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가 2670억원대 공모채에 발생한 기한이익상실(EOD)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유상증자에 나선다.


SK쉴더스는 올 7월 2조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한 이력이 있다. 이중 1조8000억원 가량을 이미 금융기관차입을 갚는데 썼고 2000억원이 남았는데 이는 사업고도화를 위한 운영자금이다. 공모채 조기상환에 현금을 쓰면 사업자금이 부족해진다. 이에 22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수혈하기로 했다.


◇7월 2조 유증 직후 공모채 EOD 발생


SK쉴더스는 225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한다고 14일 공시했다. 주주배정증자 방식으로 100% 지분을 가진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KSH)가 단독으로 출자하는 구조다. 공모채에 EOD가 발생하면서 일각에선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SK쉴더스는 올 7월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대규모 채무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 시 상환을 해야 하거나 EOD 사유가 되는 약정이 걸린 채무가 대다수인 탓이다. 그 규모가 2조원대에 달했다.


우선 SK쉴더스 재무구조부터 살펴보자. SK쉴더스는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부채총계가 2조9244억원, 자본총계는 407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718.5%에 이른다. 차입이 과중한 탓이다. 총차입금이 2조573억원으로 자산(3조3314억원)의 61.8%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SK쉴더스(옛 SK인포섹)보다 덩치가 큰 물리보안업체 ADT캡스를 인수한 결과물이다.



2018년 SK텔레콤이 맥쿼리자산운용과 함께 인수목적회사(SPC) 라이프앤시큐리티홀딩스(LSH)를 세워 ADT캡스를 2조97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LSH는 1조7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일으켰었다. 그리고 SK인포섹이 2020년 12월 LSH를 흡수합병해 ADT캡스를 자회사로 뒀고, 2021년 3월엔 ADT캡스까지 흡수합병하면서 SK쉴더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즉 SK쉴더스가 1조7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의 주 채무자가 됐다. 정확한 인수금융 규모는 올 상반기말 기준 1조7132억원이다. 그런데 이는 SK그룹 신용도를 기반으로 꿨던 빚이다. 주인이 바뀌면 상환여력이 달라지고 이자율도 재설정해야 한다. 그래서 인수단은 최대주주가 바뀔 경우 전액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리고 올 6월 SK쉴더스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본래 SK스퀘어(SK텔레콤서 인적분할)가 63.13%, 맥쿼리자산운용이 36.87% 등 100% 소유하고 있었다. 이를 스웨덴 발레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PEF)인 EQT파트너스가 SPC인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이하 KSH)를 통해 과반을 사들였다.


(자료:한국기업평가)



주식이전을 통해 KSH가 SK쉴더스 지분을 100% 소유하고, 기존주주(SK스퀘어 등)가 KSH 지분을 받게 됐다. 그리고 EQT파트너스가 KSH 지분을 매입했다. 맥쿼리가 보유했던 지분 36.87%와 SK스퀘어 일부지분(28.82%) 등이다. EQT파트너스는 동시에 2000억원대 KSH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최종 지분율은 68%가 됐다. SK스퀘어는 32%를 가진 2대주주로 남았다.


EQT파트너스가 주인이 된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SK쉴더스 인수금융해소다. 우선 KSH 유동성을 확충했다. 유증(2000억원)에 더해 2조3000억원 규모로 또 다른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자금을 SK쉴더스로 내렸다.


SK쉴더스는 6월 말 총 1조9836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7월에 20~21일에 납입이 이뤄졌다. 용도에 따라 채무상환자금용이 1조7836억원(20일 납입)이었고, 2000억원은 운영자금(21일 납입)이었다. SK쉴더스는 채무상환자금(1조7836억원)을 납입 즉시 모두 썼다. 7월 20일에 맥쿼리에 대한 중간배당으로 269억원, 21일엔 채무상환에 1조7566억원을 지출했는데 두 금액을 합하면 채무상환자금(1조7836억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공모채 조기상환에 쓸 돈은 이 당시 계산에 없던 셈이다. 사채관리회사는 유증 직후인 올 8월 2일 2670억원 공모채에 대한 EOD를 선언했다.



◇여유현금 3000억, 과반이 운영자금…모회사 이자비용 관건


추가 유증을 하게 된 건 현재의 현금창출력과 잔여 현금을 감안했을 때 유동성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SK쉴더스는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1141억원이다. 유증대금 2조원 중에서 1조8000억원 가량은 채무상환으로 이미 소진했다.


운영자금 2000억원을 더하면 여유 현금은 3100억원대로 늘어난다. 하지만 운영자금을 소진하긴 힘든 구조다. EQT파트너스는 원금 회수가 목적이다. 이를 위해선 SK쉴더스 현금창출력을 개선해야 하고 사업고도화를 위해 필요한 투자를 줄일 수 없다.


SK쉴더스는 최대주주가 바뀌기 전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에 가까운 설비투자비(CAPEX)를 지출해왔다. 이에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이 소폭의 흑자를 내는데 그쳤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CAPEX와 배당금지금액을 제한 수치다. 쉽게 말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활동에 쓸 돈을 다 쓰고도 남는 금액을 뜻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285억원에서 ADT캡스 인수효과로 2021년 3217억원 2022년 3196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CAPEX 또한 2020년 35억원에서 2021년 2663억원, 2022년엔 274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FCF는 2020년 50억원에서 2021년 399억원, 2022년 452억원에 그쳤다.


특히 올 상반기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015억원인 반면 CAPEX로 1516억원을 지출해 FCF가 마이너스 500억원이 됐다. 구축형 사업 매출이 올 상반기 집중된 영향으로 일회성 비용이 평시보다 과다했다. 연간으론 소폭의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단기에 현금을 쌓아 나가기 어려운 구조다. 운영자금(2000억원)으로 매출과 함께 수익성 제고에 나서야 중장기적 원금회수를 노릴 수 있다.


추가로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다. 업계에선 2670억원 규모 공모채가 대다수 조기상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입장에선 저금리 시기에 매입한 채권이라 조기상환 유인이 크다. 회수 후 SK쉴더스와 같은 등급(A0, A-스플릿) 회사채를 사는 것이 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현재 A0나 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5%대 후반으로 높아져 있다.


이 경우 올 상반기까지 2조원대에 달했던 차입은 거의 대다수 해소하게 된다. 연간 600억~700억원 수준이던 이자비용이 사라진다. 부채비율도 5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K쉴더스가 부담하던 차입이 모회사(KSH)로 이전된 것이기에 실질적 재무부담은 유지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KSH는 이번 M&A로 일으킨 인수금융(약 2조3000억원)으로 이자비용이 연간 1600억~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금융 이자율을 7%대 중반으로 가정했을 때다. 결국 SK쉴더스가 배당 등을 통해 감당해줘야 할 부분이다. KSH는 SK쉴더스 외에 보유하고 있는 사업회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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