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AA0, 안정적)이 올해 첫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없어 차환용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말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로 1조원 규모 자금 순유출이 발생해 유동성을 보강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대 3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해 최근 주관사로 SK증권과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기본 1500억원을 모집하고 수요예측에서 흥행할 경우 1500억원을 증액한다. 만기구조(트렌치)는 2년물과 3년물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다. 오는 10월 10일 수요예측을 계획하고 있고 발행예정일은 10월 17일이다.


올 첫 공모채 발행이다. 매년 두 세 차례 발행해 왔다. 2021년 ▲2월에 3년물(2800억원)을 ▲6월에 녹색채권으로 3년물(1500억원)을 ▲10월엔 3년물(2200억원)과 5년물(800억원)로 연간 총 73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는 ▲2월 3년물(2500억원)과 ▲6월 3년물(2500억원) 등 5000억원 규모였다.



순발행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없다. 지난해는 5000억원 규모가 만기가 돌아왔고 같은 금액(5000억원)만큼 발행했다. 2024년에 6500억원 규모로 만기가 돌아온다.


업계는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 이벤트로 대규모 현금이 유출된 점을 주목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하던 카카오뱅크 지분 4%와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보유분 23.18% 등 총 27.18%를 약 3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각각 인수자금을 상당한 규모로 지원해 주긴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12월 3000억원을, 올 6월엔 4000억원을 한국투자증권에 출자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올 4월 100% 모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배당으로 1조7000억원을 올려보냈다. 지원금액이 총 2조4000억원 규모다.


결과적으로 약 1조원(3.4조원-2.4조원)을 지출하는 이벤트가 됐다. 한국투자증권이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말 기준 2조2235억원 규모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재무안정성을 위해 자금을 보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부동산PF 관련 우발부채 현실화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졌다. 한국투자증권도 과거 대비 유동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되레 현금을 소진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회사채를 활용한 것은 만기구조 다변화를 위해서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주력 조달 수단이 발행어음이다. 외부차입이 올 상반기말 기준 22조7623억원인데 이 가운데 발행어음이 13조3836억원으로 58.8%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인 어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운용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은행 전유물이었던 수신기능을 증권사에게도 허용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라는 취지로 2017년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즉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만으로 외부차입 절반 이상이 단기화해 있다. 1년 이내로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기관 차입과 사채까지 감안하면 단기성 외부차입비중은 더 높아진다. 


공모채는 발행사 신용등급(AA0)을 감안하면 적정 이자율로 최소 2년물 이상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가장 저렴한 조달수단인 공모채도 수년전에 비해선 이자율이 많이 올라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엔 1~2%대 금리로 3년물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3년물이 3~4%대로 상승했다. 이달 19일 기준 한국투자증권 3년물 개별민평은 4.746%다.


회사채 순발행으로 이자비용부담은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올 상반기에 지출한 이자비용은 8324억원이다. 전년 상반기에 지출한 2913억원 대비 541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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