 2020년말(3546억원)과 비교해 188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차입이 늘면서 단기화가 심화됐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총차입금(5425억원) 중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이 3857억원으로 전체의 71.1%를 차지하고 있다.


체코법인은 앞으로도 한동안 재무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본평가 보고서에서 "해외 거래처 저가수주 영향으로 당분간 자체 투자재원 창출이 어려울 전망이라 지원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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