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와 수리남, 카지노 등 메가히트작을 배출한 곳으로 유명한 국내 콘텐츠 시장 선두주자 SLL중앙(BBBO, 안정적)이 공격적인 조달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두 번째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평시보다 조달액이 크다.


OTT플랫폼 대중화로 급속히 커지고 있는 콘텐츠 시장에서 패권을 쥐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수년전부터 라이벌 스튜디오드래곤과 접전을 펼쳐왔다. 영업손실 속에서도 차입확대를 통해 사업확장을 노린다.


◇500억 모집에 두 배 증액…연초에도 250억 발행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LL중앙은 최대 1000억원 공모채 발행을 위해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를 최근 주관사로 선정했다. 기본 500억원 모집에 수요예측 흥행시 500억원을 증액하는 구조다. 만기구조는(트렌치)는 1년물과 2년물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다. 오는 18일 수요예측을 계획하고 있고 이달 말이 발행 예정일이다.


평시보다 조달액이 크다. 올 1월 2년물 500억원 어치를 발행한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공모에서 증액에 성공한다면 발행액이 연간 1500억원이 된다. SLL중앙은 직년 2년 동안엔 매년 한 차례만 공모채를 발행했다. 2021년 10월 500억원(2년물), 2022년 8월 450억원(1년물) 등이다.


공모채 만기일정을 감안해도 순발행을 노리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6회차(500억원)와 8회차(450억원) 등 총 950억원 규모다. 그런데 8회차는 8월 31일이 만기로 이미 대응을 했다. 올 10월이 만기인 6회차 차환엔 500억원이 필요한데 증액시 500억원어치를 더 발행하는 것이 된다.



SLL중앙은 대형기관들은 투자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BBB0급임에도 안정적으로 조달에 성공해 왔다. 올 초 발행 때 최초 모집액은 250억원이었고 희망금리밴드가 6.8~7.8%였는데, 밴드 하단(6.8%)으로 증액분(250억원)까지 수요를 모았다.


◇2년 전부터 드라마제작에 대형 투자


SLL중앙은 중앙미디어그룹에서 뉴스(JTBC)를 제외한 콘텐츠를 담당하는 핵심계열사다. 1999년 뉴스제작사 조인스닷컴으로 출범했고 2014년 드라마하우스앤드제이콘텐터허브를 합병하면서 드라마제작을 본격화했다. 올 1분기말 기준 최대주주는 코스피 상장사인 콘텐트리중앙으로 지분 53.7%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영향과 함께 OTT플랫폼 소비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급격히 커지자 SSL중앙은 주도적 콘텐츠 공급자가 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방송영상 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독립 콘텐츠제작사 매출은 2018년 총 2조4565억원에서 2021년 4조5691억원으로 3년만에 두 배에 가깝게 늘었다.



SLL중앙이 투자를 본격화 한 것은 2021년 전후다. 국내 시청자들이 알만한 메가히트작들이 SLL중앙 소속 프로덕션에서 나오고 있는데 대다수 투자의 결과물이다. 2019년 말 퍼펙트스톰필름을 17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곳은 하정우 주연의 수리남을 제작한 곳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다.


같은 달 256억원을 들여 인수한 비에이엔터테인먼트도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된 최민식 주연의 카지노 시즌1,2를 제작한 곳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초까지 100억원 이상 지분투자를 한 제작사가 7곳이나 된다.



특히 2021년 7월 글로벌빅딜을 단행했다.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사 윕(Wiil) 지분 80%를 1338억원에 인수했다. 윕은 디킨스(Dickinson 애플tv+), 더미(Dummy) 등의 작품을 제작한 곳이다. 그리고 2021년 1월엔 OTT에도 직접 대형투자를 했다. 티빙 지분 18%를 1447억원에 샀다. 결과적으로 1년여만에 총 투자한 금액이 4900억원에 이른다.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 역시 부채와 주식자본시장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했다. 2020년 말 연결기준 1477억원이던 총차입금은 올 상반기말 3971억원으로 2500억원 가량 늘어있다. 재무안전성을 고려해 2021년 3월엔 유상증자로 약 4000억원을 조달했다. 그 결과 2020년 말 259.6%였던 부채비율은 259.6%에서 2021년말 79.7%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후로도 부채성 조달을 이은 탓에 올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27.8%로 높아져있다.


사업성측면에서도 수익보단 외형확대를 우선하고 있다. 국내 1위 사업자 지위를 노리고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은 자본력이 있는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OTT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요 대형사는 CJ그룹 계열 스튜디오드래곤과 SLL중앙, SBS컨텐츠허브, KBS미디어 등이다. SLL중앙은 2020년까지만해도 3~4위권이었는데 2021년 대형투자를 기반으로 단숨에 매출기준 업계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전통강자이자 직전까지 압도적 1위였던 스튜디오드래곤을 처음으로 꺾였다. 그해 SLL중앙 매출이 5589억원이었고 스튜디오드래곤은 4871억원이었다.



하지만 2022년들어 다시 스튜디오드래곤이 6979억원으로 1위 자리를 탈환했고 SLL중앙은 2위(5796억원)로 내려왔다. 하지만 스튜디오드래곤이 독주했던 과거와 달리 양강체제가 굳어졌다. 올 상반기 매출은 스튜디오드래곤이 3746억원, SLL중앙이 2728억원이다.


그 사이 SLL중앙은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있다. 2021년엔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 60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손실이 142억원이다. 적자까지 기록한 것은 2021년에 인수한 윕에 발생한 악재영향이 크다. 미국 작가와 배우 연합이 파업을 지속한 탓에 윕이 만들고 있는 콘텐츠 출품이 지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가 공모채 발행은 공격적 확장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SLL중앙은 향후에도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수익성 회복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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